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낯선 존재인가

낯선 숲으로의 입장

by Henri

문득 멈춰 서서

내 안을 더듬는다.


나와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태어나 단 한 번도

이 육신을 떠난 적 없으면서도

왜 거울 너머의 나는

이토록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려운가.


숨은 늘 목구멍을 타고 흐르지만

의식하는 순간 엉키고,

맥박은 손목 안쪽에서 요동치지만

지독한 적막 속에서야

겨우 소리를 낸다.


나는 나를 ‘안다’고 믿어왔다.

그 오만한 확신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정작 나의 진실들은

한 번도 발설되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깊이 침잠해 갔다.


마음은 고정된 과녁이 아니고

생각은 붙잡는 순간 흩어지는 연기.

어제의 붉던 확신은

하룻밤 사이

푸르스름한 망설임으로 바래 있다.


나라는 인간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려 할수록

종이 위에는

잉크가 닿지 않은

하얀 침묵만 번져간다.


그 여백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설명해서는 안 되는

나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건네준 이름들,

관계가 강요한 얼굴들 속에

나를 끼워 맞추며 살아왔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누군가의 친구로,

혹은 쓸모 있는 누군가로 존재하기 위해

나는 수만 갈래의 표정을 연기했다.


그 가면들이 살갗처럼 달라붙을수록

아무도 호명하지 않는

나의 진짜 이름은

기억의 폐허 속으로

조용히 유배되었다.


모든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깊은 밤.

어떤 역할도

어떤 가면도 필요 없는

이 진공의 방에서

나는 마침내

해일 같은 질문과 마주한다.


나는 지금,

누구의 숨을 빌려

버티고 있는가.


이 서늘한 낯섦은

나를 무너뜨리는 불안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가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최소한의 빈터다.


모든 것이 해석된 존재는

박제된 나비처럼

움직임을 멈추지만,

내가 나를 다 알 수 없다는

그 아득한 신비는

나를 내일로 떠미는

조용한 동력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낯섦을

굳이 지우려 애쓰지 않기로 한다.

정의 내리지 않고

소유하려 들지 않으며

설명되지 않는 나를

그저 하나의 풍경으로

남겨둔다.


그 지독한 침묵의 깊이만이

나를

가장 생생하게 살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비문이며

마침표를 찍지 못한 선율이다.


오늘도 나는

‘나’라는 이름의

낯선 숲을 향해

망설임을 품은 보폭으로,

그러나 멈추지 않고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Henri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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