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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허정 Sep 30. 2019

참치 김치찌개와 가을바람

결혼을 하고 나서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친정엄마가 주신 맛깔난 신김치로 김치찌개를 자주 끓인다.


나는 주로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삼겹살을 이용해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돼지고기 기름이 푹 우러난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는 밥 한 공기를 채 퍼기도 전에 내 숟가락을 자꾸만 끌어당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참치 김치찌개가 끌린다.


설탕에 10분 정도 조물조물 절여놓은 김치를 양파와 함께 볶는다. 쌀뜨물을 부어 끓이다가, 끓어오를 때쯤 뜯어 놓은 참치캔 속 참치들을 투하한다. 참치 기름도 모두 함께. 그렇게 한 번 더 끓어오르면 송송 썰어놓은 파를 넣고 잠시 끓이다가 상에 올린다.


참치 김치찌개가 문득 생각났던 건

성큼 다가온 가을이 보내주는 서늘한 바람 때문이었을까.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최고야!"


나에게 참치 김치찌개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음식이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을 보여주셨다. 사진을 취미로 하셨던 아빠는 (지금은 작가에 등단하셨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꼭 우리 가족을 데리고 가셨는데, 이때마다 엄마는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이면 코펠에 보글보글 참치 김치찌개를 끓여주시곤 하셨다.


산속에서 캠핑을 하거나 자연 휴양림에서 자게 되면 계절에 상관없이 다음 날 아침이면 서늘한 산 바람을 맞이하게 된다. 내 몸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차갑지만 상쾌한, 흙냄새가 가득한 산 바람. 그 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참치김치찌개 때문인지 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사랑을 담아 정성껏 끓여주시던, 따뜻했던 그 김치찌개가 생각이 난다.


티브이도 라디오도 켜지 않은 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먹었던 그 김치찌개가.




"참치로 끓이니 돼지고기로 끓인 것보다는 깔끔한 느낌이 있네, 역시 허정이 끓여준 김치찌개가 최고야!"

밥을 한 공기 뚝딱 비우며 남편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


엄마의 김치찌개를 먹으며 내가 했던 말을,

이제는 남편이 내 김치찌개를 먹으며 내게 해준다.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며 그때를 추억한다.


맛있는 음식이 다시금 생각난다는 건,

그 음식과 함께 먹었던 

그때 그 순간의 행복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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