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4) 콘텐츠 제작회사 대표 김벵거와의 대화
요즘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가 영상 편집이다. 누구나 영상 편집자가 될 수 있지만, 잘하긴 어렵다. 특히 유튜브 플랫폼이 핫해지며 영상 편집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스킬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편집자도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사람이기에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넘나들며 PD로 대표로 또 교수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김 벵거 씨는 영상 편집. 회사 대표도, 교수도 기본만 잘해도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벵거씨가 말하는 기본, 그리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벵거입니다. 36살이고 콘텐츠 제작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로 영상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네요.
아.. 교수라서 닉네임을 벵거라고 하셨군요. 아스날 파이팅입니다..!ㅎㅎ
아스날은 이제 파이팅으로 될 수준이 아니라서 슬픕니다 (….)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나 뉴미디어 플랫폼을 가리지 않습니다. 업무에 따라 기획, 채널 관리까지 하기도 하고 제작만 맡아서 하기도 합니다. 콘텐츠의 장르는 스포츠, 게임, 책, 이슈 등 다양합니다. 학교에선 영상 콘텐츠 제작 기본에 대해 수업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영상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거라고 보면 될까요? 쉽게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요!
‘영상’이라는 말이 빠져서 오해가 있을 수 있겠네요. 콘텐츠의 분류를 한다면 ‘영상’이고, 플랫폼은 간단하고 쉽게 생각하면, 그렇죠.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유튜브나 OTT 플랫폼, 각종 포털사이트 쪽에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니까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제작’이 되겠네요. 아마도 저희와 비슷한 회사는 특정한 플랫폼을 정해 놓는다기보단 영상 콘텐츠의 성격이 어떤 플랫폼에 가장 적절하게 적용이 되느냐를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서 일을 할 거 같아요.
학교에서 강연하신다고 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수업인지 알 수 있을까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강연은 아니고 정식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ㅎㅎ) ‘영상 콘텐츠 제작 기초’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진행했습니다.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해 이해하고, 어떻게 영상 콘텐츠 제작이 이뤄지는지 알아보고 직접 기획안을 세워서 영상을 만들어보는 수업입니다. 실제 영상 제작을 염두해 조별로 평가를 진행했더니 원성이 자자하더라고요 (…..)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그러게 말입니다(ㅎㅎ) 원래 지상파 케이블 채널 방송사에서 PD를 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서 PD를 안 하려고 했는데,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할 줄 아는 게… (ㅎㅎ) 이왕 할 거면 ‘하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이렇게 되었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창업을 하려면 우선,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ㅎㅎ)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것이, 창업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란 실로 각자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어마어마해서 뭐라 정의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처음 회사를 차리면서 생각한 건 이러한 과정을 어디선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까 말했던 사업자등록증 발급받기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과정이 분명 있을 텐데, 처음 접하는 저에겐 시작할 때 되게 막막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4명 중에 1명이라는데 ‘자영업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과정은 없으니까요. 이와 비슷한 것으로 ‘집을 구매하는 법’이라든가 ‘주식을 매매하는 법’ 등도 교과서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창업이 아닌 업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PD가 되었던 1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자기소개서->1,2차 면접 -> 인턴 3개월 -> PT면접 -> 최종면접을 했습니다. 글쓰기 시험도 인턴을 보면서 치렀고요. 촬영을 잘할 줄 알거나 편집을 할 줄 몰라도 괜찮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회사에서 배우고 일한 타입이라서요.
저는 PD는 무조건 영상도 잘 찍고 잘 편집할 줄 알아야 되는 줄 알았는데, 좀 의외네요
같이 일을 하면서 만났던 PD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보면 ‘촬영형’ ‘작가형’ ‘사무형’으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골고루 능력을 가진, 출중한 분도 있었지만요. 그리고 저는 ‘작가형’에 좀 더 가까운 PD였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PD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영상 편집자’라면 본인이 촬영도 할 줄 알고, 편집 능력도 있고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뭐, 저도 다 그럭저럭 가능은 합니다.(ㅎㅎ) 대체로 PD라면 할 거예요. 문제는, ‘편집자’가 아니라 ‘PD’라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상을 잘 만드는 건 결국 촬영을 잘하는 사람, 기획을 잘하는 사람, 대본을, 출연을, CG를, 사운드를 각각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하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할 줄 알아도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적재적소에 활용해서, 그게 모여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것.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이 PD라고 생각하거든요.
뉴미디어 플랫폼 시대로 넘어오면서 영상을 만드는 일이 대중화되고, 그만큼 자본의 투여가 점점 줄어들고, 그것이 기술의 발전과 노동력으로 대체되면서 ‘혼자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게 되는 거죠. 그러나 그것은 ‘기술자’에 가깝고, 그 이상의 일을 하는 것은 그다음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가장 즐거웠던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어느 한순간이 떠오르진 않네요. 다만 이 일은 결국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좋은 동기를 만나서 보냈던 시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시간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이것도 또한 결국 사람입니다. 회사에서 ‘가장 어른답지 못했던 어른’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가 있습니다. 물론 저의 잘못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 자기 회피, 꼬리 자르기 등을 연타로 겪고 나니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업의 특성상 그래도, 빅 이벤트나 행사를 많이 경험해보셨을 것 같은데, 재밌진 않으셨나 봐요 ㅠㅠ
아, 그렇죠. 예를 들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중계하러 간다던가. 올림픽을 경험한다던가 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긴 한데. 그렇지만 그 8만 명이 들어올 수 있는 경기장에서 9시간 동안 노트북으로 영상 편집을 한다던가, 28일의 기간 동안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고선 자신의 방으로 가지 못하고 끌려가 술을 마시며 선배들의 각종 무용담을 들으며 지내면….. (ㅎㅎㅎㅎ) 특별한 기억이긴 한데 재미있었다곤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아버지입니다. 성실하게 30년을 직장인으로 일하셨기 때문입니다. 첫날, 퇴근을 하면서 집에 오던 길에 생각했습니다. “와, 이걸 30년을 하셨다고?” 너무 아득했거든요. 지금 이제 막 1/3 지점을 지났네요.
아버지가 롤모델이라는 건 되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아버지가 롤모델인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물어봤던 게 있습니다. “지금 그 회사엔 10년 뒤에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니?” 생각해 보았죠. 있었습니다.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인간적으로, 삶의 태도가 좋았고 다른 한 분은 능력적으로, 나중에 저렇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분 다 저보다 먼저 회사를 나가시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결국 이 업에 있어선 롤모델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 질문을 받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롤모델은 아버지더라고요. 우선 굉장히 성실하셨고 책임감이 있는 분이시라. 효율을 강조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태도도 갖고 계셨고요.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셨을 때 후배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감사패를 동판으로 만들어 제작해 주셨거든요. 그런 걸 보면, 자식에겐 아니었지만 후배에겐 따뜻했던…(ㅎㅎ) 그리고 없는 말을 하거나 입에 발린 소리를 잘 못하셨던 것 같아요. 회사 회장이 아버지에게 어떤 일에 대해 물어봐도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혼자 별로라고 하셨대요. 그런 모습이 롤모델….이라서 쉽지 않습니다 (ㅎㅎ)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감. 예의. 성실함.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저에게 저에게 ‘착하고 성실한 것, 책임감’ 있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 말고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기본’이 없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연락 준다 하고 아무 대답도 없는 사람, 본인의 시간에 맞춰서 타인의 시간에 대한 배려 따위 없는 사람. 그냥 무례한 사람. 맡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않는 사람 등등. 다니던 곳을 나와서 한 회사의 대표가 되어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고요. 기본만 잘해도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연히, 같이 일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기준도 그러합니다.
직책은 대표시지만 PD로 답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요즘 유튜브 때문에 영상 편집이 대세잖아요. 벵거 씨가 보기에 좋은 영상 편집이란 어떤 걸까요?
이걸 다 적으려면 한 학기 수업 내용을 옮겨야 하는데(ㅎㅎㅎ) 한 가지만 고르자면, 좋은 영상 편집은 ‘끊임없이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영상을 만들 때부터 완성해 보일 때까지 생각을 멈추면 안 돼요.
이 영상을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만드는 나는 재미있나. 어떻게 만들까. 어디에서 촬영을 할까. 어떤 자막이 어떤 컬러가 어울릴까. 이 효과는 여기에 알맞을까. 이 음악을 사용하는 건 어떨까. 여기에서 이 컷이 붙는 게 좋은가. 이 효과음은 적절한가. 영상의 길이는 알맞나. 이 타이밍에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 등등. 만드는 나(우리)와, 영상과, 보는 당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좋은 영상 편집이죠. 그래서 그런 고민의 흔적이 있는 영상을 좋아하고요.
그렇게 수많은 고민을 해서 볼 때는, 보면서는 이러한 고민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 그냥 재미있게 혹은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게 최고의 영상 편집이 되겠네요.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안정과 성장.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가 늘 고민입니다. 대표라는 생각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즐겁게- 면 좋겠다고 시작했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느낀 건 함께 같이 간다 하더라도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모자란 사람이라 더 나은 대표가, 어른이,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늘 고민입니다.
저도 대표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조직에서 높은 직책에 있었던 경험이 었어서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지금은 한 회사에서 아래 2-3명의 부사수를 두고 있는데도. 싫은 소리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제가 고민하는 지점과 벵거 씨가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한 부분이라고 봐도 될까요?
본인이 어떤 타입의 리더, 이끌어가는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PD일 때도 그랬거든요. 같
이 함께 하는 이에게 판을 깔아주는 마당놀이형 스타일인지, 아니면 명확한 방향 설정 후에 나를 따르라고 하는 나폴레옹 스타일인지. 물론 이 외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겠죠.
그래서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파악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진단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자란 건 채워나가면 되죠. 아, 다만 내가 어떤 스타일이든지 간에, 인간에 대한 예의는 무조건 지킬 것, 그리고 최대한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건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타인의 대한 상상력이요.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후회하고 걱정하고 즐거워하고. 원래 회사를 만들었을 때 40살까지 버티는 것이 목표(…ㅎㅎ)여서, 5년 뒤면 40살이 넘어가는데…..!
Q10. 본인에게 일이란?
즐거웠으면 좋겠는 것. 재미있으면 좋겠는 것. 내가 함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도 의미가 있으면 좋겠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