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WORKERS (21) 종교방송국 피디 루카스와의 대화
내가 '피디'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떠오르는 느낌은 '피곤하다' 이다. 촬영장에서 편집실에서, 회의실에서 매일같이 일하고 있는 피디들을 보면, 일이 과연 재밌을까? 지치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오늘 인터뷰 주인공 루카스 역시 여느 피디들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너무 바빠 휴대폰으로 원고를 작성해서 보내줬지만, 피디의 삶에 대해 현실적인 모습을 들려준 루카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30대 초반 3인가족 가장 루카스입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종교 방송국에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 PD를 하고있습니다
유튜브 제작 PD 라고 하면 저희가 흔히 생각하는 워크맨이나, 네고왕 같이 편집팀이 있는 프로그램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팀 구성은 어느정도고, 몇개 콘텐츠를 맞고 계세요?
어떤 장르,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느냐에 따라 팀 인원과 구성을 달라집니다. 제가 속한 팀만을 예로 들자면 저희 팀은 유튜브 플랫폼에 맞는 차세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장르는 예능 다큐 음악 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쉽게말하면 워크맨, 비긴어게인, 휴먼다큐를 다 한다는 건데 다만 방금 언급한 프로그램보다 훠어어어어얼씬 제한된 예산속에 축소된 제작규모, 제작인원 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거같습니다. 아주 작은 종교방송국이니까요 (웃음)
그래서 팀은 피디2명 작가2명 조연출2명 으로 이뤄져있고 촬영때마다 촬영감독 1-2명을 배정받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구성으로 3개월에 한 프로그램씩, 1년에 4개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프로그램은 내용에 때라 10부작 5부작 다양하구요.
콘텐츠 촬영을 하면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은데, 일주일의 삶을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콘텐츠 제작은 프리프로덕션 같은 전문 용어가 있지만 그냥 쉽게 말하면 기획-촬영-편집의 과정을 거칩니다. 촬영은 프로그램에 따라 정기적으로 주1-2회 일때도 있고 1-2주 출장으로 한꺼번에 촬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기촬영은 편집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요. 일주일 스케줄은 <촬영준비-촬영-편집-편집-편집-촬영준비와편집-촬영-편집-편집-편집> 뭐 대략 이렇습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원래는 연기,공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연기로 직업을 삼기는 너무 어렵고 영상으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영상 전공을 했습니다. 영상으로 선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렇게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메인방송국이 아니어서 언론고시 같은 시험은 없습니다. 결국 경력과 개인 포트폴리오가 중요합니다. 다양한 영상을 많이 만들면서 경험과 경력을 쌓는 것을 추천하고, 편집 프로그램, 촬영장비 등을 많이 다루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요즘은 편집이 많이 보편화가 된 것 같아요. 만약 피디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하는게 좋을까요? 피디라는 직업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그냥 지금 딱 떠오르는건 개그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개그맨이 누구든 웃기고 어디서든 재밌어야 하는것 처럼. 피디도 누구든 재밌게 해야 하고 누구든 감동받게 해야합니다. 자기가 만든 영상으로요. 나만 재밌고 나만 감동적인게 가장 최악이죠. 결국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만드는 만큼 내가 만드는 영상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 어떻게 전달되는가. 이것이 보편적으로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한가. 이러한 것을 캐치하는 감각, 센스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과 힘들었던 기억은?
촬영 현장은 긴장과 초조함의 연속입니다. 장비들은 잘 챙겼는지 출연진과의 문제는 없는지 촬영 현장은 계획되로 진행되고 있는지 이 다음은 어떻게 촬영할지.. 편집은 후회와 고뇌의 시간이죠. 왜 이렇게 밖에 못찍었을까, 이렇게 찍었어야 했는데, 어쨌든 찍어놓은 촬영본을 가지고 어떻게 구성해서 어떻게 내보내야할까. 이런 시간들 속에 즐거웠던 기억은 촬영을 마치고 스탭들과 함께 밥 먹으면서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든 날려버리는 그 시간이 제일 즐거운 기억입니다.
촬영 기회도 다 돈이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그림이 원하는대로 잘 안나온다는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찍고나면 후회도 많이 되고, 다음 번에 더 준비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 촬영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이것 또한 장르마다 다를 수 있는데요, 제가 학교에서 영화를 배울때는 사전 준비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장소부터 소품, 장비, 촬영콘티, 연출동선 등등. 이러한 것들을 완벽히 준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딜레이가 생기고 그것은 돈과 퀄리티로 연결되죠.
그런데 방송국에 와서 예능, 다큐를 할때는 또 다르더군요. 사전 준비도 중요하지만 일단 뭐라도 찍어보는게 중요했습니다. 계획된 샷을 찍는게 아니라 최대한 리얼로 현장을 뽑아야 하니까요. 출연자의 성향과 행동, 또 스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보니 일단 제작하기로 했으면 가서 촬영을 해보고 내 생각과 실제가 무엇이 달랐는지 피드백 해서 또 촬영해보고.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든점은 아무래도 야근으로 가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죠. 나영석 피디도 인터뷰에서 자식이 자신을 못알아본다고 했었다죠. 영상 일 특성상 촬영과 편집으로 야근과 밤샘작업이 많은데 육아에 지친 아내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월급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피디들이 다 지상파 종편 방송국처럼 돈을 많이 버는건 아니니까요.
피디라는 직업이 화려해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거기다가 아이도 있으시니 무게감도 더 무거울 것 같고요.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계세요?
뭐..종교방송국 피디다보니 스트레스는 신앙으로(웃음) 농담이 아니고 힘들거나 치지거나 할때도 이 시간이 결코 내게 우연한 시간이 아닌 하나님께서 허락하시고 계획하신 시간이라고 믿고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Q6. 일을 하는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특정한 롤모델을 두고 있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일을 말하자면 나영석피디 보다는 김태호 피디의 연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강호동보다는 유재석을 좋아하구요. 개취입니다.
다만 유퀴즈온더 블럭에서 스타 피디들 모두와 작업해본 한 작가가 그들의 공통점을 얘기했었죠. ‘그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일단 끝까지 들어준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업무 스킬적인 부분에서는 트랜드가 워낙 빨리 바뀌는 직업이라 롤모델을 잡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직업상 유튜브 영상을 매일 같이 볼텐데,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유튜브는 아니지만.. 유퀴즈 온더블럭을 매주 챙겨보고 있습니다. 각 분야 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얻는게 참 많더라구요. 순전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콘텐츠구요. 유튜브에서는 장삐쭈를 보며 그들의 미친 병맛 창의성에 감탄하고 티키틱을 보며 음악콘텐츠 잘만든다고 생각하고 피식대학을 보며 (전문가입장에서) 저퀄촬영 저퀄편집으로 저렇게까지 만들어낼수있구나 감탄하고.. 효기심을 보며 유튜브에서도 역사를 배울수 있구나 싶고.. 뭐 그렇습니다.
Q7. 일을 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나에게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영상콘텐츠 라는 것은 결국 제작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녹아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 밖에 없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대충 만든 영상도.. 내 전부를 쏟아 부은 영상도 다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제작자의 가치관이 들어간다는 건 생각보다 책임도 생기면서, 동시에 동기부여도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특히 본인이 영상을 많을 때 본인이 의도한 대로 시청자들이 반응해주면 좋잖아요. 루카스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실까요?
유튜브 콘텐츠다 보니 반응이라고 하면 주로 댓글인데요, 가장 보람있고 힘이되는 반응은 "나도 저렇게 살아야 되는데..", "위로가 됬습니다. 힘이됩니다", "같은 종교는 아니지만 감동 받았습니다." 이런 것들인것 같습니다. 종교방송국이라고 해서 포교만 하는건 아니고. 콘텐츠를 만들때 늘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가치를 무엇으로 두는가. 인간으로써 참된 가치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영상에 담고자 합니다. 타종교인이든 무교든 제가 만든 영상을 통해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옳은 삶. 바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된다면 제게는 보람이 있겠네요.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내가 이렇게 가정을 신경쓰지 못하는 방송이라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있네요.
아주 현실적인 고민이네요. 가정이 있으시니 더욱 그럴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그 무게가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연봉이나, 회사의 규모등을 배제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일이에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나이 삼십을 넘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이 내 천직이고 평생 이 일을 한다. 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서요. 그저 제가 믿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이리 저리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불어 어떤 분야에든 그것이 가능하고 의미있고 흥미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품고 있는 희망사항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긴 하구요. 다만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를 바랍니다.
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다니고 있는 방송국에서 열심히 야근해서 더 높은 직위 달고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거나
어느 다른 직장이든 프리랜서든 여유가 있는 영상일을 찾아 그것을 하고 있거나 그럴 것 같아요.
10. 본인에게 일이란?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게 일은 자아 실현과 보람, 성취.. 이런 것들을 위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 적인 성취 보다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일로 인한 땀흘림이 없으면 가족의 소중함도 알지 못하겠죠. 내 삶에 주어진 나를 성장시키는 스토리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