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말고 빼기

by 허훈

우리는 늘 채우는 것에 익숙하다.

지갑을 채우고, 일정을 채우고, 머릿속을 정보로 채운다.

'부족하다', '모자라다'라는 불안감은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여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며, 더 많은 지식으로 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너무 많은 것으로 가득 차 버린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 막힐 때가 있다.


어쩌면 진정한 풍요로움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 있을지도 모른다.


욕심날 때 쥐지 말고 펴기


인간의 욕심은 마치 밀물과 같다.

한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삼킬 듯 거세진다.

눈앞의 달콤한 유혹, 손에 넣고 싶은 간절함이 밀려올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고 움켜쥐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딱딱하게 굳은 손바닥을 천천히 펴는 연습이 필요하다.

쥐지 않으면 그 무엇도 내 것이 되지 못하지만, 역설적으로 쥐지 않음으로써 그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꽉 쥔 주먹은 언제나 긴장 상태이지만, 펼쳐진 손바닥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무언가를 가지려는 욕심 대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마음을 펼쳐내는 것, 그것이 마음을 가볍게 하는 첫 번째 비움이다.


정리할 때 사지 말고 버리기


집이든 사무실이든, 정리를 시작할 때 우리는 보통 수납할 공간을 늘리거나, 물건을 담을 예쁜 상자를 산다. 물건을 옮기고 분류하는 행위에 몰두할 뿐, 정작 본질적인 질문은 회피한다.

이것이 정말 내게 필요한가? 진정한 정리란, 새로운 수납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용기 있게 덜어내는 행위다.

옷장 가득 쌓여 있지만 입지 않는 옷들,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라며 쌓아둔 잡동사니, 이미 본 지 오래된 서류 뭉치들.

이들은 모두 내 삶의 공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잠식하는 무게추와 같다. 사지 않고 비워냄으로써, 우리는 물건의 노예가 아닌 삶의 주인이 된다.


운동할 때 힘주지 말고 힘 빼기


몸의 긴장은 마음의 긴장과 직결된다. 운동을 할 때, 우리는 더 많은 힘과 더 빠른 속도에 집착한다.

몸의 모든 근육에 힘을 주고 억지로 들어 올리려 할 때, 몸은 경직되고 부상의 위험만 높아진다.

숙련된 운동선수나 무술가들은 가장 힘을 빼고 이완했을 때 가장 빠르고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삶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이루려 안간힘을 쓰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힘줄 때, 우리는 오히려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다.

어깨의 힘을 빼고, 과도한 긴장을 내려놓을 때, 몸과 마음은 비로소 자연스러운 리듬을 되찾고 가벼워진다.


복잡할 때 생각하지 말고 생각 지우기


머리가 복잡할 때는 자꾸만 더 생각하려 한다.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를 풀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끌어모으고, 더 많은 가정을 세우고,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다.

하지만 생각의 과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고를 마비시킨다.

복잡할 때는 오히려 생각을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

잠시 펜을 놓고, 컴퓨터를 끄고, 모든 분석과 예측을 중단하는 것이다.

억지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순간, 불필요한 잡념의 안개가 걷히고 문제의 핵심이 놀랍도록 단순하게 드러난다.


나로 살고 싶을 때 채우지 말고 덜어내기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라는 그릇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운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비교 의식,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이 모든 것은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닌, 겉모습을 치장하는 불필요한 짐이다.

나답게 살고 싶다면, 이 무거운 짐들부터 덜어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해야 한다'라는 의무, 타인의 기대를 채워주려는 과도한 노력.

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냈을 때, 그제야 내 안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린다.

비로소 가짜 '나'를 버리고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된다. 네모난 교실에서 배우고, 네모진 아파트를 갈망하고, 네모진 납골당으로 가는 삶 속에 ‘나’는 존재할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자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건강한 몸. 이 꼭 필요한 것들을 빼고 나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대부분의 것들은 불필요한 것들이다.


욕심, 소유, 긴장, 과도한 생각, 타인의 시선.

이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덜어낼 때, 몸도 마음도 깃털처럼 아주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

덜어냄으로써 얻는 충만함,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삶의 미학이다.


이제, 움켜쥔 주먹을 펴고, 쌓아둔 짐을 내려놓고, 힘을 빼고, 잠시 생각을 멈추자.

가벼워진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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