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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우 Aug 08. 2019

디자이너는 과연 디자인만 해야 할까?

DESIGNER의 의미


동료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직업에 대한 고충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느 직업이나 그렇듯이 당연히 각자의 고충이 있는데, 디자이너들의 고충 중에 재미있는 고충이 하나 있다.
내 지인인 디자이너 A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자.



"이번에 클라이언트에게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받았는데,
내가 낸 시안이 마음에 안 든대. 그러면서 폰트를 키워달라고 하고,
배경 컬러를 레드로 바꿔달라고 하고, 제품에 대한 모든 설명을 넣고 싶어 해.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의뢰대로 디자인을 수정했더니
이 세상 작업물이 아니게 되었어."


이러한 사연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사실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린다)
생각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클라이언트의 의견에 짓눌려 논리적인 설득을 하지 못하고 결국 오퍼레이터가 되고 만다. 그렇게 오퍼레이팅 된 제작물은 결국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둘 다 마음에 들지 않고, 제작 효과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마치 이런 느낌.....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는 우리는 모두 비판매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 예시로 든 디자이너 A도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비판매 세일즈(어쩌면 전통적 세일즈일 수 도 있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디자이너 A는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바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디자인하였고, 결국은 요구한 바를 다 맞추어 디자인을 납품하였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 누구도 결과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였고 'Lose-Lose'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자~ 자 진정하시고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디자이너의 역할은 의사와 유사하다

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가져야 할 태도를 설명하면서 매번 '의사'에 비교를 하곤 한다.
환자는 의사를 찾아갈 때 몸의 이상 증상을 들고 찾아간다. 배가 아프다, 이가 시리다, 계속 기침을 하고 가래가 나온다...라는 증상을 의사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의사는 환자가 말한 증상들을 토대로 이 환자가 '왜'아픈지 이유를 찾아낸다.


클라이언트들도 디자이너에게 이상 증상을 들고 찾아간다. '폰트가 작아 보여요', '배경이 레드였으면 좋겠어요' 등등의 증상을 들고 찾아오면 디자이너는 이 단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에 앞서, '문제 찾기(Problem identi-fication)'을 해야 한다. '왜 폰트가 작다고 생각했을까?', '왜 배경이 레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제품이 강조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숨은 의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문제 찾기'가 완료되면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명확한 길이 보인다. '디자이너'나 '의사'나 '세일즈맨'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다. 판매자로서 항상 구매자와 동등하거나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때문에 더 좋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모른다면 문제 해결 능력은 헛발질이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내용이 수도 없이 너무 많았다.
나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비주얼 구현' 능력보다 '설득'의 능력이 필요함을 여실이 느끼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일즈의 A/B/C는 그대로 나의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거나, 심지어 모두가 인정하는 극악 난이도인 점심식사메뉴를 정할 때도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로 세일즈의 바다에서 살고 있었고,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디자이너로 살아가야 할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표지는 이렇지만..... 읽으면 꽤 재밌다는

이 글은 '브랜드 보이'님이 리딩 하는 '팔리는 브랜드' 트레바리에서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를 읽으며 써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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