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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Nov 20. 2023

꿈꿀 궁리






가끔 책상 위의 물건(작은 인형)의 위치나 각도가 바뀌어 있을 때

고양이들이 있을 땐 

고양이의 소행이라 치고

고양이가 없는 지금은.....

나도 모를 내 발(손)이 고양이었나?

인형이나 사물은 

누군가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바라보는 이는

꿈을 꾸게 된다

현실과 꿈

그 사이 경계에 있는 

가깝고 먼 세계로 의식이 이행한다

인형극에 처음 매료되었을 때

아마도 그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움직이지 않는 게 움직임을 얻는 것 자체가 마술적으로 느껴졌고

그걸 움직이는 이들이 마술사처럼 여겨졌다








꿈을 꾸지 못하면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잠시라도 꿈을 꾸어야만

살아 있는 것 같다

물리적 삶이 좋아진 시대

좋은 집에 

나무랄 데 없는 웰빙을 살고

남 하는 걸 다 해봐도

사람 마음이 허해서

도파민 중독에 빠지는 건

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못하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세계가

단지 나와 상관없는

하나의 가상처럼 느껴진다


꿈을 꾼다는 건

주어진 걸 받아들이기보다

주어진 걸 

자신이 직접 스스로 움직여 재배치하는

의식의 작용이다

하여 늘

꿈꿀 궁리를 하고 있다

인형극과 고양이에 매료되는 건

역시 이들이

꿈을 꾸게 만드는 매개들 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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