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17) 환경분야 연구원 B 씨와의 대화
지금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단 하나의 주제를 선정한다면 아마 기후위기 일 것이다. 한 개인, 국가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오늘 만나볼 주인공은 폐기물 자원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 B이다. 본인의 연구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이루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원한다는 B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환경 분야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B라고 합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지금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되어 각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자원화시설에서 퇴비화, 사료화 혹은 바이오 가스화되는데, 그중 80% 이상이 퇴비화 사료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 내부에 염분이 퇴비로 활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사료로 활용하기에는 가축성 전염병에 우려가 있어 현재는 적체되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탄소 중립성 바이오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대부분 적체화 되고 있다는 말일까요?
보통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과 얼마나 재활용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시기마다 음식물 쓰레기의 성상 변화로 인한 품질 차이, 재활용을 위해 생산된 퇴비나 사료 산물의 수요에 따른 차이로 인해 지역마다 현황은 다르겠지만 시설 부지 내에 적체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의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고 수거된 쓰레기들은 해당 지역의 음식물 자원화 시설 내에서 선별(이물질 제거)과 분쇄 공정 이후 사료화의 경우 건조, 퇴비화의 경우 호기성 소화,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경우 혐기성 소화 처리되고 있습니다. 퇴비화 사료화로 생산하는 것 자체가 재활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재활용률은 수치상 높게 나타나지만 실제 활용 여부는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처음엔 환경 분야 중 수처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어 나중에 개발 도상국에 물 부족 혹은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원 과정에서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폐기물 자원화 분야를 연구해보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저 역시 필요한 연구 파트라고 생각하여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폐기물 자원화 문제, 그리고 바이오매스 자원, 에너지 전환과 이산화 탄소 배출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더욱 현실적으로 필요한 연구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관련 분야를 연구해보면서 조금씩 새롭게 발견해가는 배움의 즐거움도 커서 관련 분야의 전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현재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전 세계의 큰 화두가 기후위기인데,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B님이 연구하시는 분야의 세계 현황과 대한민국의 위치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각 나라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현재 저희가 연구하는 기술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사례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농업 부산물과 같은 bio-waste를 활용하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실용화 사례를 가진 선도 국가들은 대부분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입니다. 탄소 중립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기술적 측면 외에도 제도적으로도 참고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관련 연구나 국가의 지원이 빠르게 다양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빨리빨리의 민족이니 금세 탄소 중립 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웃음).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관련 학사 전공과 석사 혹은 박사 학위가 필요합니다. SCI(E)급 논문을 게재한 경험이 많을수록 정부출연연구소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정부출연연구소는 국책 사업들을 담당하는 연구소인 것 같은데, 정부출연연구소 외 박사 학위를 따면 다른 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나요?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등 부설 연구소를 소유한 대부분의 연구소를 진로 대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연구만을 위한다면 대학에 연구교수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고 교직에도 의지가 있다면 교수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즐거웠던 기억은 독서에서 찾았는데요. 당시 제가 음식물 쓰레기를 열분해 한 이후의 산물을 분석 중에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물질이 확인되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굉장히 오랜 시간 노력을 들였는데 뚜렷한 길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Lab girl'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나무를 연구하는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는데 내용 중에 과학자(호프 자런)가 어떤 물질을 XRD 분석을 통해 확인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제 연구에도 적용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실제 해당 레퍼런스와 매칭 해본 결과 제가 찾던 답인 것을 확인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전혀 다른 경험을 통해서도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힘든 기억은 당장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마 학위를 다 마쳐서 인 것 같아요. 다만 연구를 하면서 밤도 많이 새우고, 아무래도 폐기물을 다루고 하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기도 합니다. 몸도 마음도 힘들 때는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아직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걸 보면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나 봐요 (웃음)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저희 팀에 계신 선임 여성 연구자 분입니다. 그분은 일도 잘하시고 성실하십니다. 능력이 뛰어나시니 함께 연구하는 저는 많이 보고 배우게 됩니다.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를 배려해주시니 더 따르게 되고 나도 나중에 이런 선배 연구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특별히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좀 해답을 얻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많이 있으면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서 일을 하면 사람 간의 갈등은 없나요? 일반 회사보다는 그래도 직접 연구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덜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연구 분야에 따라서도 많이 다르겠지만 실험을 할 때는 개별적인 경우가 많아서 일반 회사보다는 사람 간 갈등은 확실히 덜한 것 같습니다.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입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사전에 효과를 철저히 예측하더라도 실제 결과로 나오는 영향을 다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지금은 보기에 좋아 보여도 나중에는 환경에 어떤 영향으로 남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는 것 같고 연구할 때도 계속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하는 연구가 실제로 환경을 나쁘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공감됩니다. 실제로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시기 때문에 평소에 삶에서도 업사이클링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현실에서 업사이클링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관심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를 연구하다 보니까 그 분리배출에는 확실히 좀 신경을 쓰게 됩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저는 아마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삶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실 수도 있지만, 여러분이 경험하는 삶의 일부분에 제가 연구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을 것 같아요. 제 작은 희망은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기술이 5년 뒤에는 잘 적용되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조금은 기여하고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Q10. 본인에게 일이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회이자 출근하는 데 있어서 스트레스가 없는(?) 아니 적은 꽤 즐거운 삶의 부분입니다. 매일 새로운 것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일이 아니라 배움의 연속인 학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