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by 여니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숨죽여 우는 너의 목소리를 들었어.

우리 나이가 많이 들긴 들었나 보다. 10대 때 웃고 울었던 기억들과는 달리 너의 울음소리가 터트리지 못한 응어리들이 여기저기 고여있어.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모든 일들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시간이라는 참 웃기다 그렇지? 예전엔 시시콜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서로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그마저도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이 되어버렸잖아.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한 스푼,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욕심 한 스푼. 애석하게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크게 공유하질 않지. 가끔은 침묵으로 일관할 때도 있어. 철없던 시절엔 서로가 서로에게 어쩌면 가족보다 더 의지가 되고 함께라는 것만으로 든든했었는데 이제는 네가 힘들다 하는 푸념들을 들어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구나.


우린 어떤 어른이 될까?라는 주제로 갓성인이 됐을 때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하고 싶던 것들이 참 많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너는 어떤 것 같아? 네가 꿈꿔왔던 미래의 모습과 같니? 나는 생각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쉬움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 너무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려 노력해.


사실은 너 앞에서 티 내지 않으려 했던 우울감과 부정적인 것들이 한 번씩 술에 취해 와르르 무너져내려. 다음날엔 잘못했다는 죄책감에 몇 날며칠은 혼자 끙끙 앓곤 하지. 나도 아직 크려면 멀었나 보다. 아직도 어려운 것들이 왜 이리 많은 걸까? 해답이 정해져 있는 것들은 실행만 하면 되는데 왜 인간관계 앞에서 쉽사리 상처받고 걱정하고 눈치만 보는 건지..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나는 나다울 때가 가장 빛난다고 응원해 주는 말을 들으면 마음 한편이 고마우면서도 나다운 게 도대체 뭘까하며 다시 고민하게 되더라. 차라리 누군가라도 붙잡고 속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싶어.

그냥 요즘은 그때가 너무 그립다. 뭘 해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던 그 시절 우리.

나이, 세월, 어른이라는 단어 속에 신중함과 책임감은 잠시 잊고 마냥 웃고 떠들며 시시콜콜 별의별 이야기 나누고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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