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호모 콰에렌스. 심연을 향한 질문, 그 실존의 기록

by Henri

지식은 이미 충분하다.

정답은 더 이상 귀한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호출할 수 있고,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세계를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진다.

설명이 늘어날수록 방향 감각이 흐려지는 이 이상한 상태에서,

이 책은 조심스럽게 첫 질문을 꺼낸다.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답을 아는 존재로서인가, 아니면 여전히 묻는 존재로서인가.


호모 콰에렌스(Homo Quaerens).

이 말은 어떤 새로운 인간 유형을 선언하려는 이름이라기보다,

이미 우리 안에 있으나 잘 드러나지 않았던 태도를

다시 불러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는 지혜를 더 많이 소유하려 애쓰기보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어온 것들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결론을 향해 서둘러 나아가기보다

왜 그 결론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는지를 되묻는다.

세상이 너무 쉽게 이해되는 것처럼 보일 때,

그는 오히려 그 이해가 놓치고 있는 층위를 의심한다.


이 책은 기술과 정보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사유의 자리를 묻는다.

AI가 점점 더 정교한 해답을 내놓을수록

인간에게 남는 과제는 분명해진다.

그것은 더 정확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떤 질문 위에 서 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질문은 효율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며,

자신의 삶에 머무르는 하나의 자세다.


우리는 일과 관계, 성공과 행복이라는 단어들을

너무 익숙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그 말들이 너무 자연스러워질수록

그 아래 깔린 전제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호모 콰에렌스』는 그 전제들을 하나씩 벗겨내며,

이성과 감성이 갈라지는 지점이 아니라

서로를 건너가는 경계에서 삶의 이야기를 다시 엮는다.

여기서 철학은 설명이 아니라 실천이다.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문장을 다시 듣는 일.

생각을 정리하기보다,

생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이 책은 더 나은 미래를 빠르게 설계하려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는 아니다.

오히려 맹목적인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아직 문장으로 굳어지지 않은 질문을

조용히 품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기록에 가깝다.

정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잃지 않기 위해.

『호모 콰에렌스』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품어왔으나

지금에서야 다시 절실해진

그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실존을 천천히 적어 내려간다.


Henri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