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보물들의 상자

by 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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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버리지도 못하는 물건들 문제에 마음이 쓰인 지 몇 년째이다.


요즘 나의 모드는 마치, 물건을 늘리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그림을 그린다고 치면 그려진 결과물로서의 그림들이 남겠지, 뜨개질은 말 다했지. 무얼 해도 보관과 정리의 문제에 맞닥뜨린다.


이러다 보면 춤만 출 도리밖에 없어진다.



나의 인성에 비추어, 버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게 되었다. 버려놓고 되돌아보고 후회가 많아지기도 한다.



차라리 상자를 하나 정해, 공간을 어지럽히지만 그렇다고 당장 버리기도 뭐 한 물건들을 넣어두면 어떨까? 지난 글을 읽다가 몇 년 전에 바로 이 '물건들의 연옥'을 생각했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는, 물건들의 많고 적음과 위치 같은 정리 질서가 최전선의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는 의욕과 활력, 호기심, 즐거움의 간직이냐 부재냐가 더 중심에 있다.


문방구에 가도 이전 같은 기분 좋은 활기나 흥분이 더는 느껴지지 않을까 봐 은근 두렵다.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기보다, 내가 최적의 펜으로 삼은 제트스트림 볼펜이나 얼른 사서 돌아오지 않을지.



그 옛날의 습자지, 셀로판지는 다 어디로 갔나? 어릴 때 이런 종이들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우주였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