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1 WORKERS

저한테 일은 르브론제임스예요.

31 WORKERS: (14) 보청기 병원 영업직 직장인 J 씨와의 대화

by 브루스

스포츠에서 에이스의 역할은 팀을 바꿔놓는다. 무승부를 승리로, 패배를 무승부로 만드는 능력이 에이스들에게서 나온다. 에이스가 빠지면 강팀도 평범한 팀이 된다. 오늘은 본인 인생에 일이 레이커스의 에이스 르브론 제임스와 같다는 직장인 J의 이야기다.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난청인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시에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맡고 있는 30살 직장인 J입니다.


감정의 쓰레기 통이라는 표현을 자기소개에 쓰셨는지 궁금하네요.


일부 난청인 분들은 본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도 의사도 아닌 보청기를 관리해주는 해당 담당자들에게 분출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말하시기엔 가족들한테는 미안해서, 의사들은 어려워서 말 못 했던 것을 보청기 담당자들에게 말한다고 하시는데, 일부 분들이 제품에 대한 불만족을 넘어 개인적인 어려움들을 감정을 뒤섞어 말하시니까 그런 걸 받고 있다 보면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표현이 가끔씩 떠오르더라고요.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외국에 본사를 둔 보청기 업체의 병원영업팀 부서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흔히 영업이라 하면 술 열심히 따르고 상급자들 비위 맞춰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런 일들을 하지 않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종합병원이나 로컬병원(집 주변의 이비인후과 개인병원)에서 보청기 상담을 하고, 보청기 sales까지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원래는 스포츠 관련 산업에 뜻이 있어 준비도 하였고 찍먹도 해보았지만, 할수록 제가 생각하던 삶과는 다른 현실에 회의감이 들어 결국 다른 진로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개인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근무 중이신 어머니의 권유를 받아 청각만을 전문으로 배우는 청각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련학과에 학사편입을 한 후 졸업해서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사 편입이라면 정말 한 진로만 바라보고 오신 거네요. 편입 후 관련 공부를 하신 건데, 청각학과에서는 어떤 걸 배우나요?


단순히 귀에 대한 것만 배우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청각은 뇌 하고도 연결되어 있은 신체기관이기 때문에 해부 생리 시간에는 뇌의 신경구조, 영역마다 담당하는 역할 등을 배웁니다(이런 면만 봤을 때, 이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하시는 의대생분들에 대한 리스펙이 절로 생기더라고요). 추가로 난청인들이 사용하는 보조기기인 보청기, 인공와우에 대한 클래스도 진행되는데 주로 보청기의 형태, 소리조절 방법 or 인공와우의 구조 및 작동원리 정도까지 학부단계에서는 배웁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우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몇 군데 없는 청각 관련 학과를 나와야 하며, 필요한 자격증으로는 크게 청능사 자격증과 청각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이중에 청능사 자격증은 응시제한이 없고 시험의 난이도도 높지 않기 때문에 거의 기본이 되는 자격증이라 볼 수 있고, 청각사 자격증은 응시할 수 인원이 병원 근무자 등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취득하기 쉽지 않은 자격증입니다. 경력은 모든 회사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경력자를 선호하긴 하지만, 제 사견으로는 신입은 저도 잘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경력은 직무의 수행과 무관한 듯합니다.


청각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청각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이 이외에 인원들은 우선순위에 밀려서 응시하기도 힘듭니다). 신청 후 1차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통과한 인원들을 대상으로 보청기 회사에서 실기 단계를 진행합니다. 이 실기 단계에서 상황에 맞는 보청기 조절법, 청력검사 기기 실습 등이 진행됩니다. 실기 평가는 점수제가 아닌 성실하게 수업을 수강만 하면 통과가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무난히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가장 즐거웠던 일은 제가 단기적으로 세웠던 목표인 매출 1000만 원 달성하기였는데, 이를 달성한 순간이었습니다(정확하게는 1380만 원). 매출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물론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비례하는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어야 그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같이 오게 되는데, 저는 거래처를 2곳밖에 배정받지 못하여서 ‘나는 1000만 원은 고사하고 내 밥값도 못할 거 같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실제로 매출을 올리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 운이 좋게도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하였고 왠지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만한 매출을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아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매출 목표였던 1000만 원을 넘고 팀 내 매출 2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거래처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구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결과를 만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환자분들의 컴플레인을 상대할 때입니다. 특히 주로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할아버지 분들을 상대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아요. 한 예로 보청기를 구매하셨다가 사용에 불만족하여 컴플레인을 하시는 분이 있으셔서 그러시면 반품을 하시면 된다 말했더니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무조건 어떻게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보청기라는 것이 안경같이 착용한 날부터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새 구두, 새 양복을 맞춰서 입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한 보조기기인데, 이를 이해 못하고 당장 잘 들리고 편하게 해 달라는 분들이 있으면 난감하죠. 결국 위에서 말했던 고객은 지금까지도 2주일에 한 번씩 컴플레인을 걸며 저를 괴롭히고 계시답니다. 이런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 역시 보청기 영업사원의 일이라 배웠기에 오늘도 감내하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침착하게 설명해주셨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아요. 특히 영업 베이스면 컴플레인에 단호하게 대처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본인만의 대처법이라는 게 있을까요?


단호… 하게 대체합니다! 다만 본인들의 입장만 끊임없이 주장하는 고객분들에 이에 무산되는 게 함정입니다. 그래서 보청기 영업사원들이 대처법은 상담을 하다가 스멀스멀 진상 고객의 기운이 느껴지면 그런 고객들에게는 판매를 안 하는 것입니다. 보청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너무 매정한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컴플레인 많으신 분들은 보청기를 구매하셔도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청기 수명이 5년인데 그 말인즉슨 컴플레인을 5년 동안 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므로 그럴 바에는 차라리 판매를 안 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편이 낫다고 저희들끼리는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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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저의 현실적인 롤모델은 같은 부서의 계시는 대리님입니다., 이 대리님은 업무 능력뿐 아니라 팀 내 부당한 상황이 있을 경우 이를 팀장님께 가감 없이 말하는 등 평상시 회사생활을 굉장히 시원시원하게 하시는 편이라 제 마음속의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저도 이 대리님을 따라 어느 정도 부서 내에서 위치가 되면 유쾌하게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회사 밖에서의 롤모델을 뽑자면 래퍼 스윙스입니다. 스윙스는 항상 자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고 hustle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ex-최근 쇼미 더 머니 9 출연과 같은), 이러한 정신이 자칫 환자들을 대하는데 무성의하게 대할 수 있는 저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 때문에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사에 소속감을 갖는 주인의식, 우리 회사라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직장은 그냥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출근을 하는데, 저는 비록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있는 이 순간 내 회사, 내 부서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업무를 하는 편입니다. 특히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연봉이나 매출로 인한 인센티브, 복지 등이 약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의욕을 굉장히 저하되기 쉬운 환경인데, 이러한 환경에서 소속감과 매출에 대한 강한 의욕이 없다면 정말 하루도 출근하기 힘들다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소속감, 책임 의식이라 생각합니다.


소속감과 책임의식, 회사원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인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회사원들이 회사에 대해서 실망도 많이 하잖아요. J님은 회사에 실망하신 경험은 없을까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사실 회사에 대해 만족한 경우보다 불만족한 경우가 더 많아서 무엇을 골라야 되는지 고민이 되는데요,,, 이 업계에는 만연한 낮은 급여 및 누리기 힘든 복리후생(1년~3년 차 이상은 되어야 복리후생 누릴 수 있음)들을 비롯해 거래처 영업 시 부족한 지원(ex-타사는 노트북 지원을 거래조건으로 제시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 등이 대표적인 실망했던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생각은 저만 가진 게 아닌 것이 직업 리뷰 사이트인 ‘잡플래닛’에 저희 회사 평점이 오늘 기준으로 1.5입니다. 하하하… 친구들 말로는 3점 대여도 회사에 지원할까 말까 고민한다는데 제 기준에서 3점대 회사는 좋아 보이더라고요.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저의 큰 고민은 팀 내에서 가장 친한 부서원과의 관계입니다. 이 부서원은 저보다 1년 정도 빨리 입사하신 분입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많은 도움도 준 부서원이었고 같이 사적으로 술자리도 많이 하며 친해진 동료예요. 하지만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기질이 부정적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매사 투덜대고, negative 하게 보는 자세가 저를 너무 지치게 합니다.


개인의 대우는 본인이 입사할 때 정해지는 부분이 많잖아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또 회사에서 직급보단 나이에 따라서 행동하셔서 나이가 어린 시작 하여 어리다고 무시한다고 하세요. 또 환자들에 대해서도 비하에 가깝게 말하는 모습들도 보이시기도 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입장에서는 솔직히 너무 지치고 힘들어요. 이러다가 저 또한 언젠가는 부정적인 사람이 될 것 같아 이 부서원이 저의 회사생활의 큰 고민입니다.


역시 사람 때문에 겪는 힘듦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하지만 내 맘대로 피할 수 없는 게 직장생활이잖아요. 혹시 본인만의 극복 방법, 혹은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부어라 마셔라 아닐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행위를 혼자 했다는 것입니다. 지속된 혼술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배 주위의 튜브 장착에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먹는 것 대신 서울 근교 산들을 오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중입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제가 좀 극단적인 성향이어서 갑자기 진로가 확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편입할 하기 전에 꿈꿨던 스페인 여행 가이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제주도에서 세련되고 아늑함으로 무장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을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보청기나 청각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 같아요. 하지만 제 희망사항은 앞에 말한 두 일중에 하나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인생의 목표가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여행 가이드 응원합니다! 나중에 저 여행 가면 안내 잘해주세요!


Por supuesto!(물론이죠!)


Q10. 본인에게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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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일이란 LA LAKERS에서의 르브론 제임스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커스에서 다른 선수가 있어도 르브론이 없다면 평범한 플레이오프도 간당간당한 팀이 되는 것처럼, 저의 삶에서도 다른 요소들이 있겠지만 일이 없다면 저는 평범하고 의미가 없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제 주위에는 한창 유행하던 코인으로 20배의 이득을 본 친구가 있는데 저는 이 친구가 부럽지가 않은 것이 힘들여서 얻지 않은 이득이나 부에서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가 없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르브론 제임스처럼 평범함 어떤 것을 스페셜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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