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보지 않은 출구로

프롤로그: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향하는 입구다.

by 헤오


나는 아직 나를 모르는 것 같아.


나의 20대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가진 나'를 추구하던 시기였다. 스카이 중 한 대학교 합격증을 거머쥔 날, 대학만 좋은 데 가면 된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내 인생은 앞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 1등급의 수능 성적표, 입학 성적 우수 장학생 선정. 20살의 나는 말 그대로 기고만장했다.

넘치는 자기애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위풍당당 상경한 그날부터, 나는 끊임없이 나의 평범함을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남의 시선에서 훌륭해 보이는 내가 되려 애썼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이 말을 좋아했다. "태양을 보고 던져야 달에라도 떨어진다."

목표는 말도 안 되게 높게 세워야 높은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그런데 만약 태양을 보고 던졌는데 달에만 떨어지는 일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자기혐오가 고개를 든다.

'왜 나는 태양에 닿지 못하는 걸까?'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그 사람들을 동경하며 그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 20대 내내 달렸다. 3-4살이 많은 언니, 오빠들이 가득한 마케팅 학회에 뛰어들었고, 그들과 함께 전략을 구상하며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대기업 2곳, 스타트업 1곳에서 인턴을 했으며, 결국 남들이 모두 아는 대기업의 마케터가 되었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성과, 평판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 입사라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공적인 커리어패스였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도 끝없는 자기혐오와 싸웠다. '내가 진짜 가고 싶던 기업은 여기가 아니었는데...', '대학교 때 놀기만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보다 연봉이 훨씬 높네.', '쟤는 저런 고급스러운 취미를 갖고 아는 것도 많아졌는데, 나는 아직도 SNS나 보면서 킬킬대고 있네.', '왜 저 기회는 나한테 안 올까?'


20대를 내내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달려왔는데, 점점 더 이상 달리지 못할 것처럼 숨이 막혔다. 결핍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분명 나를 성장하게 했지만, 나를 갉아먹기도 했다. 어느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거... 내가 원하는 게 진짜 맞나?'


30대가 되어 나는 비로소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제 나를 좀 사랑하는 것 같아.


그렇게 나는 5년 차 대기업 대리라는 명함을 놓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출구로 나왔다.

그곳에는 30대 마케터의 개발자 전환기, 새로운 여정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