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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지우개

by 래연









잠시라도 다시 태어나려면


충분한 혼란을 삶아먹어야 한다,


고 누군가가 속삭인다


안인지 옆인지 모를 곳에서




질서에서 출발하는 이는


질서로 돌아간다


시작도 종착역도


질서와는 별 볼 일이 없다




주기적으로 앓아주어야


조금씩 살아지는 사람도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조건을 살면서도


자꾸만 디딜 곳을 찾는 버릇


바닷 속 식물들도 여전히 뿌리는 내리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한 채


생각 버릴 궁리에 골몰한다


아무래도 이 조각상은


그만 생각하고 싶어한다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로뎅 박물관에서는


그의 염원을 반영한


생각하는 사람 지우개를 만들어 판다




유용한 소멸은


드디어 답 찾기를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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