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마침표라는 문장 부호가
은근 거슬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표 없는 작가를 만난 게
꽤나 반가운 한편,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기에
그의 마침표 없음이 오히려 주목받고
그의 미학을 잘 실현해 주는
새로운 글쓰기 양식으로 간주되지,
여느 작가 혹은 글쓰기 지망생이
같은 방식을 취했을 때
그것은 결핍으로 치부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이라는 부사를 앞에 갖다 댈 필요도 없이
당연 그 자체로서
무언가를 그 자체로 바라보기보다
우선 그것이 획득한 '격'에 입각하여
평가를 내리는 게
세상의 상식이다 싶다
소위 '유명세'에 기대어
선호와 취향까지도 선택하는
#어린왕자 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는
천문학자가 자기가 발견한 소행성의 존재를
납득시키지 못했듯이
무언가를
거기에 덧붙여진 수식어들 없이
그대로를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이런 문제를 두고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을
'그래서 그런 말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라는 표현으로라도
듣고 싶지 않다
각자 어떻게든 눈에 띄려고
몸부림치는 세태를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다
살기 위해 당연해진 것이라 해도
본질로부터 외유하는 가치에 기반하여 형성된 무엇은
필히 허무를 몰고 온다는 믿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