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에 원이 맺힌 귀신이다.
글은 내게 원한이다.
말할 수 있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 이 바깥 세계에 던져야만 할, 말 자체에 대한 원한이다.
되돌리고 싶은 세계를 다시 짓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내 맘에 들지 않을 것이므로, 그것은 어떻게든 돌아오지 못할 것들이다.
발고를 원하는 것도 정확히 아니다.
이왕이면, 말을 잃은 이 망국의 벙어리는 채집하고 싶은 꽃들의 목록을 따모으려 한다.
이미 온 것들은 다른 이들이 이미 가졌거나, 빼앗아갔다. 오지 않은 것들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내 편일 수 있다.
언제나 한 발 저 너머에 있는 것들, 현재로부터 달아나 앞으로 걸어가는, 언제나 여행하는 미래만이 지금의 내 편이며 가능한 휴식이다.
착륙하지 않는 끝없는 움직임 그 자체에 안식을 달아맨다.
연이나 풍선처럼,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