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실낙원>

by Henry




존 밀턴. 그의 이름에는 어둠을 꿰뚫는 빛이 있다. 한때는 정치적 논객으로, 때론 맹인이 된 시인으로 그는 평생 동안 진리와 자유를 갈망했다. 눈앞의 세상이 빛을 잃은 뒤에도 시적 언어로 우주의 질서를 그려냈다. 그의 펜 끝에서는 천사와 인간, 신과 악마, 죄와 구원이 살아 움직였고 보이지 않는 진실이 반짝였다.


그의 언어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깊고 무거웠다. 그는 시를 노래가 아니라 고백으로 썼다. 삶의 고통과 신의 침묵, 인간의 오만과 선택의 비극을 담아낸 시인은 모든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된 존재’라는 가혹한 진실을 들려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밀턴은 말년에 시력을 잃었다. 세상이 점점 어두워지는 순간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눈앞의 장면을 그릴 수 없었기에 마음의 눈으로 천상의 전쟁과 인간의 타락을 그렸다. 그에게 ‘낙원’은 잃어버린 시력처럼 돌아올 수 없는 것이었고 ‘실낙원’은 그런 상실을 직면한 영혼의 기록이었다.


그의 딸은 아버지의 시를 받아 적었다고 한다. 어두운 방에서 밀턴은 딸에게 시를 낭독했고 그녀는 조용히 펜을 들었다. 그 장면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침묵 속에서 태어난 시어들은 별처럼 고요한 절망 위에 빛났다.


[실낙원]은 천사의 반역과 인간의 타락, 에덴의 상실을 그린 서사시다. 하지만 이면에는 더 깊은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선택’의 무게와 ‘결과’의 불가피함이다.


사탄은 “Better to reign in Hell than serve in Heaven(지옥에서 지배하는 것이 천국에서 섬기는 것보다 낫다)”라고 외친다. 인간은 뱀의 유혹 앞에서 갈등하고 선택한다. 낙원은 순간 사라지고 인간은 시간 속으로 추락한다. 이 책은 말한다.


"모든 위대한 비극은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비롯된다."


“The mind is its own place, and in itself can make a Heaven of Hell, a Hell of Heaven.”

"마음은 자체로 하나의 장소. 천국을 지옥으로, 지옥을 천국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문장은 인간 내면의 자유를 드러낸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실낙원]은 종교적 교훈을 넘어선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속삭인다. 당신이 어떤 길을 택하든 끝에는 책임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고.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명예를, 누군가는 자존을 택한다. 하지만 선택은 반드시 상실을 동반한다.


현대의 우리는 끝없이 선택한다. 클릭 한 번, 말 한마디, 마음의 기울기 하나까지. 그리고 선택의 결과는 다시 우리의 세계를 조금씩 바꾼다. [실낙원]은 그런 현실을 조용히 비춘다. 낙원은 어쩌면 한순간의 무지, 혹은 욕망으로 잃어버린 것이며, 다시 찾기 위해서는 고통의 시간을 건너야 한다고


밀턴은 마지막에 희망을 남긴다.

"낙원을 잃은 인간은 상실을 통해 더 깊은 사랑과 더 높은 의지를 갖게 될 수 있다."


그것이 “낙원 회복”의 여정이다. 여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 언제든 실낙원에서, 다시 빛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Henry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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