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1 WORKERS

일은 소명을 이루는 통로인 것 같아요

31 WORKERS: (8) 박사 출신 바이오 회사 직원 B씨와의 대화

by 브루스

박사라고 하면, 어렸을 땐 나이가 많은 교수님 같은 분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생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동료 또래들이 박사 학위를 받고 사회로 다시 나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됐다. 오늘 만나볼 B씨도 박사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진입한 늦깎이 사회 초년생이다. 본인이 많은 일로 본인의 소명을 이루고 싶다는 거룩(?)한 생각을 가진 B씨와의 대화에 초대한다.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에 위치한 바이오 회사에 재직 중인 30대 B입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마이크로니들 (micro-needle) 개발하는 회사에 재직 중에 있습니다. 연구개발부서에서 마이크로니들 및 유전자 치료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사 방식의 물질 전달 방법을 대체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기존에는 주사로 전달하는 미용 물질 혹은 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을 마이크로니들로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과인 저에겐 너무 어려운 용어네요.. 마이크로니들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해주세요


마이크로(u)라는 용어는 여러 단위에 붙는 것인데, 100만 분의 1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1mm=1000um를 의미하게 됩니다. 저는 수백여 um 단위의 작은 주사 바늘 수백, 수천 개를 파스 같이 생긴 패치에 제작하는 방식의 마이크로니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존 주사 방식으로 전달되는 여러 물질들 (화장품, 미용물질, 치료제/백신 등)을 마이크로니들 안에 넣어서 주사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병원에 가서 맞는 주사제들을 사용자가 집에서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해가 되셨는지요? (초록창에 마이크로니들 검색하시면, 이미지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스크린샷 2021-08-06 오후 11.05.12.png 이건가 봅니다 구글: 마이크로 니들 검색 결과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생물학을 좋아했고, 이후 대학교 때도 큰 고민 없이 생명과학부로 진학하여 공부를 했습니다. 학부 때 공부하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의 작은 일부분이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부 때 유전자 치료제 및 백신에 관심이 생겨 그쪽 분야로 대학원을 가게 된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학원을 가고 싶다 혹은 갈 것이다 등의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고, 시간이 또 흐르니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바이오 회사에 취직하게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사여서 잘 모르지만, 박사로 취직을 하게 되면, 학사 취업보다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되는 거죠?


네, 직장에서 더 나은 대우라 하면 일단 연봉을 고려했을 때도 당연히 박사> 석사> 학사 이런 식으로 차이가 납니다. 대학원 과정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기에, 직급도 그에 맞게 부여해주는 편입니다. 대신, 사회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분들과는 시작점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바이오 분야에 있기 위해서는 꼭 대학원을 진학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원에서 배우는 실험 기법이나 전반적인 연구 생활이 바이오 회사에서 지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 때 배운 이론적인 내용들과 실험 수업을 통해 습득한 기초적인 실험 기법으로도 바이오 분야에서 일하기에 부족하진 않지만, 대학원에서 보다 깊은 연구와 실험 기법을 경험한다면 이 일을 더 활발하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영어 능력이 뛰어나다면 논문 및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들의 연구 개발 현황 등을 통한 새로운 바이오 분야의 트렌드를 접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을 알려주세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대학원 생활을 포함한 지난 7년 간의 기억을 더듬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중, 연구직으로 있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몇 개월 혹은 몇 년 간의 연구 결과들이 좋은 성과로 열매를 맺을 때 같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논문이나 특허 등이 출판될 때, 다른 영역(?)에서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뭐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할 희열이 있기에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한 연구에 매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석사 과정 때 만났던 친구들과 가졌던 야식 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습니다. 가난한 시절이었기에 가락국수 한 그릇에 맥주 한 잔, 고추참치 하나에 소주 한 병 놓고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들도 나누고, 때로는 티슈에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논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시기를 잘 버티며 지냈다고 생각하고, 그때의 그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때때로 공상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기억은 영국으로 파견 연구를 나갔을 때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2019년 가을에 감사하게도 국가 과제에 선정되어 영국으로 1년 동안 파견 연구를 나갈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했던 연구와는 완전 다른 분야의 연구실로 파견을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제가 배운 것들과 융합하는 연구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장벽이 더욱 높았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야인 것과 더불어 원어민 수준이 아닌 일상회화 가능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가진 제가 그들과 미팅을 하고 발표를 한다는 것은 제가 그동안 했던 익숙한 분야의 영어 발표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영국에 간지 2달 정도 지났을 때, 처음 느껴보는 우울함이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게 우울증이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도 그 연구실에도 저의 그런 모습을 알고 도와주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서 정말 많이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인터뷰를 빌어, ‘박새로이’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ㅇ.jpeg 박새로이군 듣고 계시죠?



어쨌든 박사과정까지 가는 데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저처럼 학사 후 취업을 선택한 친구들과 재정 상황이나, 환경이 많이 달라지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불안감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네,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을 때 그 부분이 저도 가장 걱정이긴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부모님께서 대학원 생활을 할 때에 필요한 재정들을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여러 우선순위들 중에 재정 지원도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대학원 선택을 할 때, 학교 이름/교수 평판/연구분야/재정지원 등의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저는 연구분야와 재정지원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선택을 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관심 있던 연구분야의 연구실이 제가 원하는 만큼의 재정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대학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장학금이나 국가 연구과제들을 지원해서 선정되면 조금 더 풍족한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그런 부분들이 때에 따라 채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면서 지냈기에 큰 불안감이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종종 대학교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 친구들은 나보다 넓은 세상에서 경험을 하고 있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생각들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제가 선택한 상황에서 최선의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제 롤모델은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님입니다. 학문적으로 정말 뛰어나실 뿐만 아니라, 인품이 정말 뛰어나신 분입니다.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예수님의 성품과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종종 말하곤 합니다. (교수님은 기독교가 아니십니다만…) 학위 과정 중, 제가 얼마나 교수님을 믿고 의지했냐 하면, (평소에 기도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기도할 때 가끔씩 하나님 대신 교수님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그 정도로 제 인생에서 많은 좋은 영향을 끼치신 분이고, 저 또한 그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학문적/인격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보통 대학원생의 지도 교수님과는 좀 어려운 관계 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진 않은가 봐요


네, 맞습니다. 사실 저도 석사 때 지도 교수님과는 굉장히 어려운 관계였습니다. 학부 때의 친절했던 교수님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들을 접하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박사 때 지도 교수님은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할 정도로 좋은 관계여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 겸손한 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절로 커져버린 머리의 크기 때문에 이 중요한 부분들을 항상 지키지는 못합니다, 솔직히… 무슨 일을 하든지, 열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것을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에는 열정이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겸손한 성품으로 모르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라는 말이 있는데, 지식의 많고 적음 혹은 경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신이 실수를 했거나 모르는 어떠한 것을 접했을 때는 겸손한 자세로 일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인은 겸손과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고 계세요? 수많은 공부를 하면 나태해지고 열정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참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특별한 노력을 하진 않는 거 같고, 겸손과 열정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지내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겸손과 열정이 식고 익숙하고 자신 있는 것들 안에서만 쳇바퀴 돌 듯 지내고 있으면, 무언가 외부적인 요소들(주변 상황이든 사람에 의해서든)에 의해 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계기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거나 후배를 가르쳐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하는 등의 상황들이 나태하고 자만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면서, 다시금 스스로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는 계기들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현재 직장으로 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적응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메인 아이템과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융합이 중요한 부분인데, 그 일을 어떻게 해낼지 아이디어와 실현 가능한 계획들이 필요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연구 기술들을 어떻게 회사의 잘 녹여낼지가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습니다.


대학원 생활과 직장 생활의 차이가 좀 있나요?


대학원 생활은 아직 학생이기에 실수도 어느 정도 용납되고 꾸준히 배워가면서 연구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마음가짐이 조금은 편했던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도 물론 계속 배워야 할 것들을 습득하면서 지내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제가 그동안 배운 것들을 적용하고 펼쳐서 회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합니다. 또, 박사급으로 회사에 있기 때문에, 제가 하는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질문이든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실험이든 다 이해하고 진행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항상 가지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올해 안에 연구 개발 목표가 정해지고 진행이 잘 된다면, 5년 후쯤에는 연구 결과가 잘 나와서 어느 정도 상품화에 다가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현재 코로나 백신의 형태가 DNA/RNA 기반 형태인데, 저도 그쪽 분야에 대한 공부를 했고 관심이 많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제/백신 개발을 꿈꾸고 있습니다. 5년 후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너무 빠르고… 언젠가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좋은 연구들을 잘 해내서 결국에는 상품화까지 성공하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그런 분야로 가시게 되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주식을 좀 먼저 사두겠습니다.


돈 관련된 일들은 지인들과 엮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저를 그만큼 믿으신다면 때에 맞춰 주식을 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같이 부자 됩시다…


Q10. 본인에게 일이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라 대답하기가 다소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일 혹은 직업은 제 소명을 이루는 통로라는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쓰임을 받을 수 있게 준비를 하자 라는 마음으로 학부 때 공부를 했었습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제 모교 한동대의 김영길 총장님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처럼, 제가 배운 것들을 어떤 형태로든지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지금은 바이오 회사에 있기에 그 나눔이 유전자 치료제/백신 등을 이용한 의료기기/의료용품이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소명을 이룰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일’이라고 감히 거창하게 답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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