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9) 인사팀 직원 A씨와의 대화
당신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거나, 첫 출근을 하면 처음 만나는 직원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인사팀 직원들이다. 회사의 크기를 막론하고 인사팀은 회사 내 필수 조직이다. 인재 채용, 급여관리 등 드러나는 업무부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세한 업무들까지 인사팀의 업무는 광범위하다. 그리고 머리 큰 직장인들을 관리해야 하는 게 업무다 보니 스트레스도 심하다. 이렇게 치열한 인사 업무 속에서 무던한 성격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인사팀 A씨가 있다. 본인이 밥벌이를 잘해서 구성원들이 더 맛있는 거 먹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인사팀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혈액형이 A형인 A입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중소기업 광고대행사에서 인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사관리, 채용관리, 급여관리, 노무관리, 총무관리, 복지, 사내 이벤트 등 “인사(HR)”에도 분야가 다양한데 이전 직장에서는 모든 분야를 전반적으로 경험했고, 현재는 인사/노무/복지/이벤트 쪽을 담당하고 있어요.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선택했다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이 일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어떤 지향을 가지고 이 일을 하게 된 건 아니거든요. 막연하게 취직 잘 되는 학과라고 해서 경제학과에 갔지만 수학을 못하면 경제학은 절대 절대 응용조차 할 수 없는 학문이어서 대학 3~4학년 때는 내내 사회학과 정외과 수업 전전하며 전공학점을 채웠고 그러다 보니 뾰족한 전문성 없이 취업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그러다 첫 직장으로 SPA 브랜드 매장 관리직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은 건지 처음 배정받은 매장이 성수기 때 스탭이 70명가량 일하며 하루 매출 1억씩 내는 곳이어서 모든 것이 항상 빠르게 진행되고 업무량이 많은 곳이었고, 그다음 매장은 150평가량의 새로운 지점 오픈을 담당했는데 그때 완전 생 초보 스탭을 20명을 채용부터 교육, 실무 투입까지 하면서 정신없는 사회 초년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힘든 환경 속에서 멱살 잡혀 끌려가듯 매일 넓은 업무 범위의 일을 쳐내느라 스트레스가 엄청 컸지만 그때 경험이 운 좋게도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첫 스텝이 되었네요.
업무 범위가 정말 넓어서 직원 관리, 직원 교육, 상품관리(MD), 재고관리, 고객관리를 다 책임지고 진행해야 했는데 직원 관리, 직원 교육 쪽은 그나마 재미 붙이고 할 수 있던 일이라서 이직할 때 그럼 이 참에 인사 일을 해볼까? 하던 차에 운 좋게 작은 중소기업 인사팀 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도 인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인사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전문직/기술직이 아니라면 시험이나 자격은 문과 취업생들에게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나의 관심을 바탕으로 쌓아온 경험이 바탕이 된 경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래서 그 관심을 바탕으로 어떤 경험들을 해봤는지, 그 경험이 어떻게 커리어로 이어졌는지, 그 커리어에서 낸 성과는 무엇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인사는 어떤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모든 프로세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내 커리어가 그 조직에 잘 맞는지 내 커리어 중 어떤 부분을 이 조직에서 잘 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사람들과 어떻게 복닥대며 지내봤는지, 그들을 위해서 나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봤는지 등 인사일은 공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런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형식적인 답변을 해보자면 어느 회사나 근로기준법에 의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무 지식이나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좋고, 최근에는 HR Analytics라고 직원 데이터를 활용하여 제도와 문화에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분석 스킬이 있으면 좋고요. OA툴 활용은 기본입니다.
인사 관련 스펙을 쌓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마케터처럼 공모전을 한다거나, 수상을 한다거나, 콘텐츠를 만들어본다거나 이런 게 스펙이 안되잖아요. 관련 경험을 쌓으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위에 말씀드렸지만 대외활동이든 대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사람들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봤던 경험이 있으면 좋아요. 이건 일부러 쌓는다고 쌓아지는 경험도 아니지만 살면서 누구나 겪어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 안에서 나는 얼마나 끈질기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얼마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했는지,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했는지 등 이런 경험과 성향이 인사 직무에 적합한지 먼저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인사 일은 범위가 정말 넓고 솔직히 중소 중견기업까지는 이건 누 구일이지 싶은 건다 인사팀으로 문의가 오기 때문에 인사관리, 채용관리, 급여관리, 노무관리, 총무관리, 복지, 사내 이벤트 같은 일반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화장실이 막혔어요 여름에 에어컨이 갑자기 안돼요 사무실에 모기가 많아요 라던지 정말 별의별 업무를 다 하게 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존재하던 문제 상황이 해결되면 기분이 좋아요.
정말 다양한 일을 하시는군요 그러다 보니, 때때로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싶으셨던 적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엔 이것도 내 업무인가?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딱 담당자가 없다면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해결하는 게 맞죠
힘든 상황은 일하는 모든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매 순간 쉬운 적이 없긴 한데요. 제일 힘들고 스트레스받았던 적은 역시나 사람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할 때의 일입니다.
직원들 간의 갈등 상황이 있어서 팀 이동의 형식으로 조율을 해드리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저에게는 A라고 말씀을 하셔서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임원진들을 설득했는데 대외적으로는 B라고 말씀하셔서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HR에게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면 손해 볼 거다 외부에 퍼질 거다 라는 생각으로 그러셨던 것 같은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라는 생각 때문에도 속상했고 무엇보다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여러 가지 사담 때문에 흉흉한 소문들로 전락해버리면 무력해지더라고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고(웃음)
사실 저도 인사팀 하면 좀 무섭기도 하고 불편하다는 감정이 먼저 들어요. 근데 사실 업무로 보면 인사팀은 회사 조직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팀이잖아요. 근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뭔가 회사의 대리인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조직원 입장에서는 회사에 안 좋은 점을 토로하고 싶은데, 뭔가 바른말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이런 시선에 대해 인사팀의 입장은 어떤가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사팀도 직원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개인의 의견을 편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내규나 문화를 바탕으로 이건 바로 들어 드릴 수 있고 이런 건 불가능하다 라고 설명드려야 하니까 바른말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그 사안의 배경이나 당사자들의 심경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 그만큼 좀 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안해 드리려고 최대한 노력할 수 있어요. 표면적으로만 말씀해주신다면 인사팀에서도 표면적인 해결책 정도만 제시할 수밖에 없겠죠. 항상 이렇게 긍정적인 형태로 이어질 수만은 없고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있는 부분이라서 일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빠니보틀 여행 유튜버. 그분이 여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별의 별일도 많이 생기고 별 사람들을 다 만나곤 하는데요, 현재 상황이 힘들어지면 자신의 힘든 감정은 솔직히 표현하되(짜증내고 가끔은 싸우기도 할지언정) 주어진 조건 속에서 돌파하고 또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대해서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기보다 편견 없이 느끼고 본인이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보고 즐기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힘든 상황에서 짜증은 내되(쌓아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각자가 어떤 배경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건지 들여다보려고 하고, 같은 상황에 대해서 서로 상반되는 의견이 충돌할 때도 그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받기보다는 네 말도 맞고 쟤 말도 맞는 상황 자체는 그냥 받아들이고,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이고 절충일까를 고민하려고 합니다.
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 자신을 객관화했을 때 사실 일에 어떤 성과를 내야겠다 라고 욕심을 가지는 타입이 아니에요. 다만 그냥 내가 하는 일이 이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나는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라고 드라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워낙 변칙적인 일이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자세로 모든 상황을 수용은 하되(받아들이되) 기준은 가지고(판단은 해야 함) 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틀을 가지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난 이렇게 하고 싶은데 왜 안되지? 하고 오랫동안 이런 괴리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고 그 괴로움 때문에 몸이 아픈 적도 있었는데 건강을 망치고 나니까 아 고민해서 해결 안 되는 건 흘려보내야지 붙잡고 있으면 나만 다치는구나 를 깨달았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이러이러하다더라 이런 얘기를 들어도 '음~ 그렇구나' 하고 흘렸다가 나중에 필요한 상황이 되면 우리 회사에도 적용해 보는 거고 아무리 좋은 타사 사례가 있어도 우리 회사에 문화나 제도에 맞지 않으면 그저 그림의 떡인 것이니 왜 저건 그림 속에만 있을까를 두고 괴로워하지 말고 그냥 그림으로 보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건 개인적인 성향이니까요. 어떤 분들은 괴로움 끝에 새로운 걸 창조해 내실 수도 있으니! 일반화하지 말고 그냥 저 사람은 그렇구나 라고 봐주시면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러운 성격이시네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인사팀 관련되신 분들은 대부분 이런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은데.. 인사팀 하려면 성격이 부처여야 하나요?
제 성격은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아마 제 자신을 방어하는 방어기제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상처 받을 일이 많거든요. 근데 또 제 주변에 계신 동일 직무이신 분들은 이런 성격이 아니신 분들도 있어요. 직원분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으로 고민하고 진심으로 응대하시는데 오히려 저는 그런 에너지가 부러워요. 저는 아마 그렇게 일하다 보면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변한 것 같거든요 (웃음)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아무렇게나 사는 것 같지만 최소한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라는 압박감을 가지면서 일하고 있는데요. 지금 회사는 동료분들이 다들 너무 뛰어나시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신 분들 이어서 매일매일 배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반복해서 능숙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을 잘하게 되어야 하는 타이밍이 경력상, 나이상 찾아오고 말았어요. 인사분야는 너무 광범위 한데 그중에 어떤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할지, 뭘 해야 내가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으면서도 재밌게 할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현재 관심 가지고 있는 쪽은 HR Analytics 입니다만, 일단 엑셀부터 파보자 싶어서 유튜브로 깔짝깔짝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좀 더 지나면 SQL이니 파이썬이니 하는 것들도 만져보고 싶어요.
HR Analytics가.. 뭐예요?
말 그대로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HR적인 데이터를 모아서 통계적 분석 툴을 활용해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거예요!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5년 뒤라,, 5년 뒤에도 지금 현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좋겠네요!
Q10. 본인에게 일이란?
좀 더 맛있는 것 사 먹기 위한 밥벌이! 그리고 나의 밥벌이 행위로 인해서 내가 속한 구성원 분들이 더 맛있는 것 사드시는데 일조한다면 좀 더 뿌듯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