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20) 직장 초년생 C와의 대화
일은 99%의 사람에게 하기 싫은 일이다. 성경에는 태초에 노동을 해야 살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 죄의 대가라고 표기하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라이프는 대부분 고난의 연속이다. 오늘 만나볼 C님은 직장인 1년 차를 막 지났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이 구몬 학습지처럼 느껴진다는 C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용인에 살고 있는 C입니다.
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식자재 유통업체에서 수주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영업사원들이 그러하듯이 더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고, 매출을 늘리는 것이 저희 일의 목표입니다. 식자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주로 영양사분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영업직무 특성상 내근보다는 외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식자재 유통업이라고 하면 학교나 회사의 구내식당에 수주를 진행하는 업이라고 보면 될까요?
네 그중에서도 저는 산업체, 오피스 군을 타깃으로 수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알만한 사업장으로는 신라호텔, 오뚜기 본사가 제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장입니다.
차로 영업을 다니시는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은, 차는 법인차를 타고 다니시는 거예요. 아니면, 주유비 지급인 가요?
법인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고 개인 차량을 사용하며 주유비를 지급받을 수는 있습니다. 법인차량은 개인용 도로는 사용이 어렵고 신청의 절차가 까다로워, 저는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영업을 다니고 있습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체육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또 관심 있는 분야는 영상 쪽이라 그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면서 결국 일이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현실적인 조건(연봉, 복지)을 직업선택의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하였고 지금의 직장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일이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라고 생각하신 이유는 뭘까요? 내근직-외근직도 다를 수 있고, 급여에 따라 다르잖아요. 지금 하고 계신 영업직과 비영업직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서요. 어떤 부분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한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결국 일이란 고되고 힘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일로써 접근하게 되면 그때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돼 버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그 일 자체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여타 대기업 대졸 공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직무적합성평가(서류 전형) - 직무적성검사(GSAT) - 면접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 코로나라는 변수로 인해 최초로 온라인으로 직무적성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취준을 하셨으면 불편한 부분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듣고 보니 대기업 계열사이신 것 같은데, 그러면 연수도 있을 텐데 그것도 다 비대면으로 하신 거예요?
코로나 시국에 발맞춰 연수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계열사 신입사원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하는 그런 신입사원 연수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웠습니다. 입사 후에도 회식이나, 동아리 활동과 같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즐거웠던 기억은 정말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만 이야기할게요. 계란 생산업체에 코로나가 발생해서, 호텔에 계란을 납품하지 못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라는 변수를 제가 사전에 차단할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하필 휴일에 일이 터져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처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다른 업체를 찾아 정상적으로 납품을 진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이런저런 변수가 많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컨트롤이 안 되는 부분이니까요. 회사 선배분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세요?
사실 선배님들도 코로나라는 변수를 사전에 컨트롤하시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닐까 싶습니다.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요즘은 한 직장에서 몇십 년씩 근무하신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특히 정년퇴직이라는 것이 진짜로 가능한 건지 믿기지 않습니다.
한 직장에서 수십 년 다니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셨는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일이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면, 전략적으로 같은 회사 다니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하신 '일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와 '정년퇴직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좀 다른 의미로 봐야 할까요?
일은 결국 힘들고 고된 것이기 때문에, 몇십 년 동안 그것을 참고 버틴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 덜 고된 직장으로 갈 수 있다면 미련 없이 이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을 먼저 끝내려는 편입니다. 일과를 시작할 때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를 따져서 가장 골치 아픈 일부터 끝내려고 합니다.
본인의 업무 프로세스 별개로 혹시 업무 하면서 느끼는 태도나 능력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적극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영업이라는 직무 자체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나를 어필하거나,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코로나입니다. 모든 것이 코로나 이후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 이 시국이 끝나서 모두가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는 사실 모든 분들의 고민일 것 같은데, 아마 식자재를 담당하기 때문에 더 느껴지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이 시국이 끝난다면 제일 먼저 동기들과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입사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맘 편히 회식 한번 하지 못해 항상 아쉬웠습니다. 멀리는 가지 못하더라도 근교로 다 같이 놀러 가고 싶습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5년 뒤에도 솔직히 지금과 크게 다른 삶을 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이라도 내일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지금 하는 일을 무탈하게 이어나가고 있다면 그것도 큰 행복이겠지만. 당장이라도 미련 없이 새로운 일에 뛰어들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10. 본인에게 일이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나에게 주어진 일만큼은 확실히 끝내야 합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구몬 학습지 같은 것입니다. 만약 하기 싫다고 방치하면 쌓이고, 그 끝은 파멸의 길입니다. 한 편으로는 그 학습지를 다 끝냈을 때의 성취감과 발전이라는 보상은 새로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