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가 싸피에서 개발자로 성장하는 법 (1)

배움은 삶의 해상도를 높여준다.

by 헤오

SSAFY(삼성 청년 SW아카데미, 이하 싸피)에서의 이야기는 총 두 편에 걸쳐 담아보려고 한다. 비전공자로서 겪은 솔직한 후기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싸피는 삼성에서 운영하는 SW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2학기로 구성된 1년간의 집중적인 개발자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1학기는 비전공자(파이썬, 자바)와 전공자(자바, 임베디드, 모바일)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기본 웹 개발 공통 교육을 시작으로, 각 트랙별 심화과정이 이어진다. 2학기에는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 섞여 총 3개의 프로젝트(공통, 특화, 자유)를 수행한다. 매 프로젝트마다 반과 팀이 새롭게 구성되고, 처음 두 프로젝트에는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각각 2-3명씩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6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배포, 그리고 발표자료와 홍보영상까지 완성해야 하는 매우 강도 높은 일정이다.




나는 비전공 자바 트랙으로, 1학기 교육과정은 웹 개발과 알고리즘에 대한 모든 기초를 훑고 지나간다. 다루는 내용만 해도 Web(HTML, CSS, JS), Java, Spring, 알고리즘, DB, Vue 등 정말 방대하다. 그러다 보니 압축하여 진행되는 부분이 많았고, 강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별도의 학습과정이 필수였다. 이때, 집 근처 독서실까지 끊어서 수업이 끝나면 혼자 공부하며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기초 수업이다 보니 오래된 기술부터 최신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하는데, 힘들게 이해하고 나면 ‘이제 이 방법은 안 씁니다~’하고 다른 새로운 방법을 가르쳐줘서 솔직히 멘붕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결국 전체적인 구조를 잘 이해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그리고 몰랐지… 회사에서 그것보다 더 오래된 자바를 쓰게 될지..)


싸피 이전,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로드맵을 그리기가 어려웠다. 프론트앤드를 할지, 백앤드를 할지부터 고르지 못했다. 또 각 분야 별로 언어와 기술은 왜 그렇게 다양한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나한테 잘 맞는 게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많은 사람들이 로드맵을 정리해 놓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와닿지 않는 설명들이었다. 마치 거대한 세계관의 게임에 레벨 1로 튜토리얼 없이 던져진 기분이었다. 싸피는 바로 그 튜토리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웹 개발 전반을 경험하는 1학기 커리큘럼은 어떤 기술이 나와 맞는지 그야말로 ‘찍먹’해볼 수 있는 기간이다. 매주, 매월 단위로 퀘스트 깨듯 시험을 보고 나면, 어느 순간 개발에 대한 감이 잡힌다. 싸피는 모든 것을 쉽게 떠먹여 주는 친절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미친 듯이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그 지식들을 진정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개인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튜토리얼만으로 고레벨에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싸피는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길러 준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개인 시간을 투자해 공부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 더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고, 검색하고, 또 동기들과 토론하면서 지식을 쌓아간다. 개발자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고들 한다.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습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오랜만에 고3 수험생 마냥 쉼 없이 공부하다 보니, 잊고 있었던 '학습하는 힘'이라는 것이 길러졌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컴퓨터랑은 영 친하지 않아서…’, ‘나는 이런 건 잘 못해서 네가 해 줘.’라며 배움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도 계속 회사를 다녔더라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은 피하고, 익숙한 것만을 찾게 된다. 30대에 새롭게 시작한 싸피 생활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꿔줬다. 앞으로 나는 평생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런 자세. 잊고 살아왔던 ’스스로 학습하는 힘‘과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인생에서 배움의 과정은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꼭 개발이 아니더라도, 6개월간 치열하게 스스로 학습했던 경험과 그 성취는 앞으로 살아갈 삶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세상에 배울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 많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배워보니까 별로 어렵지 않고, 즐겁더라고요.


아래, 치열해서 즐거웠던 1학기 사진 조각들을 공유해 봅니다.

(1) 처음 동생 집에서 좌식 테이블에서 공부… 좌식이라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고3 이후 처음으로 독서실을 다님 (2) 사원증 같은 학생증
수업 풍경 코로나 때문에 철저한 칸막이
(1) 오프라인 수업 때마다 여기저기서 간식 주던 귀여운 친구들 (2) 서울에 집 구하기 너무 힘들었다… 드디어 허리 펴고 집에서 공부 시작 (3) 친구들이 생파도 해줌


(1) 쓰리 모니터까지 써가며 밥 먹고 코딩만 한 관통 프로젝트 (2) 나의 첫 웹서비스 화면.. 처음 치고 잘했어!
그래서 최우수상도 받았답니다 후후
싸피에서 제일 크게 남은 건 이 친구들! 우리 스터디 친구들.. 다들 너무 똑똑하고 착하고 재밌다! 덕분에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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