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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탓만 하고 살지 말기를

by 래연





분명찮은 기분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낮의 날씨는 더욱 변화무쌍하였다.


언젠가 쾌청한 날이 있었을까?


구조를 지휘하는 이들은

구조의 부조리의 결과물과 부산물들을

구조 속 개인들이 짊어지도록

매우 집단적인 가스라이팅을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일기들을 엿보잡시면

참, 그렇지 않은 것의 결과조차 다 자기 탓으로 돌려서

자기만 어떻게 잘 하면 되는 거지

그러지 못하는 건 핑계일 뿐이라 여기는 분들이 많다.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더 잘?

이라고 귀에 대고 외쳐주고 싶을 지경.



도저히 살기 힘든 판을 짜 돌리면서도

'그래도 이러저러한 성공 사례들이 있으니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건 그렇게 못해서...

결국 못하는 너네 잘못이다'

이런 속삭임을 여러 각도로 부어 넣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를 살펴 말하기 시작하면

불평불만 주의자로 내몰릴 각이 된다.



나는 나의 무드조차 결코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여긴다.

일단 공기와 물부터가

내가 만들어 돌리는 것이 아니쟎여?

공기와 물을 사사로이 대해 오염시키는 것은 나의 탓이지만,

애초에 이 공기와 물이 어딘가에서

상당한 규모로 이미 오염된 형태로 내게 도달하고 있다면?


보이지 않는 집단적 기운이 이와 같이

항상 개체의 삶의 무드를 아주 큰 폭으로 좌지우지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라는 같은 우물물 속에 있을 땐

내가 그저 지지리 우울한 인간이라

이러저러하게 느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러던 나를 다른 나라 땅에 딱 떨어뜨려 놓고 보니까

내가 '원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에, 거의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드러났었다.





요새 나는 참으로 힘든 공기에 아주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감각과 감정까지 빼앗는

무시무시하게 마적인 기운이

우리 일상을 빼앗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무력의 끝에 몰려

극단적 선택도 한다.

그런데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고

뉴스는 선정적인 것들로 도배되어

사람들을 아예 논할 필요조차가 없는

갑론을박으로 휘감는다.


사회가 심하게 흐린데

개인만 쾌청할 리가 없는 것이다.

쾌청하다 느낀다면

명상을 아주 많이 했거나

자신을 아주 많이 기만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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