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자

나에게 상처 주지 않는 하루가 되게 노력하자

by 허훈

"저 자식이 끼어들어!"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외마디 비명이었다. 평소 웬만해서는 소리 지르는 일이 없는 내가, 그만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속도를 올리던 그 차량을 향해 격렬한 짜증을 표출하고 말았다. 아침 출근길,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비집고 들어온 그 차량 때문에 급정거를 해야 했고, 아슬아슬한 사고를 면했다는 안도감보다 치솟는 화가 더 컸다.


핸들을 잡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머리끝까지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에 정신이 아득했다. 순간 욱하고 올라온 감정은 이미 나를 집어삼키고 난 후였다. 아까 끼어든 운전자는 이미 저만치 사라졌는데,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분노의 잔해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이렇게 화를 내면 누가 아플까?


문득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화를 냈다고 해서 무례하게 끼어든 그 운전자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그는 아마 내가 이렇게 분노에 휩싸여 있는지도 모르고, 라디오를 들으며 유유히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도로? 도로는 그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의 조합일 뿐, 내 감정에 상처받을 리 없다.


결국 이 끓어오르는 분노와 그로 인한 통증을 온전히 받아내는 사람은, 도로도, 끼어들고 앞서 가버린 운전자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뼈아픈 진실을 마주했다. 아침부터 솟구친 짜증은 내 하루의 시작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불쾌한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 마음속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고,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 때문에 예정된 일정도, 오늘 처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도 이미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군가의 무례한 행동은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나의 문제는 아니다. 그가 운전 매너가 없든, 오늘 아침 기분이 안 좋든, 그것은 그의 상황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의 행동 때문에 내 소중한 아침을, 그리고 내 정신 건강을 망치고 있는가? 타인의 부족한 점을 나의 분노로 벌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는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은 언제나 경직되어 있었다. 아침 출근길은 당연히 막히는 것이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모든 것이 나의 생각대로 완벽하게 통제되기를 바랐다. 내 기대와 어긋나는 순간, 곧바로 분노라는 딱딱한 방어막을 쳤던 것이다.


딱딱한 것은 부러지기 쉽다. 강풍이 불면 꼿꼿한 소나무보다 바람에 따라 유연하게 흔들리는 갈대가 살아남듯이, 인생의 크고 작은 풍파 속에서 내 마음도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타인의 실수, 예측하지 못한 상황, 작은 불행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날을 세우고 싸운다면, 결국 상처받는 것은 내 마음뿐이다.


유연한 마음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곧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태도이며, 불필요한 분노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지혜이다.

'어~ 끼어들어. 위험했지만 사고는 안 났으니 다행이다.'

'엄청 급한 사정이 있나 보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으니깐.‘

'휴~ 저러다 먼저 가지....‘

'내가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아. 이 감정을 흘려보내자.‘


이런 생각의 전환은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대신, 잔잔한 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이처럼 마음의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연습이야말로, 매일 아침 내가 다짐해야 할 가장 중요한 루틴이 아닐까?


깊은숨을 내쉬고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본다. 찌푸려진 미간, 굳게 다문 입술. 다시 한번 나에게 다짐한다.

오늘은 유연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자고. 길 위에서 만나는 무례함, 직장에서 생기는 오해, 삶의 작은 불일치들을 굳이 나의 문제로 끌어안고 상처받지 않겠다고. 단단함이 아닌 유연함으로, 모든 것을 흘려보내고, 내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겠다고.


내가 조절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이나 외부 상황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내가 온전히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 즉 '나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루를 가장 가치 있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의 유연성을 시험하는 수많은 순간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때마다 나는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는 갈대처럼 부드럽게 대처할 것이라고.


결국, 마음을 상처 입히는 것은 외부의 자극이 아니라, 그 자극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나의 경직된 태도이다. 오늘은 나에게 상처 주지 않는 하루가 되게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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