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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리씨 Dec 30. 2021

침입자들 : 재미있는 몰입감 있는 책 소개, 연말연시

#침입자들 #정혁용



몰입감 갑인 책 한권 소개드립니다.



SNS 인친님 통해서 알게 된 책으로 내돈내산 책 후기입니다.

12월은 내돈내산 책이 많아 알찬 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를 알 수 없는 40대 남자의 강남 버스터미널 도착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래의 글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나의 일상은 사막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나의 일이고, 습기 한 점 없이 건조한 바람이 나의 시간이며, 끝없이 펼쳐진 모래가 나의 하루다. 먼 육지의 친구에게는 사막으로 집을 지으러 간 이의 소식으로 전해질 거다.’



구직란의 일자리는 그의 나이 앞에서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시간만 자꾸 갑니다. 주머니 속 남은 돈은 이르면 이틀이면 사라질 겁니다.

택배직원 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더군다나 ‘숙박제공’ 입니다. ‘숙식제공’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것도 감지덕지입니다.

10개월의 택배 경험도 있으니 적응도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입이 무거운 택배 직원입니다.



지극히 남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하고 나의 시간에 대한 침입을 싫어합니다.



부탁을 하면 부탁을 들어주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하는 주인공입니다.



주기적으로 배달하는 주점에서의 오해로 납치를 당하는 주인공입니다.

결박당한 채 깨어납니다.

제가 제일 재밌게 읽은 대목이어서 옮겨봅니다.

“왜 그랬어요?”

“뭘 말입니까?”

“왜 그랬냐고요?”

“의문사와 동사만 있지 않습니까? 주어와 목적어를 붙여줘야 이해를 하고 대답을 할 거 아니요?”

그의 엄지 발가락이 망치에 부서집니다.

“왜 그랬어요?”

가까스로 힘을 짜내 투피스를 보며 말했다.

제발 “주어와 목적어”



매일 담배 한 개피를 달라는 할 일 없는 여자가 있습니다.

아깝긴 합니다만 매몰차게 거절하기에는 소소한 부탁합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춘자’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자기와 말동무를 해주면 백만원을 준다고 제안합니다.

거절합니다.



월요일만 되면 아버지 병간호로 자리를 비우는 택배 동료가 있습니다.

다들 마다하는 땜빵입니다만 사장님의 교묘한 말솜씨에 오늘도 주인공은 넘어갑니다.

몇 달 후 고맙다며 술 한잔 산다고 합니다.

둘다 과묵하기로는 직장내 1~2위를 다투는 처지여서 어색하기 그지없는 술자리입니다.

양주를 산다길래 마지못해 따라왔습니다만 후회하는 중입니다.

동료가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 편지를 건네줍니다.

2병 째는 내가 삽니다.



이 책이 전하는 ‘침입자들’은 나의 울타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오는 이웃에 대한 호칭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숱하게 남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간섭을 합니다.

사유도 모르고 책임도 없이 남의 인생에 눈치없이 한 숟갈을 얹습니다.



책 속 주인공의 삶을 보자면 한국판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납니다.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과도 연결됩니다.

누구를 간섭하기 싫어한만큼 나도 누구로부터 간섭받기 싫은 마음입니다만 참 그게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적당히 슬기롭게 가면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싫지만 적응해야 그게 더 편안해짐을 알아버렸습니다.



주인공이 내 뱉는 대사의 속 시원함과 건조함이 주는 재미는 책 읽는 행복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가물한 에피소드의 몰입감은 서둘러 다음 장을 넘기게 합니다.

주인공의 해박한 지식의 깊이에 다재다능한 히어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서 저는 어느새 주인공과 한 편이 되었습니다.



책 소개를 해주신 분께 감사한 책이기에 저도 서평을 통해 소개드립니다.

딱 한 페이지만 넘기시면 빠져나오기 힘든 책입니다.

지루한 부분이 있어서 후루룩 넘겨야만 하는 단락이 단연코 없습니다.

338페이지의 책입니다만 40페이지의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연말 가볍게 보실 수 있는 재미있는 책 한 권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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