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16) 국제개발협력 종사자 A와의 대화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라는 말을 수업시간에 종종 들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도 공기업 그리고 사기업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 만나볼 A씨는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몸담고 있다. 일 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수혜자도 행복하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업무에 힘쓰고 있는 A씨를 만나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래 질문들이 모두 저를 소개하는 내용인데 말하다 보니 기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34살이고 결혼 5년차 기혼 남성 A입니다. 아내와는 대학에서 CC로 만났습니다. 현재 서울의 한 비영리기관에서 개발도상국의 자립을 돕는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는 드럼입니다. 중학교때부터 교회에서 배운 드럼을 최근까지 종종 연주해왔고, 어디 가서 특기는 아니고 취미라고 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사람들이 많이 소개하는 MBTI으로 설명하면 MBTI 유형 중 한국인 중에 가장 많은 ISTJ 유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맡은 일은 잘 미루지 않고 미리미리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계획에 갑자기 변동이 생기는 것은 매우 불편해요. 가령, 이번 주말에는 아무 스케줄 없이 집콕하며 푹 쉴 생각을 하며 한 주를 버텼는데, 갑자기 주말에 모임이나 행사가 생기면 마음이 굉장히 불편해집니다. 밖에 있을 때에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또 집에 오래 있으면 답답함을 느끼는 모순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휴가 때도 푹 쉬지를 못하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는 성격이다. 미뤄뒀던 자동차 점검이나 세차, 병원 진료, 은행 업무를 하고 나면 어느새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휴가는 마음먹고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나면 또 굉장히 찝찝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성격입니다.
매우 계획적이고 맡은 일을 잘 해내는 성격 탓에 회사에는 상사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직장생활 초반에는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돌발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어요. 지금은 회사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에 대해서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아서 무뎌졌다.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살지만 답답하고 붐비는 환경을 싫어해 언제든 이 수도권을 벗어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제가 들어본 자기 소개 중에 가장 상세하고, 재밌는 소개가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웃음) 남편으로의 정체성, 드럼치는 사람으로의 정체성, ISTJ로의 정체성, 직장인으로 정체성 정도로 소개한 걸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중에서 본인을 딱 하나로만 소개한다면 어떤 정체성으로 소개하고 싶으세요?
어렵네요. 모두 저를 소개하는 문장이긴 한데, 그래도 하나만 선택한다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의 정체성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국제개발협력 NGO에서 아시아 3개 국가(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교부의 정의에 따르면 ‘국제개발협력’은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와 경제〮사회 개발을 지원하는 공공〮민간 부문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개발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협력입니다. 제가 하는 활동은 민간 부문 활동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공공기관과 협업을 통하여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자립을 위해서 어떤 사업이 필요할 지를 고민하여 주민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활동을 기획하고 수행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국내의 개인 혹은 단체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가지고 진행하기도 하고, 공공기관 및 대형 후원금 모금 및 배분기관으로부터 받은 예산을 가지고 진행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업무는 사업의 기획 및 관리와 모니터링 업무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다양한 조사를 통해 파악한 후, 그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기획하게 됩니다.
기획한 사업에 착수하게 되면, 그 사업이 일정에 따라서 잘 진행되고는 있는지, 각 세부 활동별로 목표한 산출물(Output)을 얻고 있는지,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성과(Outcome)를 달성하여 수혜자들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며 사업 추진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물론, 이런 활동들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현지에 파견된 인력들이나 현지직원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큰 변화가 있었을것 같은데, 코로나 이전과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뀐걸 느끼시나요?
특히 해외의 취약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다보니 코로나 19의 영향을 많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3~4회 해외 출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발생 이후 1년 반 이상 해외출장을 못 나가고 있습니다. 사업을 진행 중인 아프리카나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지금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시국에 맞게 빠르게 발전하는 온라인 협업 플랫폼들을 잘 활용하여 현장과의 주요 업무나 사업 활동을 비대면 형태로 많이 전환하였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재택근무를 병행 실시하면서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 방식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하고 있는 일만큼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대학생활 끝무렵에 한 전공 수업에서 인문학 책이 교재였습니다. 그 책은 자본주의의 숨겨진 면들을 당시 저에게 굉장히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패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업을 찾는 우선순위에서 돈을 조금 후순위로 미뤄두고는 무언가를 배우고 남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짐만 하고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는 몰랐습니다.
전공이 ‘국제지역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했지만 취업을 위한 경험이 부족하여 막막했습니다. 그나마 영어에 약간 자신이 있어서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서 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끝에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말씀하신 책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은 절판된 철학자 강신주씨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라는 책입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국제개발협력 NGO의 경우, 1년 이상의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직접 사업 현장과 개발협력사업에 참여해 본 경험 유무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개발협력분야가 많이 알려지고 이 분야 진출 희망자가 많아지면서 현지 경험이 많이 중요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국내 사무실에서 혼자 하는 업무가 아니라 해외 지부 직원들과 수시로 연락을 하며 업무를 수행합니다. 따라서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협업을 하기 위한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울러, 이 분야에 진 입후 초기에는 작은 과업들을 맡아서 숲보다는 나무 하나하나를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 혹은 사업을 관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담당한 일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즉, 큰 그림 안에서 세부 활동들을 진행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과업을 전체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본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외국어 능력, 그리고 남을 돕는 마인드 셋 정도가 업무를 하는데 중요해보이는데요. 이 중에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는다면 어떤걸까요?
세가지 모두를 균형있게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하나만 꼽는다면 남을 돕고자 하는 강한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지만 있다면 업무의 범위가 제한적이겠지만 기본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외국어 능력이나 문화 이해는 노력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해외 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출장을 갔을 때에 수혜자들과의 만남은 항상 즐거운 것 같습니다. 하나만 꼽자면 현 직장에서 2018년 말 아프리카 케냐에 첫 출장을 가서 가축대출사업의 수혜자 가정 몇 곳을 직접 찾아갔었어요.
당시 사업은 불안정하고 매우 낮은 소득 수준 때문에 생계유지가 어렵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진행한 젖소 대출 사업입니다. 젖소를 받은 수혜자는 착실히 젖소 관리 교육을 받으면서 젖소가 생산한 우유를 팔아 소득을 창출하는 거죠.
제가 갔을 때에는 그 지역에서 이 사업을 진행한지 6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한 수혜자 집에 갔는데 아주 튼실하게 살이 붙은 젖소 2마리와 송아지 2마리가 보였어요. 우리 기관에서는 1마리의 젖소를 대출해줬는데 이 수혜자가 열심히 젖소를 관리하여 건강해진 젖소가 많은 우유를 생산했더라고요.
우유를 팔아 얻은 소득으로 또 1마리의 젖소를 더 샀고 또 송아지까지 낳아서 기르고 있는 상황이었고, 덕분에 소득이 증가해 자녀들의 안정적인 교육도 가능해졌죠. 그래서 방문 당시 수혜자 부부와 자녀의 사진을 촬영하여 사업 자료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아이들이 학교를 가서 수혜자 부부와만 사진을 촬영하고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생각한 사진은 건지지 못했지만, 이보다 더 큰 사업의 궁극적 목표 성과 달성 현장을 눈으로 목격한 것이라 정말 뿌듯했던 경험입니다.
힘들었던 경험은 아직 엄청나게 힘든 경험은 없는 것 같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일 한지 4개월만에 첫 해외출장에서 겪은 상황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생애 첫 해외출장지는 아프리카 우간다였습니다. 사업비를 절감해야 했기에 호텔이 아닌 적당히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어요. 그래도 꽤나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기에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의 상태가 열악할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는 했었어요.
하지만 상상 이상의 열악한 방 상태에서 한번 충격을 받았고, 짐정리를 하고 씻고 침상에 드는 그 시간동안 방안 곳곳에서 보였던 다양한 생물체들을 마주하면서 경악했었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현지에 파견된 분들은 이런 생명체들과 공존한다고 전해 듣긴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파견된 분들도 한국에 들어왔다 다시 돌아가는 짐을 살펴보면 각종 살충제들인 걸 보니, 역시 적응이 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보였습니다.
Q6. 일을 하는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다른 영리기업에 비해서 비영리분야의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나보다 더 오래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 모두가 롤모델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가장 가까운 롤모델은 내가 속한 사업팀 팀장님입니다.
이 분야에서 만난 팀장님들은 항상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몸담고 있기 어려운 이 곳에서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오래 일하며 성과를 올린 분들이셨습니다. 나도 그분들처럼 좋은 역량과 강한 사명감을 계속 가지고 이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 위치에서 이런 점들을 배울 수 있는 팀장님들이 나의 롤모델입니다.
Q7. 일을 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일하는 우리가 행복해야 수혜자들도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남을 돕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그 일을 하는 우리가 불행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죠.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어 즐겁게 일을 하랴거 노력하는 것 같아요.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투명성 유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많은 후원자분들의 후원금이 기관의 사업을 운영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국내에서나 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후원자분들의 후원금이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도록 관리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수혜자들도 행복하다는 표현이 와닿을 듯 정확히 이해는 안가는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일의 결과도 좋아진다' 정도의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그들이 하는 일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행복한 사람들이 하는 일의 영향을 받는 수혜자들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개인의 역량을 어떤 방향으로 더 개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일을 하면서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성격상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할 것 강박이 있습니다. 몸담고 있는 분야에 많지는 않지만 실무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포럼과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아서 실제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다보니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비슷한 또래에 있는 많은 직장인들 역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지금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아요. 계속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고, 코로나 19가 더 이상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해외 지부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 직무 분야에 대한 공부도 더 해서 5년 전보다는 더 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을 것 같네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Q10. 본인에게 일이란?
기본적으로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임은 부정할 수 없죠. 이와 동시에 내게 주어진 ‘소명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저를 아끼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믿는 신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항상 제 마음 한 켠에 깊숙이 자리해서 모든 내 행동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나를 무척 아끼는 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도 동일하게 대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 몸담고 있고, 이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을 따르는 삶과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