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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Jul 12. 2024

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왜 떴을까?

맥락을 이해해야 대중을 사로잡는다 


최근 뉴진스의 일본 팬미팅에서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가 한국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영상의 베스트 댓글이 인상적이다. '하니는 단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끌어왔다'


두아 리파나 에미넴 같은 월드 스타가 와도 떼창이나 환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팬들이 하니의 무대에는 소리를 지르며 크게 환호했다. ‘푸른 산호초’ 무대는 일본 팬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됐고, 결국 하니가 일본 음악방송에 출연해 이 무대를 재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가 이렇게 화제가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푸른 산호초라는 곡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의 8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중 하나인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이다. 80년대는 일본 경제가 최고점에 이르러 일본 문화의 붐이 일어나는 시기였고, 마츠다 세이코는 이 시기에 데뷔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일본에 마츠다 세이코가 있었면 한국엔 강수지가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하니가 일본에서 ‘푸른 산호초’를 부른 것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가수가 콘서트에서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부른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 2000년대 버전으로 해석하면 아이유의 '좋은 날' 정도가 비슷한 느낌의 곡이라고 한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가 일본의 팬심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하게 보면 일본 국민 가수의 노래를 싱크로율 높게 커버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성공 비결은 치밀한 기획에 있다. 


비교적 최근 곡을 커버한 뉴진스의 민지 


뉴진스는 이번 일본 팬미팅에서 맴버별 솔로 무대를 일본 대중들이 익숙한 곡으로 특별 무대를 꾸몄다. 여기까지는 다른 아이돌들의 해외 투어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기획이다. 뉴진스는 여기서 하나의 특별함을 더했다. 바로 선곡이다. 민지의 '무희'나 듀엣 무대로 꾸민 'Bad Friend' 같은 최근 곡들과  일본 대중 문회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푸른 산호초'와 ‘Plastic Love’ 를 섞었다. 


마이애미 베이스 기반의 곡인 'How sweet' 


기성세대에 익숙한 것을 비틀어 요즘 세대에게 신선하게 보이는 게 만드는 것은 뉴진스가 가장 잘하는 방법이다. 뉴진스의 곡들은 1970-80년대 유행했던 음악을 현재의 느낌으로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Hype Boy'부터 'ETA' 'Super Shy' 그리고 최근의 'How sweet'까지 뉴진스는 과거와 현재를 믹스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아 왔다. 


뉴진스는 일본 팬 미팅에서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섞었다. 바로 일본 대중들의 향수다. 일본 대중문화의 황금기는 경제적으로 풍성했던 1980년대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일본인이나 그 시대를 교육으로 배운 젊은 세대 모두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 침체기를 살아오며 70-80년대 문화을 동경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도쿄돔을 뒤집어 놓으셨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나 혜인의 ‘Plastic Love’는 일본의 문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곡이다. 혜인의 'Plastic Love'는 무대에서 혜인 만의 스타일로 소화했지만, 하니의 무대는 마츠다 세이코의 무대를 최대한 원곡과 비슷하게 표현했다. 하니 본인도 팬들과의 소통 영상을 통해 원곡 무대 영상을 보면서 제스처까지 비슷하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무대 의상 역시 원곡 가수와 비슷한 분위기의 착장으로 원곡의 분위기를 담았다. 아티스트의 개인의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하니의 국적이나 나이를 고려해 보면 무대의 연출은 일본 대중들을 공략하기 위한 공연 기획자의 의도가 들어간 무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골적으로 일본 대중을 노린 연출과 일본의 국민 가수의 곡을 비슷하게 오마주 한 것이라 친일 논란 등이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호주와 베트남 혼혈인 하니가 가창하게 함으로 유연하게 논란을 피해 일본 무대뿐 아니라 한국 대중들에게 까지 큰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FR5T0pcw8

마츠다 세이코의 원곡 무대 모습


홍보나 마케팅에서 기업들은 대중에게 브랜드의 인상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대의 아래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홍보 활동에 대한 정보를 가득 담아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본의만 잘 전달하면 대중들은 움직일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마음은 쉽게 얻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대중이 살고 있는 사회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과 분위기에서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용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메시지도 어떤 콘텐츠와 어떤 상황에 내보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예민하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한 번 움직인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세심하게 다가갈 때 그들도 서서히 우리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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