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나침반 : 자유의 현기증

추락할것같은공포와 날아오를것같은예감은, 정확히같은높이에서온다

by Henri

고요히 숨을 고르면,

마음은 사유보다 먼저 진실에 닿는다.

가슴에 스민 불안을 서둘러 밀어내지 않고 곁에 머무르면,

그것은 미세한 떨림으로 가라앉는다.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질문이 숨결처럼 스치는 순간이다.

우리는 불안을 ‘결핍’으로 여겨 왔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과잉의 가능성이 열릴 때 오는 현기증이다.

정해진 세계에서는 불안이 머물지 않는다.

불안은 쓰이지 않은 삶의 여백에서 숨 쉬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함처럼 공포와 자유의 자각이 겹친다.

나는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있다.

자유는 해방이 아닌 현기증으로 먼저 도착한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생은 부여받았으나 의미는 각자의 몫.

사랑할 것, 포기할 것, 가치의 선택

이 모든 것이 자유의 빛과 그림자다.

불안은 방향 상실의 신호가 아니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증거.

확신은 안심시키지만, 질문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불안은 그 질문의 감정적 형태, 이름 붙기 전의 자각이다.

이제 불안을 지워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삶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증거,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삶의 변곡점은 확신이 아닌 미묘한 불안의 결에서 시작된다.

불안은 길을 정하지 않지만,

멈춰 서서 물어야 할 순간을 알리는 나침반이다.

그래서 불안이 오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더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불안은 흔들지만 깨어 있게 한다.

완결된 존재는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우리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 떨림 속에서 비로소 ‘나’가 되어 간다.


이 순간 어리섞은 물음을 다시 해본다.

"어떻게 하면 불안을 완전히 없애고,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삶을 살 수 있을까"


Hen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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