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은행 순례의 날(마지막 회)

- 집으로 돌아와

by 래연




어제는 은행에서 통장과 카드를 만들었다.


"저희 은행에 일 년간 사용이 없으셔서 정지되어 새로 발급해 드릴 텐데....."


이 은행에는 또 하나의 통장이 있는 데 사용이 뜸하긴 하다.


요새 은행은 인터넷 이체가 뜸하거나 하면 꽤 잦은 텀에도 정지 툭하면 들어간다.





직원은 보안카드를 꺼내 들고 입력하고 어쩌고 하더니, 새로운 otp를 내미는 거였다.


"앗 오티피, 그럼 기존에 사용하던 오티피 못 쓰는 거예요?"


"아 쓰시던 게 있어요? 저는 우리 은행에서 정지되었다고 나와서 새로 발급한 건데....."


"그런데 저 그 오티피 다른 은행 모두에 연결해 쓰고 있었는데, 그럼 다시 다 등록해야 하는 건가요?"


"아 그게, 그건 다른 은행에서 사용 가능하실 테고, 새로 발급한 이거로는 여기 농협에서..... 혹시 다른 데 사용하는데 문제 있으면......."




약간 다급해진 직원이 어디론가 전화해서 점점 더 난처한 얼굴이 되어가더니,


"아 정말 죄송해요. 달리 수가 없다는데요."




나는 걸쳐 있는 은행도 많고 다 오티피로 쓰고 있다. 오티피는 무한정이 아니라 배터리 떨어지면 새 발급받아야 하고 그럴 때마다 은행 순례를 해야 한다.


당연히 공인인증서까지 폐기되어 버렸고, 공인인증과 오티피가 둘 다 갈린 경우, 공인인증서 새 등록하려면 오티피, 오티피를 어떻게 하려면 공인인증, 이렇게 연결되어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이렇게 알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ars나 sms 인증을 거듭해가며 저거를 시도하다가 진이 빠지고 그래서 은행 돌고를 반복하고 서다.




"아, 일이 년에 한 번씩 머리 도는 게 바로 이런 건데......"


"연결해 쓰는 은행이 많으세요?"


"시티, 우리, 새마을, 국민, hk, 기업, 신한....."


"아, 어쩌죠."




직원은 구석에 쌓인 신라면을 두 번들 주며 사과했다.




저녁엔 분노의 양장피와 칭다오를 먹고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비밀의 숲> 최종회까지를 보며 신라면을 깨 먹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늘 하는 말, 이렇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그냥 하루 이틀 은행 돌면 되지.


모든 일에 대해서는 아니다. 은행 직원이야 딱히 더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가까운 사람에 대해선 다르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수용하고 수습하는 거랑,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에 대한 감정은 별개다. 별개이기로 했다.






포르투갈에서 산 작은 은행잎 모양 목걸이를 걸치고 은행들을 돌 참이다.


세월 지나면 옷장에 옷이 널 비해지듯 별 쓸모없는 통장들만 늘었다.


이 참에 필요 없는 거래들을 많이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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