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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Lee Apr 08. 2020

반 발자국만 앞서는 아이템이 성공한다.

남들보다 반 발자국만 앞으로, 전진

2001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관련 박람회였던 컴덱스(Comdex)의 오프닝 키노트 스테이지에서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인 빌 게이츠는 5년 안에 태블릿 컴퓨터 형태의 장치들이 컴퓨터 시장을 장악할 겄이라고 예측하였다. 하지만, 그러부터 자그마치 9년 후,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기 전까지 태블릿 컴퓨터들은 시장에 큰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였고, 결국 애플에게 실질적으로 태블릿 시장을 빼앗기고 말았다. 20년이 지난 현재, 빌 게이츠의 예측대로 태블릿 장치들은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게 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 들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19세기 말 출시된 전기 자동차 - Wikimedia 제공

시대를 앞서간 아이템들은 결국 그 시대의 비극으로만 끝이 난다. 즉, 시대가 아이템의 위대함을 결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업 구상 시 사업 아이템이 왜 지금 실행되어야 하는지 되물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실리콘벨리의 전설적인 투자사인 세콰이어 캐피털 (Sequoia capital)은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항상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한다. "왜 지금이어야 하지요?" (Why now?) 세콰이어의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은, 왜 그들의 아이템들이 아직까지 성공하지 않았고, 왜 지금이 기회인지 설명해야 한다. 


시대를 앞서간 아이템들은 결국 그 시대의 비극으로만 끝이 난다.

시대는, 정확히 말하면,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아이템들을 창조해 내고, 또한 기존에 호응을 받지 못한 아이템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기존에 호응을 받던 아이템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2008년, 테슬라는 로드스터 (Roadster)라는 전기차를 시중에 출시하고, 전기차는 그 순간부터 대중의 열광을 받게 된다. 심지어 타임 매거진은 로드스터를 2008년 최고의 발명작 중 하나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새로운 발명작이 아니었다. 19세기 말 전기차들은 이미 시중에 출시되어 있었고, 90년대 말부터 이미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개발을 시도했지만 하나같이 모두 상용화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렇다면, 왜 테슬라는 전기차를 상용하는 데 성공했을까? 



물가상승을 반영한 원유 가격 수치 - InflationData 제공


2008년, 원유는 역대 최대치의 가격을 기록하게 된다. 당시 막 불경기에 접어든 미국 소비자들은, 천장을 뚫고 뛰어오르는 기름 가격에 더 이상 생활비를 의존하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화제가 된 지구온난화 이슈는 2006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극치에 다르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출시된 테슬라의 로드스터는 미국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상용 전기차였을 뿐만 아니라 한번 충전에 300 킬로미터 이상 운행할 수 있는 첫 번째 전기차였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들은, 테슬라를 자동차 업계에 간판을 걸어줄 뿐만 아니라, 몇 년 후 테슬라를 미국 최고 시가총액의 자동차 제조사로 만들어 주었다. (자동차 업계를 탄생시킨 포드사를 제치고 말이다). 


그렇다면, 왜 유일하게 테슬라만 이러한 왕관을 집어 들 수 있었는가?


1990년대부터 미국 정부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친환경 적인 자동차를 제조할 겄을 요구 했고, 이에 맞추어 도요타, 크라이슬러, 포드, GM, 혼다, 그리고 니산 등 거의 모든 제조사들은 전기차를 개발하고, 또한 출시도 하였다. 하지만 90년대 당시 원유 가격은 크게 급증하지도 않았고, 또한 당시 출시된 전기차들은 한번 충전에 100마일 (160킬로) 이상 운행이 힘들었다. (당시, 평균 미국인들은 출퇴근 시 왕복 100마일 정도를 이동했기 때문에 운행거리가 100마일 이하인 전기차는 현실적으로 사용이 불가했다). 테슬라는 1990년대와 2000년도 초기 당시 현실적으로 상용화되기 힘든 가격의 리튬 이온 (Lithium-ion) 배터리를 장착하여 200마일 (320킬로) 운행을 달성하였다. 기존 전기차들에 사용된 니켈-수소 (NiMH) 배터리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은 충전력과 수명을 자랑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당시 값비싼 노트북이나 조그마한 가전제품 안에 소규모로 쓰이는 고가품이었고, 개인 자가용에 사용되기에는 (2008년 당시에도) 너무나 값비싼 품목이었다. (실제로 초창기 테슬라 로드스터는 이러한 이유에 당시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었고,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일정한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이러한 배터리를 사용하여 실용적인 전기차가 출시될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만, 테슬라만이 이러한 불가피한 결과를 먼저 예측하였고, 이러한 모든 환경이 갓추어진 완벽한 타이밍 때 시장이 요구하는 그러한 전기차를 상용할 수 있었다.


상용되는 자가용들의 개발은 평균적으로 5년에서 7년이 소비된다. 정부들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안전 실험과,  허가증, 그리고 엔진 밑 차체의 개발, 그리고 부품들의 공급망 관리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5~7년이라는 기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다. 실제로 테슬라는 2003년도에 시작된 회사로, 로드스터를 상용하는데 이러한 기간을 거쳤다. 즉, 테슬라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아직 전기차에 사용되기에 현실적인 가격대가 되기 반 발자국 전에 움직였다. 물론, 그 아무리 엘론 머스크 라도 2008년도에 그렇게 원유가가 폭등할 거라는 예측을 5년 전에 할 수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치솟는 원유가를 보고 아마 로드스터의 출시를 서둘렀을 겄이다 (실제로 2008년에 발표된 로드스터는 2009년 여름까지 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을 보고 그제야 전기차 개발을 재시작한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은 거의 10년이 되도록 200마일 운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전기차를 출시하지 못하고, 결국, 테슬라는 1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간 동안 소비자 전기차 시장을 독점하였다. 이렇게 테슬라의 반 발자국은 자동차 업계의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처음에 소개된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예제로 돌아가 보자. 2001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하지 못했던 태블릿 컴퓨터의 대중화를 왜 2010년, 애플은 성공하였을까?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내놓은 윈도즈가 장착된 태블릿 컴퓨터와 애플의 아이패드는 우선 목표 용도부터 차이가 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컴퓨터는 휴대용 업무 장치로 개발이 되었다. 노트북 컴퓨터처럼 말이다. 실제로 (지금 현재까지) 이러한 태블릿 컴퓨터 들은 업무처리를 위한 기능들과 성능이 탑재되어 있다. 반면에 애플의 아이패드는 정보 섭취 장치 (consumption device)로 디자인되었다. 즉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다기보다는, 제공되는 (동영상,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 정보를 더 큰 화면에 서 손쉽게 섭취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휴대로 동영상이나 소셜미디어를 섭취하는) 용도는, 실질적으로 2007년 애플의 아이폰과 2008년 3G 휴대폰 데이터 네트워크의 출시 이후로 생겨나게 되었다. 아이패드가 출시되던 2010년도 당시, 모든 인터넷의 정보는 휴대하기 편리한 모바일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었고, 또한 새로 탄생한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들로 인해 작은 화면에서 쉽게 섭취하기 쉬운 정보들이 봇물처럼 쏟아 나오기 시작하던 때이다. 이러한 때에, 휴대하기 불편한 두꺼운 몸체나 키보드, 트랙패드 따위를 제거한 가벼운 아이패드는, 당시 시장이 요구하는, 그러한 아이템이었다. 그 당시 이미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던 윈도즈 기반의 태블릿들은 트랙패드나 키보드가 없이 작동도 불가능했고,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패드와 비슷한 정보 섭취용 태블릿 장치를 2007년 이전에 내었어도 시장은 아직 그러한 장치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2010년 애플의 아이패드의 성공과 2001년 출시된 마이크로 소프트의 태블릿 장치들은 전혀 다른 목적의 기기들이고, 서로의 성공과 실패에 관련이 없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적절한 시기에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해주는 유일한 기기였을 뿐이다.


2000년도 초기,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전 세계 모든 기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에 실질적 독점권 (monopoly)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독점권은 마이크로소프트 사라는 기업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상대로 협박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반면에 애플은 당시 꺼지는 등불처럼 이미 존재감이 없는 기업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07년, 3G 데이터망의 출시 시기와 맞추어 발표된 아이폰과, 그리고 2010년 인터넷의 휴대화에 맞추어 출시된 아이패드를 바탕으로 애플은 이러한 어마어마한 독점권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시대와 그에 얼맞은 아이템들은 거인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템은 아이템 자체만으로는 빛을 바라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의 변화, 공급망의 변화, 그리고 기술의 변화에 반영되어 신의 한 수를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당신의 아이템을 분석할 때 꼭 물어보자.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당신이 반 발자국 앞서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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