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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치졸

by 래연



말하고 싶은 핵심은

끝의 한 마디에서 한 번 시원히 까내려 흉보고 싶은 건데

첨부터 그러면 가혹하고 비공정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말하는 서두와 중간에선 어느 정도 칭찬하는 척한다던가

이런 어설픈 치졸함은 티가 난다.


그런 이도 어딘가에선 자기가 당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관심을 주워 먹을 것이다.


자신가 당한 부당하고 불행한 일의 앙금을 부단히 흩어버리기 위해

만만한 타인을 대상으로 삼아 배설한다던가,

원래의 대상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복수의 에너지는

애매한 타인에게로 돌고 돌기도 한다.


드러나도록 만인에게 해가 가는 일이 아니어서

남들 눈에 티가 나지 않지만

적어도 자신과 당하는 사람은 훤히 아는

그런 비굴함도 널렸다.


크고 작은 심리적 기술들의

통 아름답지 않음.


은근한 나쁨과 대놓고 나쁜 것 중에

뭐가 더 나쁜 건지 모르겠다.

마음의 정직성 측면에선

은근한 게 더 저질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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