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나서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친정엄마가 주신 맛깔난 신김치로 김치찌개를 자주 끓인다.
나는 주로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삼겹살을 이용해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돼지고기 기름이 푹 우러난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는 밥 한 공기를 채 퍼기도 전에 내 숟가락을 자꾸만 끌어당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참치 김치찌개가 끌린다.
설탕에 10분 정도 조물조물 절여놓은 김치를 양파와 함께 볶는다. 쌀뜨물을 부어 끓이다가, 끓어오를 때쯤 뜯어 놓은 참치캔 속 참치들을 투하한다. 참치 기름도 모두 함께. 그렇게 한 번 더 끓어오르면 송송 썰어놓은 파를 넣고 잠시 끓이다가 상에 올린다.
참치 김치찌개가 문득 생각났던 건
성큼 다가온 가을이 보내주는 서늘한 바람 때문이었을까.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최고야!"
나에게 참치 김치찌개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음식이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을 보여주셨다. 사진을 취미로 하셨던 아빠는 (지금은 작가에 등단하셨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꼭 우리 가족을 데리고 가셨는데, 이때마다 엄마는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이면 코펠에 보글보글 참치 김치찌개를 끓여주시곤 하셨다.
산속에서 캠핑을 하거나 자연 휴양림에서 자게 되면 계절에 상관없이 다음 날 아침이면 서늘한 산 바람을 맞이하게 된다. 내 몸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차갑지만 상쾌한, 흙냄새가 가득한 산 바람. 그 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참치김치찌개 때문인지 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사랑을 담아 정성껏 끓여주시던, 따뜻했던 그 김치찌개가 생각이 난다.
티브이도 라디오도 켜지 않은 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먹었던 그 김치찌개가.
"참치로 끓이니 돼지고기로 끓인 것보다는 깔끔한 느낌이 있네, 역시 허정이 끓여준 김치찌개가 최고야!"
밥을 한 공기 뚝딱 비우며 남편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
엄마의 김치찌개를 먹으며 내가 했던 말을,
이제는 남편이 내 김치찌개를 먹으며 내게 해준다.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며 그때를 추억한다.
맛있는 음식이 다시금 생각난다는 건,
그 음식과 함께 먹었던
그때 그 순간의 행복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