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30) 골프담당 스포츠 피디 J
골프라는 단어를 들으면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비즈니스 스포츠, 비리의 온상, 귀족 스포츠 등등. 하지만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가 골프의 이미지마저 바꾸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2030 세대의 골프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고, 대형 예능인들을 활용한 골프 예능도 황금시간대에 편성되고 있다. 골프 담당 스포츠 PD J에게 골프 프로그램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상만사에 호기심이 많고 그런 저를 닮은 7세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스포츠 PD J입니다. 명실상부 2021년 대세로 떠오른 스포츠인 골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국내 최고의 골프 채널에서 골프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골프투어(KLPGA 투어) 현장 중계가 주 업무이며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면 중계차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를 앞에 두고 복잡한 버튼을 누르는 역할을 합니다.
2021년은 바야흐로 골프 전성시대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스레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는 야외 스포츠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고 스크린 골프의 보급으로 사치 스포츠로 여겨졌던 골프가 어느덧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2017년 대비 33% 성장했으며 그중 MZ세대의 비중이 22%로 115만 명에 달합니다. (한국레저산업 연구서 발간 ‘레저백서 2021’ 기준)
여기에 더해 지상파, 종편, 유튜브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골프 예능을 론칭하고 있으며 실제로 시청률도 높습니다. 골프 예능이 기존 예능과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반면 골프 현장 중계의 제작 방식에 대해선 크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골프는 사치 스포츠로 인식됐고 골프 채널은 사장님들이나 보는 채널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여자 골프의 인기가 남자 골프보다 높습니다. 상금 규모로 보나 인기로 보나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남자 골프 투어가 월등히 여자 투어보다 잘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한국 여자골프 투어인 KLPGA 투어는 1년 동안 서른 개가 넘는 대회가 열립니다. 겨울을 제외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혹서기를 빼곤 매주 대회가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골프 중계는 어떻게 제작될까요?
골프 경기는 기본적으로 한 선수가 매일 18개의 홀을 나흘 동안 플레이하는 스포츠입니다. 한 대회에 평균 120~140명 정도의 선수가 참가하고 경기는 하루 종일 해가 떠있는 동안 진행됩니다. 제가 속한 채널 기준으로 대회 규모에 따라 중계 시간은 5시간에서 9시간까지 늘어납니다. 축구는 2시간, 야구는 최대 3~4시간 중계하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중계 시간이 길죠.
골프는 정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중계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축구는 경기장이 하나이지만 골프는 동시에 18개의 경기장에서 최대 140여 명의 선수가 순차적으로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수많은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합니다. 공 하나를 쫓아다니는 축구나 야구와는 기본적으로 제작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또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는 100% 라이브 중계지만 골프는 중계 화면에 송출되는 상황 중 최대 40% 정도만 라이브 상황입니다.
스포츠는 라이브가 생명인데 왜 골프는 라이브 베이스로 제작할 수 없을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골프는 18개의 경기장에서 최소 70명이 넘는 선수가 동시에 경기를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가 70명이면 골프공도 70개입니다. 따라서 골프 중계 PD의 역할은 선수를 선별하고 상황을 골라 가장 재미있는 중계방송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어려운 중계가 마라톤과 골프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의 업무 중 대부분은 골프이지만 타 스포츠 종목 중계도 합니다. 주로 빅 이벤트(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국제대회) 중계를 해왔습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때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쇼트트랙, 피겨 국제신호(올림픽은 IOC에서 지정하는 주관방송사에서 국제신호 ’IS-International Signal’로 제작해서 각국에 배포) 제작을 했고 2020 도쿄 하계 올림픽 때는 UHD 부조(부조정실의 줄임말: 올림픽 현장에서 수신한 국제신호에 CG, 코멘터리 등 정보를 추가해 시청자에게 제공) 진행을 했습니다. 곧 있을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는 베이징 현지에서 다시 쇼트트랙, 피겨 국제신호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저도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골프는 사실 거리감이 있는 스포츠인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제 또래인 30대 초반 친구들이 골프에 입문하는 걸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느끼고 계신가요?
현장보다는 친구들을 통해서 더 많은 변화를 체감 중입니다. 제가 30대 중반이고 30대 초반이던 2015년 일로써 처음 골프를 접했는데 그때만 해도 주위에 골프를 치는 친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지만 코로나로 2030 세대의 골프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작년부터 친구를 치는 친구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이유는 축구나 야구 같은 타 종목에 비해서 장비나 골프장 비용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교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편견과는 반대로 골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도 많을 것 같습니다. J님이 생각하시는 골프의 매력은 뭐가 있을까요?
축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많은 운동을 해봤지만 가장 재미있는 운동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함 없이 골프라고 이야기합니다.
골프가 재밌는 이유는 우선 어렵기 때문입니다.
운동신경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채로 공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가만히 잔디 위에 놓여 있는 공인데 그걸 제대로 맞춰서 앞으로 보내기가 참 어렵기 때문에 골프 채널에서 중계 다음으로 많이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레슨 프로그램입니다. 대신 공을 제대로 맞춰 높이 띄운 후 원하는 지점으로 보냈을 때에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려운 대신 큰 정복감으로 이 스포츠의 매력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음으로 골프만큼 넓은 경기장을 쓰는 스포츠가 없습니다.
경기장이 넓다는 축구나 야구도 한눈에 모든 경기장이 눈에 들어오지만 골프장은 그렇지 않죠. 골프장이 얼마나 크냐면 태릉에 있는 군 골프장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는데 아파트 1만 호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아파트 1만 세대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부지에 푸른 잔디가 가득하며 그곳을 3명의 동반자와 5시간 동안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손주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 외 별로 없습니다.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골프 라운드를 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인기 있는 생활 스포츠인 축구, 테니스처럼 많은 체력을 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80대 할아버지, 50대 아버지, 2-30대 손주들까지 가족끼리 즐기기에 좋은 스포츠로 골프가 꼽힙니다. 실제로 미국, 호주 등 국가에선 3대가 함께 라운드 하는 경우가 많고 대를 이어 골프장 회원이 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대학 졸업하고 유학을 가고 싶었는데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나도 안 했는데 지인이 잘 알고 지내는 다큐멘터리 프로덕션 대표가 영어 잘하는 PD가 필요하다고 면접을 보겠냐고 물어봐서 기획서 한 장 들고 가서 면접을 봤고요. 바로 다음날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썼던 기획서가 <남남북녀>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후 비슷한 프로가 TV에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서는 주로 해외 로케 촬영을 다녔고 유럽, 아시아, 미국, 중남미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지상파(KBS, SBS)에 납품했습니다. 참고로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의 절대다수는 이렇게 외주 프로덕션에서 제작해서 방영됩니다.
그렇게 다큐멘터리를 하다가 중간에 회사 사정으로 쇼양(예능+교양) 프로그램도 잠시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했던 다큐멘터리는 주로 PD 1명, 카메라 감독 1~2명, 작가 1~2명 정도의 규모로 팀을 꾸렸는데 지상파 예능을 하니까 스태프가 4~50명 단위로 늘어나더군요. 그때 스태프들의 업무와 고충을 조율하는 능력이 PD에게 꼭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해보니 이건 꼭 방송 직군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더군요.
그렇게 3년을 다큐멘터리와 쇼양 피디로 살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내가 제대로 회사에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월급이 적었다는 얘기입니다) 프로그램 제작비 때문에 대표와 마찰도 있었고요. 그러던 와중에 집에서 야구를 보다가 스포츠 경력 PD 모집 공고를 봤고 정말 ‘우연찮게’ 스포츠 피디가 됐습니다.
결론은 ‘박봉의 다큐멘터리 PD가 집에서 야구를 보다가 우연히 스포츠 PD가 됐다’입니다.
스포츠 PD가 되신 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야구를 보다가 공고를 보셨다는 것처럼 골프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으셨던 건 아녔을 것 같아요. 골프라는 종목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골프 종목을 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습니다.
종종 지인들에게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입사 시 3번의 면접을 보면서 단 한 번도 골프 종목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입사 당일 사원증을 받고서도 제가 속한 부서가 골프 제작 부서인지 몰랐으니까요.
입사 당일 밤, 진지하게 퇴사 고민을 했습니다. 그날 밤부터 오늘까지 7년째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바로 저 스스로에게 던진 다음의 질문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야구 중계를 할 줄 아는 PD가 많을까 골프 중계를 할 줄 아는 PD가 많을까?” 제가 내린 결론은 후자였고 적어도 오늘까지는 후회 없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대부분의 방송국은 서류-필기시험-실무면접-합숙면접-인턴(3~5개월)-임원면접 순으로 신입 직원을 뽑습니다. 여기에 기자들이나 아나운서는 카메라 테스트가 추가됩니다. 요즘은 서류전형에 동영상 자기소개나 장기자랑을 넣는 회사도 있더군요.
경력 PD는 팀에서 회사에 “이런 직군, 연차,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건에 제일 부합한 사람을 뽑습니다. 경력직은 정기적으로 뽑는 게 아닌 데다 스포츠 PD는 경력 취직, 이직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만 예능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의 성장세로 인력 누수가 심해 지상파에서도 경력 채용이 자주 있는 편입니다.
골프 중계 PD가 되기 위해선 필요한 자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무 자격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골프는 중계 시간도 길고 (최소 5시간에서 최대 9시간) 중계가 어렵기 때문에 스포츠 PD들에게는 기피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PD를 꿈꾸는 대부분의 2,30대가 선호하는 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축구, 야구이기 때문에 골프 PD를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무한한 기회가 열려 있는 블루오션이기도 합니다. 향후 수년 동안 골프 르네상스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골프 PD의 희소성은 더 강조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Q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남자 골프는 미국 PGA 투어가 세계 최고의 투어입니다. (여자는 LPGA 투어) 축구로 따지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PL) 격이죠. PGA 투어는 연간 50여 개의 대회가 열리는데 그중에 4개 대회(마스터스, 디 오픈, PGA챔피언십, US오픈)를 메이저 대회라고 정하고 우승자에게 최고의 상금과 그에 합당한 혜택을 줍니다. 100년이 넘는 골프 투어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가 메이저 우승에 오른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합니다.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
하지만 4대 메이저 대회가 가장 상금이 많은 건 아닙니다. 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걸고 치르는 대회는 PGA 투어에서 직접 만들고 개최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THE PLAYERS CHAMPIONSHIP)입니다.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면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이자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이 대회의 역대 한국인 우승자는 모두 두 명.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최경주가 2011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6년 뒤인 2017년 김시우가 만 21세의 나이로 대회 최연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합니다.
골프를 제일 잘 친다는 미국인이나 유럽인도 아닌 한국인이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5월, 그 현장에 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었습니다. 당서 저는 뉴스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현지 취재를 갔고 우연찮게도 현지에 있었던 한국 언론사는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유일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한국인 선수의 PGA 투어 우승 장면을 혼자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고 덕분에 뉴스 리포트를 하러 가서 다큐멘터리까지 만드는 고생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21세의 한국인 청년이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골프 선수를 제치고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는 현장에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행운이며 오랫동안 추억될 즐거운 기억입니다.
골프 중계의 어려움은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지만 더 힘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장기간의 출장입니다. 골프 대회는 대부분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 동안 열리기 때문에 대회를 원활히 준비하기 위해선 월요일부터 대회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출장 기간이 일주일이 되는 것이죠. 앞서 한국 여자골프투어(KLPGA 투어)의 경우 겨울을 제외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대회가 있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그 말인즉슨 사실상 9개월 이상은 출장을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행히도 제가 다니는 회사는 골프 중계에 투입되는 팀이 세 팀에 달해 과거 한 팀이나 두 팀이 중계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 있는 경우, 격주 혹은 3주마다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고 싱글일 경우 친구를 만나거나 연애 전선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 PD가 스포츠 PD들 사이에선 기피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힘들고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배우자나 아이가 아프기라도 할 때는 내가 이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옳은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최고의 골프 중계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저도 스포츠 업계에 짧게 몸 담았던 사람으로, 즐거운 부분과 힘든 부분에 모두 공감합니다. ‘자부심'이 본인을 버티는 원동력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자부심을 가장 많이 느끼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자부심은 사실 너무 거창한 단어이고 실제로 제가 다니는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부심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PD 중에서도 스포츠 전문 PD, 그중에서도 소수의 인원만 존재하는 골프 종목, 더욱이 이 종목이 전체 스포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할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너무 힘들어요.
이 일이 그래도 괜찮은 이유를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스포츠 스타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는 점도 있습니다. 가족, 지인들에게 사인받아달라는 요청이 정말 귀찮긴 하지만요.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통합 답변)
저의 롤모델은 이익준입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조정석 분) 그 이유는 이익준의 성격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골프 중계의 스태프는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에 달합니다. PD의 역할은 카메라, 중계차, 대행사, 스폰서 등 각 팀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고 원활한 중계방송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의 성격을 죽여야 하기 때문에 이익준처럼 잘 듣고, 잘 이해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익준이 율제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듯 스태프들에게 사랑받는 PD가 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중계 PD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일에 있어선 냉정하고 프로페셔널하게 판단해야 하지만요.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제일 큰 고민은 골프를 잘 치고 싶습니다. 또 다른 고민은 뭐니 뭐니 해도 시청률입니다. 유재석이 매번 시청률 노래를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광고가 안 붙고 광고가 안 붙으면 프로그램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사실 스포츠 중계 시청률은 PD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경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청자들이 혹할만한 참신한 그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픽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카메라 워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서 스토리 텔링을 할 수도 있겠죠. 손만 대면 시청률이 떡상하는 PD가 되고 싶은데 이 고민을 해결할 수는 있을까요?
대한민국 스포츠 시장의 상당 부분의 규모를 차지하는 종목이 골프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산업으로의 스포츠는 갈길이 먼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포츠 산업의 종사자로, 한국 스포츠 산업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한국 스포츠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이 작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나 시청자들의 스탠더드는 미국이나 유럽인데 실제 시장 규모는 그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스포츠 시장 규모의 척도는 중계권료입니다. (코로나에도 도쿄올림픽이 강행된 가장 큰 이유는 3조 원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IOC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각 협회가 중계권료를 많이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인기 스타가 나와야 합니다. 골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타이거 우즈라는 대스타가 있고 축구는 메시, 호날두(a.k.a. 날 강두)라는 스타가 10년을 넘게 활약 중이고 테니스는 나달, 페더러, 조코비치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죠. 그런데 이건 종사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입니다. 메시가 없는데 협회에서 메시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단, 메시보다 축구를 조금 더 못하는 선수를 메시처럼 ‘포장’해서 잘 팔면 됩니다. 어떻게요? NBA처럼요.
자세한 내용은 (3년 전 글이지만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아래의 글로 대신합니다.
https://brunch.co.kr/@artinsight/111
결론: “‘한국 스포츠 협회들이 정신 차리고 마케팅을 잘해야 한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가 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솔직히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연찮게 스포츠 PD가 되어 골프 중계를 하고 있는 제가 다행히도 골프를 좋아해 아직까지는 이 일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PD가 된 것도 또 예능과 스포츠 PD가 된 것도 모두 제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었기에 앞으로의 5년 뒤 제 모습을 추측하기엔 저 스스로도 참 힘듭니다.
만약에 5년 뒤에도 골프 PD를 하고 있다면 앞서 언급한 고민(시청률)을 아직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겠네요(한숨)
Q10. 본인에게 일이란?
일은 나에게 놀이, 나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 단,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 부단히 몸부림치고 싸워야 하는 전쟁터.
사진- J님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