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버헨리 Nov 05. 2024

NRC 레벨, 퍼플이 눈앞에...

마라톤 대회 끝나고 일주일을 푹 쉬었다.

인터넷에 보면, 리커버리 런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리커버리 런이란 원래 없고, 리커버리(회복)만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풀코스 도전 그리고 한 달 간격의 두 번의 풀코스 레이스를 하다 보니, 심신이 많이 지쳐 있어서 일주일을 그냥 푹 쉬었다. 사실 대회 후에 근육의 피로도 많이 쌓이지만, 면역력도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일주일을 쉬면서도, 사실 나가서 뛸까 / 아 귀찮아 / 뛸까 / 아 귀찮아를 수없이 반복했다. 러닝 며칠 쉰다고 누가 혼내거나 꾸중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조바심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바야흐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추워지기 전에 이 좋은 날씨에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주말에 대회 후 첫 러닝을 했다. 일주일을 쉬고 뛰었는데, 초반에 다리가 무척 가벼웠다. 푹 쉬어서 근육이 쌩쌩한 그런 느낌이 아니라 마치 어제 뛰어서 근육이 풀려서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주일 만이지만, 뛰는 느낌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1km쯤 뛰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 비소식 없었는데... 내일 새벽부터 비 온다고 했는데.. 이게 뭐지... 지금은 저녁 6시인데....


바람막이도 아닌지라, 우중런 준비도 안 했는데 이럴 땐 참 난감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오는 우중런은 반갑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왔는데 우중런을 맞닥뜨리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주변에 산책하던 분들도 분주히 총총걸음으로 비를 피하러 뛰어다닌다. 아, 나는 어쩌지? 10km를 뛰려다 5km로 목표를 급수정하면서 뛰는데 다행히 비가 10분 정도 내리다가 멈춘다. 결국 이왕 젖은 몸뚱이를 이끌고 10km를 채웠다.


이번 주, 이번 달 첫 러닝은 그렇게 10km로 끝났다. 사실 러닝앱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바로 러닝 마일리지이다. 러닝 페이스니 심박수니 케이던스니 하는 것들은 사실 그날 그날 하루에 끝이 나는 기록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바뀔 것도 아니고, 다음 러닝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러닝 마일리지는 다르다. 과거의 기록에 더해지고 더해지기를 반복해서, 이번 주, 이번 달, 올해,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러닝 하면서 쌓은 총 거리수와 시간이 누적된다. 생각해 보니 러닝 페이스도 평균으로 누적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평균으로 누적이 되는 변수와 오롯이 더하기의 합으로만 이루어지는 변수는 엄연히 체감하는 무게감이 다르다.


나는 보통 월누백(월 누적 100km)를 기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작년 5월부터 이를 꾸준히 지켜 나가고 있다. (약간의 무릎부상이 있었던 작년 9월만 100km를 채우지 못하고 80km를 채웠다.) 그래서 월말인데 60km 남짓 뛰었으면, 남은 기간은 부지런히 더 열심히 뛰고는 한다.


월누백이 단기적 관점에서의 동기부여라면, NRC(나이키 런클럽 앱)에는 장기적 관점의 동기부여 데이터도 있다. 바로 NRC레벨이라는 건데, 누적 거리에 따라 러닝 레벨이 7단계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0~49.99km는 옐로우 50~249.99km는 오렌지, 15000km 이상은 볼트 레벨이다. 레벨 순서대로 한다면, 옐로우 / 오렌지 / 그린 / 블루 / 퍼플 / 블랙 / 볼트 이런 순이다. 나는 지금 블루 레벨 단계로 총 누적 마일리지가 2450km이다. 50km만 더 뛰면 그다음 레벨인 퍼플 레벨이 되는 것이다.


나의 러닝 루틴대로라면 11월인 이번 달 안에 퍼플레벨이 거의 확정적이다. 안 그래도 마라톤 대회가 끝나서 몸과 마음이 느슨해졌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레벨업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일단 앞으로 3-4번의 러닝은 퍼플 레벨만 바라보고 뛰면 된다.


내가 다른 러닝앱을 써본 적은 없지만, 아마 다른 러닝 앱에도 비슷한 류의 메뉴가 있을 것 같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각종 SNS에 좋아요 기능과 견줄 만큼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러너에게 가장 절망적인 순간은 부상을 당할 때가 아니라, 러닝 하다가 러닝앱이 작동되지 않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러닝앱 못 잃어!

매거진의 이전글 마라톤 풀코스 두 번 완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