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1 WORKERS

31명이 나에게 준 영감들

31 Workers 결산 (1)

by 브루스



8월 1일부터 시작했던 31 Workers 인터뷰가 지난 9월 4일(토)에 끝났다. 31명의 이야기를 듣고 원고를 수정하다 보니 8월이 금방 지나갔다. 원래는 8월 1일부터 31일까지 날짜에 맞춰 업로드하려고 했으나, 31명의 인터뷰이도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에 일정이 조금 미뤄졌다. 인터뷰 내용이 쉽지 않았지만 31명 모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마무리해줬다.이 자리를 빌려 31명의 인터뷰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인터뷰를 위해 31명에게 똑같이 10가지 질문을 전달했다. 맞춤형 질문이 아닌 공통 질문이어서 인터뷰가 깊게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31명의 솔직한 답변 덕분에 대 걱정은 기우가 되었다. 답변을 읽으며 같은 질문이어도 이렇게 다른 답변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답변들은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영감을 주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내가 받았던 영감과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31 Workers 결산 첫 번째 시간은 인터뷰를 보고 내가 들었던 영감에 대해서 정리한 글이다.



1) 자기소개: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첫 번째 질문인 자기소개는 소개하는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31명 모두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보통은 본인의 직업과 나이를 간단하게 적는 경우가 많았고, 이어지는 질문인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의 답변과 이어서 직업에 대한 설명을 통해 '직업인'으로의 본인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인상에 남았던 경우는 직업과 벗어난 답변들이었다. 직업인으로 나보다 다른 모습으로 소개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다. 성격 유형검사 MBTI를 적거나, 본인의 취미를 적는 사람들도 많았다. 직업이 전문직이었음에도 직업보다는 취미나 취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다. 종교적인 가치관이나 가족에서 본인의 역할이 더 큰 사람들은 해당 부분을 자기소개에 강조하기도 했다.


자기소개에서 보이는 차이는 본인이 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차이다. 나 스스로도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준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2)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한가요? : 업무에 대한 전문성


3번째와 4번째 질문은 내가 직업을 고른 이유와 과정에 대한 답변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 직업을 하고 있다'라고 답변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 이서, 혹은 특별한 계기를 통해 지금의 직업을 얻은 사람도 많았다.


어떤 준비를 해야 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반대로 직업에 대한 답변자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현직에 있는 사람 들인 만큼 웹에 있는 정보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변을 줬다. 31명 대부분 현 업계에 10년 이상 발을 담근 사람들이 아님에도 본인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해줬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 물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분야에 몰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 몇 분이 답변하셨던 것처럼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부장'님이 존경스럽다는 말의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3) 일의 에피소드: 즐거운 일이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요.


본인의 일에 대한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물어본 건, 각 사람의 노동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본 질문이었다. 질문을 정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노동 현장의 치열함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웠던 일은 어떤 성과를 냈던 일들이었다. 계획했던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았거나,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로 인해 의뢰자의 상황이 개선되었던 일들. 내가 하는 일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일들이다. 힘들었던 일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 때문에 생긴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인터뷰이들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배웠다. 결과적으로 힘들었던 경험도 각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즐거운 일이 없었는데 답변을 비워도 되나'라는 답변들이 올 때였다. 본인의 일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즐거운 일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을 때는 조금 슬펐지만 내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지금 직장에서 일 때문에 즐거웠던 적이 있나?' 나 역시 지금 직장에서는 자신 있게 즐거운 일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4)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사람, 사람, 사람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질문을 적고 예상 답변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섭외한 직업이 다양하기 때문에 답변 역시 직업별로 다르게 나올 거라 생각했다.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직업이 있고, 냉정한 판단이 중요한 직업이 있고,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한 직업도 있기 때문에 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답변들을 정리하면서 '모든 일은 결국 같다'는 한 인터뷰이의 말이 떠올랐다. 일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말했다. 특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대할 때 어떤 태도를 대해야 하는지 참고할만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책임감에 대한 표현이 많았다. 같이 일을 하는 상황이 많고, 책임감을 가질수록 일에 대한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책임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5) 롤모델: 롤모델은 가장 가까운 곳에

롤모델 질문을 넣을 때 역시 예상하는 답변들이 있었다. 회사 내 좋은 선배, 혹은 업계에서 유명한 분들, 혹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특정 인물들을 인용해서 답변할 거라 생각했다. 내 예상처럼 답변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회사 내 본인의 사수나, 팀장 그리고 드라마에서 본 특정 캐릭터의 성격 등을 본인의 상황과 연관 지어 롤모델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롤모델로 부모님을 뽑은 사람이 많았다는 점이다. 본인의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 보여준 직업에 대한 태도, 그리고 은퇴 후 본인에게 주는 영향들을 언급하며, 아버지/어머니처럼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랐다. 어렸을 때 몰랐던 부모님 삶의 무게를 지금에서야 알게 되어 그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신 부모님을 롤모델로 뽑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6) 본인에게 일이란? 내 정체성을 찾는 수단


마지막 질문은 본인에게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실상 이 인터뷰의 핵심 질문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다양한 표현들로 일을 정의해주었지만, 일은 결국 본인의 정체성을 확인해주거나 본인의 가치관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인 것 같다. 사회에서 일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확인받고, 근로 소득을 통해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관(가족의 생계 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일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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