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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속을 어찌 알 것이며

by 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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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불구경이 재밌다하지만


남의 불을 자주 기웃거리게 되는


자신의 심성이야말로 부끄러워할 일이다.




결과만 보고 삿대 잣대질하는 사람들이란,


사리를 가린다기보다는 그저 비난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세상엔 표준 상식이라는 게 있다 굳게 믿는 이에게는


일단 마음에 벽이 생긴다.



설명할 수 없는 동기가 많고


인간의 정념이란 그리 단순치가 않을 텐데


그래서 갖은 희비극의 문학작품이 존재하는 것일 텐데


자기는 평생 사기 안 당할 것처럼 확신하는


그러니까 당하는 사람은 멍청해서 당할 거라 여기는


그런 사람에게야말로


예측하기 힘든 내면의 드라마를 파고들어


엉뚱한 결과에 이르게 하는


아마도 그런 게 사기일 것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예외 없이


평소엔 안 그럴 거 같은데 어느 순간 어이 없어지는


각자의 버뮤다 삼각지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보아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런 지대 말이다.



보다 공통의 삼각지대와 그보단 고유한 삼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애정의 문제에 있어서


어느 순간 그 이전 그 언제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감정 체험을 할 수가 있다.


4,50대나 혹은 그 이후에 올 수도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처럼.


그걸 두고 마치 10,20 대의 감정의 미성숙을


졸업하지 못한 행태처럼 말한다면 넌센스다.



그럴 때의 감정이란


세상 그 무엇의 반대편에도 얼마든지 설 수 있다.


사실 세상은 개인의 편을 들어주기보다 보통은


갖은 억압과 규제와 의무와 당위의 탈을 씌우므로


그렇게 압박된 개인의 심리를 해제시켜


모든 것을 벗어난 듯한 어떤 '자연'을 느끼게 해줄 체험을 만나면


당사자는 가족이나 그 어떤 단체에게보다도 강렬한 소속감을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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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면이란 단순한 듯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면의 드라마가 얽혀져 빚어진 것을


바깥의 결과만 두고 비난하는 것도


참 값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되는 게 태반이다.


겉으로만 바깥에서만 봐서는


이 인류 역사 자체도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감정은


요만한 것조차 자주 옹호하려 들면서


타인의 감정에는 자주 논리와 판단을 앞세우려 드는 거 자체가


바로 그 논리의 측면에서 아이러니하고 같잖다.


어떻게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날 수가 있지?


자기에 대한 믿음이란 것도


그 속이 엄청 얄팍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대 사회엔


자신감을 기본 깔고


정말 그런 듯이 자신을 믿고 행동할 것이 독려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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