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래연 Dec 17. 2023

커튼콜이 소재가 된 극













커튼콜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고 싶다


누구나 책을 써 작가가 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밀히 갈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관객은

관객의 위치에만 있으란 법도 없다


극은

커튼콜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다음엔

배우들이 일제히 객석으로 간다

관객과 구별되지 않게

섞여 아무 데나


그다음 관객은 무대로 나가

자기 삶의 대본을 대사로 하여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대본은 애초에

외워질 필요가 없다


자기 삶의 어느 한 장면을 

독백해도 좋고

자기 삶을 요약해서

'이런 삶이었네요'식으로 말해도 좋다



그런 다음 커튼콜을 한다

사람들이 환호를 보낸다


무대에서 내려오고

또 다른 관객이 

무대에 올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 삶을 리뷰하는 대사를 한다


또 커튼콜이 이루어진다


객석의 배우들은

관객들과 더불어

박수 치기에 충실하다


입장할 때

하나씩 쪽지를 받는다

쪽지를 펼쳐

별이 그려진 사람만이

무대로 가게 되어있다


나는 어쩌면 이런 형식으로

내 책 속에서

나만의 무대를 마련했다

보라색 페이지가 그것이다


아무도 깊이 관심 갖지 않는

각자의 이야기

변변찮은 추억담이나 라테로 몰려

처음부터 잘 꺼내어지지 않는 이야기


누구도 누구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기 힘든 시대에

나 자신의 서사를

책을 빌어 무대에 올려버렸다


자유와 사랑을 얻기 위해 떠났던

나라는 나무인형,

피노키오의 여정을


객석의 나에게

무대 위의 나는

마치 인형처럼 보인다


쓰레기통에 버려질 서사는 없다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비추며 읽게 되는

이 기묘한 책

.

.

.

.

#바람구두를신은피노키오 







매거진의 이전글 꿈꿀 궁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