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22) 취미가 많은 의사 M과의 대화
의학 드라마는 언제부턴가 국내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예전보단 많이 올라가고 있다. 의사들의 생활은 슬기롭다기보다는 치열하고, 하루하루가 힘든 싸움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서 의사로서 환자의 삶을 돌아보고, 동시의 개인의 삶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오늘 만나볼 30대 가정의학과 전공의 M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일과 가정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하루하루가 즐겁길 바란다는 M 씨의 인터뷰를 함께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평범한 동네의사를 꿈꾸는 가정의학과 전공의 M입니다. 서울 모 대학병원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목적상 직업을 먼저 밝혔지만 누군가에게 의사로 기억되기 보다는 취미가 많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근무 중입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제 일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먼저 의사의 길을 선택한 계기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네요. 어릴적에 피아노 학원에 만화책으로 된 위인전이 있었는데 한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보고 재미를 느끼면서 단순히 의사라는 직업이 멋져보여서 어릴 때부터 의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약사이신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늘 약에 대한 관심과 사람의 몸이 어떻게 작용하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19살에 다리에 큰 수술을 받게 되고 환자 경험을 제 인생에서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 의사이라고 생각해서 의사의 길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학구적인 호기심과 신앙 방향성을 모두 함양하기 위해 대학교에 진학하였고 그곳에서 생명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며 인간을 치료하기 위한 기초가 되는 학문을 배웠습니다. 대학교도 재수로 입학했고 졸업 후 의대로 편입하기까지 3번의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레지던트 시험도 두 번을 보았으니 저의 인생을 통틀어 6수를 한 셈이지요. 굳이 수험 이야기를 하는건 제가 매 수험을 치를 때마다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새로이 찾았기 때문입니다. 의전원 입시를 준비하던 중에 어린시절부터 꿈을 나누던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이 있었습니다.
연락은 간간히 했었지만 입시를 앞두고 잠시 휴대전화를 없앴던 시기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었고 그 사건을 계기로 제가 성공하거나 인정받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식이나 실적이 뛰어나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고 지금은 적당히 여유롭게 일하면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학 입시에서 의예과로 진학하는 방법이겠지요. 차선책으로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이나 의대편입이 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의대편입은 정원이 의예과 모집 정원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의예과로 진학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입니다.
의대에 진학했다면 의예과의 경우 6년, 의학전문대학원이나 편입의 경우 4년을 의학공부에 매진하고 졸업과 동시에 의사국가고시를 치면서 의사면허를 획득하면 의사가 됩니다. 이렇게 의대졸업과 면허증만 있거나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한 전공과목이 없는 의사를 일반의라고 부릅니다. 인턴을 마치고 저처럼 전공과목을 선택하고 3~4년간 수련기간을 거치고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면 그 전공과의 전문의가 됩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의사가 되었든 최소 10년의 공부를 해야 의사로서 한사람 몫을 할 수 있다고 인정받게 됩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가 있잖아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만 소지한 의사와 인턴과정을 수료한 의사는 일반의로 분류됩니다. 인턴을 마치고 전문진료과 별로 3~4년 간의 수련과정을 수료하고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가 됩니다. 이 때에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를 전공의라고 하게됩니다. 전문의가 되면 ‘OO과 의사’라고 인정을 받게 되고 병원이나 이력서에 기재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 해당 전공 중에서도 세부적인 전공과정을 수료하면 세부전문의가 되는데 보통 전문의만 되면 의사로서 일인분은 할 수 있다고 인정받게 됩니다.
전공과마다 진료하는 질병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도 다양합니다. 내과 전문의는 일단 약을 잘 처방하면서 여러 시술과 검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과 전문의는 수술만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 환자의 생체징후(혈압, 맥박, 체온 등)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내과의사 못지 않게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과마다 자기 분야에서 필수로 알아야 하는 지식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질환과의 연관성을 알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의학과는 주로 개원의가 되어 지역사회에서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이기 때문에 여러 과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각 과의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배워오게 됩니다.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한데, 파견지에서 적극적으로 배우려 한다면 하나라도 더 배워서 써먹을 수 있게 되지만 게으르고 소극적으로 일하게 되면 정작 필요한 기술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하게 됩니다.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일 좀 잘하는 인턴’이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한 과의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 있는 의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충 맛보기만 하는 인턴처럼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만약 의사라면 실수는 하지 않을까 라는 무서운 생각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실수한 경험담은 없으세요? 정말 아찔했을 것 같아요.
천만다행히 환자를 위험하게 만든 실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찔한 순간이라고 말하자면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일이 아찔한 것 같습니다. 응급실에서 내가 진단해서 치료하고 퇴원시킨 환자가 혹시나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한다거나 약 용량을 제대로 처방한걸까? 하는 생각이 늘 머리 속을 맴돕니다. 특히나 새벽에 겨우 잠을 청했는데 금방 깨서 가야 하는 경우에는 몽롱한 상태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실수하진 않을까 늘 걱정을 하곤 합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의사로서 환자가 건강히 퇴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 두 가지를 보는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 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고서야 병원에서 일어나는 환자의 죽음을 모르는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이라고 하면 뉴스에서 길을 걷던 행인이 쓰러졌는데 옆에 가던 생면부지의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서 생명을 살렸다는 이야기처럼 멋지게 보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코드블루(Code blue)때에 시행하게 되는 심폐소생술은 너댓명의 의사(보통은 인턴)가 환자에게 달라붙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레지던트 이상의 의사는 지시를 내리거나 기관삽관, 중심정맥 확보 등의 술기를 시행합니다.
간호사들은 코드블루 당시의 생체징후와 혈액검사를 확인하고 적절한 약물을 투약하게 됩니다. 가슴이 움푹 패여버리고 갈비뼈가 죄다 부서진 후에야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이 실시됩니다.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달라던 보호자들도 심폐소생술의 과정을 보면 그만해달라고 할 정도로 잔혹하기 그지없는 처치입니다.
가정의학과는 호스피스진료를 수련에 포함시킴으로써 말기환자들이 평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닌 철저히 이별에 대해 준비하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에 가족들의 배웅 속에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심폐소생술에 대해서 너무 무섭게만 이야기한 것 같아서 에피소드를 하나 덧붙이자면, 인턴 시절에 당직을 서고 아침에 퇴근하려고 하는데 코드블루가 터져서 심폐소생술을 하게 된 환자가 있었습니다. 심폐소생술로 심장박동은 돌아왔지만 결국 저녁 즈음에 그 환자는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그 심폐소생술이 벌어준 몇 시간 동안 환자와 가족들은 충분히 작별의 인사를 나눌 시간을 가졌습니다. 의사로서 심폐소생술로 환자를 소생시키고 임종 직전 가족들의 마음에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준 일이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에서는 뿌듯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늘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일지라도 익숙해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역시 당직근무가 가장 힘듭니다. 당직근무를 밤샘근무 후에 퇴근시켜준다고 아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의 경우 ‘정규근무 12시간+당직근무 12시간+정규근무 12시간’, 총 36시간의 근무를 하게 됩니다. 주말이나 휴일의 경우에는 정규근무가 없으니 24시간 근무이지만 평일에는 36시간을 쪽잠 몇 시간(심하면 몇 분) 자고 일해야 하니 죽을맛이지요. 모든 전공의들이 바라는 것은 당직 없는 삶일 것입니다.
맞아요 의학 드라마를 보면 항상 당직근무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질문을 드리면 의학드라마가 엄청나게 많잖아요. 최근에 하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낭만 닥터 김사부, 하얀 거탑 등등 많은 의학드라마가 있는데, 드라마를 보시면 느낌이 어떠세요? 이것도 지원 생시 절과 지금은 관점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저는 하얀거탑으로 의학드라마를 시작했습니다. 하얀거탑은 의학드라마라기에는 권력과 원내 정치이고 그 후에 뉴하트가 의학드라마로서는 재밌었습니다. 뉴하트를 보면서 의사의 꿈을 키웠기 때문에 뉴하트가 아마 제게는 특별한 의학드라마라고 생각이 됩니다.
의대생 시절에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유행을 했는데요. 의대 교수님들도 즐겨보실 정도로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의사로 살면서 감정이 메마르는 일이 많은데 그럼에도 의사의 삶에도 낭만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드라마여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의사가 된 이후로는 의학드라마가 나오면 일부러 채널을 돌리고 있습니다. 퇴근하고도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실제로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슬의생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환자의 진단과 치료법을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당장 채널을 돌렸습니다.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장기려 박사님과 이태석 신부님이 가장 멋진 롤모델입니다. 장기려 박사님은 영양실조인 환자에게 닭 한마리를 사먹을 돈을 주라는 처방을 내셨던, 의학적이지 않지만 환자를 위한 최선의 처방을 내리셨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장기려 박사님은 당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의사로서 이북의 가족과 생이별을 한 채 병원의 옥탑방에서 검소하게 살며 환자를 위해 헌신하셨기 때문에 더욱 존경할만 하지요.
이태석 신부님은 내전과 가난으로 점철된 마을에 음악을 통해 청소년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신 것에 마음에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모든 것이 열악한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병을 치유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시고 그 지역에 사람이 살아가는 힘을 전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분들처럼 큰 희생과 나눔을 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닮아가려는 자세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을 넘어서 환자의 삶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전문과목이 너무 세분화 되어있기 때문에 전문의들이 자기 분야 외에는 관심을 미처 갖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실제로 여러 과의 진료를 보신 환자들의 차트를 보면 각 과에서 중요하게 보는 내용만 적혀있지 환자가 어떤 병을 가지고 있고 그 병을 지닌 채 어떤 삶을 사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정의학과 외래에서는 환자의 모든 질환을 정리해서 차트에 적고 환자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동네의사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삶을 돌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의학이 발전하면서 세부적인 분야의 전문의가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전문화된 치료만 추구하는 방식은 의사의 전문분야가 아닌 문제에 대한 치료는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환자의 삶을 돌보는 것은 질환으로 인한 증상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가 질환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치료입니다. 가령 코로나19 백신 예진을 하면서 이전 백신 접종력에 대해서 묻다보면 독감이나 파상풍, 자궁경부암 등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환자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때에 맞지 않은 예방접종도 맞으시라고 이야기 해주곤 합니다. 굳이 말을 덧붙이는 것이지만 저의 충고로 인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면 말 한마디로 환자의 삶에 관여한 것이 되겠지요.
의사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치료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질환과 증상만 치료하면 의사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질환으로 인해서 환자가 삶에서 겪을 어려움이나 생활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방식이 제 성격에 맞아서 자연스럽게 삶의 이야기도 환자와 나누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게 재미도 있구요.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올해 말에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과 결혼생활을 병행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잘 준비해서 헤쳐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의사로서 고민이 있다면 어디까지 공부를 해야하나 하는 것입니다. 의사도 일반의, 전문의, 세부전문의, 펠로우, 석사, 박사, 교수 등 발전할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단지 어느 선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느냐가 문제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석사학위를 생각하고 있는데 대학원 진학과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야 하기 때문에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결혼 소식을 인터뷰로 알게 되네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의사는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잡기가 힘들 것 같아요. 주변에 결혼한 동료들은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주변에 결혼한 동료들은 주로 의사-의사 또는 의사-간호사 커플이 많습니다. 같이 병원에서 일하는 입장인 분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쉽고 말도 더 잘 통한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커플간에 대화소재가 병원생활이 대부분이 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의료인이 아닌 배우자와 결혼한 가정은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일적인 부분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는 힘들더라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해 나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배우자가 클래식음악을 전공했는데 음악을 얘기하거나 서로의 다른 삶의 모습을 나누는 것이 재미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한테 슬의생에 나오는게 현실에도 있냐고 묻는데 일단 사발면은 많이 먹는다고 하니까 측은해 하더군요.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부디 전공의 생활을 마치고 1인분을 하는 의사가 되어서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단지 제가 하는 일이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의 인생을 치료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정의학과가 추구하는대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전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되어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하는 것은 어련히 잘 하겠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떠나서 개인으로서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서두에 취미가 많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못 물어봤네요.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세요? 그리고 그중에 본인에게 가장 즐거운 취미 한 가지만 꼽는다면?
대학생 때부터 기타를 쳐서 음악에도 관심이 많고 검도와 수영, 등산, 최근에는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음악,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는 와인 국제자격증을 따고 와인공부를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의사 본업보다는 예체능 쪽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제가 이렇게 취미생활에 매진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의사는 건강에 대해서 환자들에게 교육하고 설명하는 직업인데 정작 제가 의사의 삶만 알고 환자의 삶이 어떤지 모르면 올바른 건강교육을 해줄 수가 없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제 견문을 넓히고 여러가지 경험을 쌓아서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쌓고 건강교육을 하기 위해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제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외국인 진료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미국에서 오신 분이 많지만 세계 각국에서 오는 환자들과 첫인사를 할 때에 와인 이야기를 하면 자기 나라의 와인 이야기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취미생활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인데 미군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운동얘기를 하면 좋아하시고 한국 환자분들도 건강상담에 인바디 검사나 다이어트 이야기를 곁들이면 좀 더 풍성한 진료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진료는 소위 ‘3분진료’ 라는 프레임이 팽배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이라도 환자의 삶에 제가 한마디 공감의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Q10. 본인에게 일이란?
저는 게임을 좋아해서 매일의 업무를 게임의 퀘스트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삶을 게임처럼 생각한다면 조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싶어서 장난처럼 생각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일할 때 재미도 느껴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놀랐습니다. 일이 즐겁기는 힘들겠지만 각자 삶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에 비전이 있다면 미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성과 꿈꾸는 이상이라면 미션은 현실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이 열매라면 미션은 과정이지요.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이 직업을 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순간을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이 언제 어디서 내게 닥칠지 모르니 늘 준비된 자세로 일을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