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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Sep 26. 2021

[당신의 인생영화]  (1) 500일의썸머

썸머는쓰레기인가?

9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바로 ‘당신의 인생영화’라는 프로젝트다. 서로의 인생 영화를 참가자들이 동시에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젝트다. 인생 영화라고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나눠보고 영화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고정 멤버는 총 3명이다. 글쓴이인 나, 그리고 S와 H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둘 다 영화를 너무 좋아하지만, 서로의 영화 취향이 조금씩 다른 멤버들이라 인생영화가 겹치는 게 별로 없었다. 영화 리스트 선정은 각자가 좋아하는 인생영화 4편씩 총 12편을 선정해놓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월별로 총 1번 1개의 영화를 보고 모임을 진행 한 뒤 영화에 대한 글을 내가 정리하기로 했다.



서막을 열 첫 번째 인생영화는 내가 고른 ‘500일의 썸머(2009)’이다. 500일의 썸머는 남자 톰이 여자 썸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완전히 이별하는 500일의 과정을 톰의 시점에서 다룬 영화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톰은 사랑에 대한 운명론자, 썸머는 사랑에 대한 현실론 자다. 톰이 다니던 회사에 썸머가 새로 입사하면서 둘은 만나게 되는데, 그때 톰이 썸머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진다. 둘은 연애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대략 200여 일 정도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다. 나머지 기간은 톰이 썸머를 잊어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멤버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특히 남자와 여자의 관점에 따라서, 인물에 대한 평가가 많이 바뀌는 영화라서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역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썸머는 나쁜 여자인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열에 아홉이 궁금해할 주제는, ‘썸머는 나쁜 여자인가?’라는 점이다. 특히 이 영화는 철저히 톰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썸머가 나쁜 여자로 보일 수 있다. 썸머는 톰에게 연애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애매한 관계라고 말한다. 톰의 입장에서는 명확히 관계를 안 해주는 게 불안해했고, 실제로 질문까지 했다. 


하지만 같이 영화를 본 S와 H의 의견은 달랐다. 썸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의 상처 때문에 사랑에 대한 환상이 없고, 불안정한 사람인데, 운명론자인 톰은 썸머에게 확신을 주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틀에 가둬서 생각했다고 S와 H는 공통된 의견으로 말했다. 


썸머의 불안정한 상황을 톰에게 다 말했으면 톰이 썸머의 불안을 없애줄 만큼의 확신을 줬어야 했는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본인이 생각한 행동을 하지 않으니까 톰이 오히려 불안해하고, 역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처음부터 썸머가 능동적이었다. 만남을 시작하는 말도 썸머가 했고, 썸머는 톰의 관심사나 잊힌 꿈들을 지지해준 반면에 톰은 썸머를 운명의 상대로 이해했지 썸머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았다.  S와 H는 톰은 썸머를 좋아한 것보다는 썸머를 좋아하는 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 썸머는 왜 확신을 주지 않았나?


둘의 갈등의 원인은 사실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둘 다 확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톰은 관계를 확인하려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썸머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왜 썸머는 톰에게 확신을 주지 않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S와 H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둘 다 미성숙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톰도 운명적인 사랑만 바라서 상대방의 입장을 바라보지 못하는 미성숙한 부분이 있었고, 썸머도 앞서 말했듯 사랑이라는 관계가 영원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한 관계를 확인하려는 톰의 시도가 잘못되었다고 S와 H는 말한다.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아는 상황에서 본인의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확인하면 썸머는 계속 방패를 들고 방어하기 바쁘다. 차라리 확신을 줘서 그 방패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 내내 톰이 썸머에게 단 한 번도 좋아한다는 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 톰도 은연중에 불안감이 있었거나, 혹은 본인이 생각한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틀 안에 썸머를 가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S와 H는 말해줬다.  


#썸머는 헤어지고 다시 만난 기차에서 왜 여지를 줬나?


이 영화를 3번째 보고도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던 대목이다. 영화의 종반부, 헤어진 썸머와 톰은 직장동료의 결혼식에 가는 기차안에서 만난다. 거기서 썸머는 톰에게 인사하고 둘인 결혼식장을 가는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결혼식에 가서도, 함께 춤을 춘다. 그리고 본인의 집에서 여는 파티에 초대까지 한다. 



썸머를 아직 잊지 못했던 톰은 썸머의 이런 태도 때문에 재회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해서 썸머의 파티로 향한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톰이 기대했던 파티의 장면과 실제로 벌어지는 파티의 장면을 화면을 2 분할해 함께 보여준다. 그러면서 톰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실제 느껴지는 톰의 실망감도 잘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썸머는 애초부터 톰과 잘해볼 생각이 없었던 것인데, 그렇다면 왜 기차에서 말을 걸었을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톰이 이 질문을 썸머에게 하자 썸머는 '그때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S와 H도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썸머는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때 당시에 그렇게 하고 싶었던 본인 감정에 충실했을 수도 있다. 결말에서 썸머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걸 보여주지만, 그 당시에는 연애 중인지, 결혼을 약속했는지 알 수 없다. 썸머의 '그때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말은 반대로 썸머도 감정이 남아있었고, 그래서 당시에 톰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S와 H는 말해줬다. 


#인상적이었던 장면


1. 썸머의 초대를 받고 톰이 파티로 향하는 장면, 기대와 현실이라는 분할된 장면으로 나오는 씬이 인상적이었다. 



2. 결말 장면, 마지막에 썸머가 톰의 손에 손을 포개고, 거기에 반지가 보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3. 영화를 보고 나서 썸머가 울 때 톰이 팬케이크 먹으러 갈래?라고 말하는 장면, 직접적인 이별 통보를 듣기 전 장면으로 톰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멤버들의 한줄평과 평점


브루스 

- 평점: ★★★(5.0/5.0 만점)

- 한줄평: 누구에게나 썸머가 있고, 어텀이 있다.


멤버 S

- 평점: ★★★ (3.5/5.0 만점)

- 한줄평: 누구에게나 미성숙한 사랑이 있다. 


멤버 H

- 평점: ★★★★ (4.0/5.0 만점)

- 한줄평: 사랑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추억이 있고, 우리는 늘 누군가로 인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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