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복원사, 감정의 변호사

by 래연










이렇게 잘 조사해 보고 나서 까마귀는 점잖은 말씨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 인형은 틀림없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죽지 않았다면 역시 살아 있다는 게 틀림없습니다.”

- 내가 죽어갔던 날들의 기억 편,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중에서.




세계 감정의 날. 이런 날도 정해야겠다.


감정을 밝혀 말하려 할 때 종종 이런 소리를 듣는다. 왜 구태여 잡음을 만들려 하느냐, 감정적이 되지 말라고, 조용히 있으면 모두가 편하다고.


감정은 당연한 것인데, 이 감정을 옹호하고자 하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짓누르는 공포, 하루 종일, 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포효를 듣는다. 이 토네이도를 번역하려면, 안에서도 밖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제3의 장기가 터져나갈 것만 같다.



드러나게 나쁜 악한만이 감정을 교살하는 것이 아니다. 입 다물길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그토록 올바른 척하는 명분들로 위장된 무엇이다. 옳음의 가면을 쓴 저것들은 침묵만으로도 명령을 삼을 만큼 압도적이 되어 있다. 이 가면들은 심지어 어이없이 대물림 되물림 되면서, 살아있는 누군가를, 누군가의 살아 있는 시간들을 죽여가고 있다.


우리는 눈치를 물려받아 소중히 간직하며 체념에 이른 것을 성숙이라 이름하여 왔다.

그러기 싫다. 감정을 옹호한다. 구하고 해방시키고 싶은 것은, 국가도 민족도 지구도 가족도, 그 어떤 대의명분도 아닌, 오직 감정이다.



그리고 인형과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한국 최초 인형극 에세이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에서는 잃어버린 날들의 감정들을 복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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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umblbug.com/pinocc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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