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상 위의 물건(작은 인형)의 위치나 각도가 바뀌어 있을 때
고양이들이 있을 땐
고양이의 소행이라 치고
고양이가 없는 지금은.....
나도 모를 내 발(손)이 고양이었나?
인형이나 사물은
누군가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바라보는 이는
꿈을 꾸게 된다
현실과 꿈
그 사이 경계에 있는
가깝고 먼 세계로 의식이 이행한다
인형극에 처음 매료되었을 때
아마도 그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움직이지 않는 게 움직임을 얻는 것 자체가 마술적으로 느껴졌고
그걸 움직이는 이들이 마술사처럼 여겨졌다
꿈을 꾸지 못하면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잠시라도 꿈을 꾸어야만
살아 있는 것 같다
물리적 삶이 좋아진 시대
좋은 집에
나무랄 데 없는 웰빙을 살고
남 하는 걸 다 해봐도
사람 마음이 허해서
도파민 중독에 빠지는 건
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못하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세계가
단지 나와 상관없는
하나의 가상처럼 느껴진다
꿈을 꾼다는 건
주어진 걸 받아들이기보다
주어진 걸
자신이 직접 스스로 움직여 재배치하는
의식의 작용이다
하여 늘
꿈꿀 궁리를 하고 있다
인형극과 고양이에 매료되는 건
역시 이들이
꿈을 꾸게 만드는 매개들 이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