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Workers 결산 (2)
이전 편에서 31명의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내가 받았던 영감을 질문별로 정리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더 즐거운 일은 31명과 소통하는 일이었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31명과 인터뷰를 핑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내 친구들은 알겠지만, 31명의 대부분은 대학교 친구나 선후배들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가 무전공 입학이었고, 내가 학부 생활은 하나도 안 하고 동아리 활동만 열심히 한 덕분에 내 전공과 관련 없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주변에 많다. 취업할 때는 나를 끌어줄 선배가 하나도 없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나와 다른 전공을 가진 인연들 덕분에 다양한 삶의 모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31명 섭외 과정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처음에 31명을 정하고 15명 정도까지는 쉽게 섭외가 되었다. 바로 섭외 가능한 친한 친구들이 15명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16명 섭외가 문제였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사람들의 섭외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연락한 지 너무 오래된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민망해서 연락하지 못했을 텐데 안면 몰수하고 인터뷰 부탁을 드렸다. 처음에는 읽씹 당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흔쾌히 연락을 받아줬다. 이미 인스타 포스팅을 봤다며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줘서 수월하게 인터뷰이 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나서 참가자들에게 보내줬던 피드백도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를 부탁한 건 나고 내가 운영하는 채널에 업로드되는 글이어서 내가 감사해야 하는데 오히려 참가자들이 감사하다는 표현을 많이 해왔다. 요즘 일을 하면서 슬럼프였는데 다시 동기 부여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 글을 적으면서 본인 생각이 많이 정리돼 1년에 한 번씩 스스로 해보려고 한다는 피드백, 자소서 쓰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는다는 피드백, 정리하면서 다시 초심을 잡을 수 있었다는 피드백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줘서 감사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질문들은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면접관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자,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을 통해서 어떤 경험을 했나, 5년 뒤에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는가?라는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면서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이 질문을 물어본 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나만 아직 답을 못 찾고 방황하고 있나?라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답변을 듣고 싶었다.
31명의 답을 다 들은 지금 들은 내 생각은 ‘불안해도 괜찮다’라는 거였다. 일관성 있게 본인의 방향을 가는 사람들도 걱정이 많았다는 게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본인을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게 눈에 보여 내 삶도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인터뷰의 참여한 31명과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간의 여정을 함께해준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