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개발자 지망생, 첫 발을 내딛다.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퇴사 전부터 어떤 경로로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서칭을 거쳤다. 최초 계획했던 옵션은 다음과 같다.
1안) 싸피 (삼성SW아카데미) + 국내/해외 취업
2안) 해외 Second Degree Program 이수 또는 해외 부트캠프 + 해외 취업
3안) 싸피 + 해외 학위 수료 + 해외 취업
당시에는 해외 취업에 대한 마음이 더 컸다. 싸피나 기타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나면 한국나이로 빨라도 32살인데, 32살의 여자 신입을 채용하는 곳이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워낙 인턴 경험을 쌓고 오는 신입들이 많아 신입 나이가 전반적으로 올라갔지만, 26세의 내가 취업준비를 할 당시만 해도 나는 이른바 '취업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나이였다.
실제로 학교 커뮤니티에서 한 대기업의 나이/성별을 기준으로 서류 합격 여부에 대한 익명 투표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남성 28세, 여성 26세 이후 나이로는 불합격이 100%인 투표 결과를 보며, 한국사회가 나이라는 숫자에 얼마나 많은 제약을 부여하는지 실감했다. '나는 아직 젊다!'라고 외치며 퇴사했지만, 나이에 대한 한국사회의 벽은 나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막상 바로 해외로 가기에는, 처음 배우는 분야를 영어로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특히 유학생에게는 배로 비싼 학비와 생활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SSAFY(삼성청년SW아카데미)에 우선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1. SSAFY를 선택한 이유
싸피는 4기 모집 무렵 SNS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지원 조건에는 ① 만 29세 이하 ② 지원일 기준 미취업상태라는 두 가지 큰 제한사항이 있었다. 개발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합격 여부가 불확실한 싸피에 도전하는 것이 불안해 망설였다. 그렇게 흐지부지 시간이 흘러 싸피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조금씩 개발 공부를 해본 결과 흥미와 적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퇴사 후 싸피만을 위해 달려가기로 결심했다.
싸피는 비전공자인 나에게 정말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① 월 100만 원씩 지원금 지급(+중식/간식 지원 포함) ② 6개월 이론 학습 + 6개월 프로젝트의 실무 적합형 커리큘럼 ③ 각종 취업 지원(싸피 특별 채용, 현직자 강연, 취업 컨설턴트 지원 등)까지...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원하는 만 29세의 비전공자에게 싸피는 마지막 기회 같이 느껴졌다.
2. SSAFY 지원을 준비하며
싸피의 전형은 비전공자 기준으로 적성진단 시험, 에세이, 인터뷰 3단계로 진행된다. 당시 만 29세, 한국나이 31세 나이였기 때문에 이번 전형에서 떨어지면 다음 기회는 없는 상황이었다. 퇴사 후 조금은 쉬고 싶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적성진단 시험이 GSAT과 비슷하다는 말에 오랜만에 GSAT 책을 구입해 풀었고, 알고리즘을 문제를 위해 파이썬 공부와 개발 공부를 병행했다. 앞선 전형들을 통과한 후 인터뷰를 앞두고는 엑셀에 예상 질문과 답변을 미리 정리해두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 취업준비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를 했었던 것 같다.
3. SSAFY 지원, 쫄지마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싸피의 전형은 일반 취업 전형에 비하면 정말 수월하다. 과도하게 준비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평이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싸피는 교육생을 선발하는 면접이다. 현재의 실력보다는 배움에 대한 열의, 9 to 6의 수험생 같은 교육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 수많은 프로젝트를 위한 협업 능력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퇴사하고 좀 놀면서 해외여행 다녀왔지...)
혹시 싸피 지원을 고민하는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쫄지 말고 본인의 열정과 가능성을 어필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정량적 스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위에 SKY 출신 친구가 떨어지는 것도 봤고, 실제 입과 후에도 출신 학교는 정말 다양했다. IT에 대한 명확한 관심과 열정이 가장 중요한 합격 포인트다. 간절하다면 분명 될 것이다.
최종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결과가 발표되었으니 사이트를 확인해 달라는 문자였다. 취업 면접 결과를 확인할 때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회한 페이지에 떠있는 "합격" 두 글자에 안도감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드디어 개발자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