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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허정 Oct 05. 2019

브런치가 내게 주는 의미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기대하고 또 기대했다. 브런치로부터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받는 그 순간을. 좀 더 솔직해지자면, 합격을 기대하면서도 떨어지는 것 또한 생각했다.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활동하는 SNS도 없이 써놓은 글 단 2편으로 겁도 없이 작가 신청을 하고 나서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 불합격 소식을 받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점점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4일 여가 지난 9월 30일 월요일, 내게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답변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너무나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당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리는데, 나도 그도 기쁜 마음에 목소리가 떨렸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갈망했던 내게, 남편이 추천해준 것은 바로 '브런치'였다. 평범한 나도 글을 쓸 수 있다고? 물론, 요즘은 각종 SNS가 너무 발달한 시대라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글을 써야만 할 명분이 필요했다. 바로 '작가'라는 이름이었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난 후로 연애시절부터 물론 지금까지도, 늘 성실하게 사는 그를 보며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내 분야가 아닌 다른 곳에 남발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왠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글쓰기'라면 말이 달라진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 책은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주었고,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주었다. 어쩌면 내가 남들에 비해 큰 노력 없이도 학창 시절에 국어, 영어를 잘하고 좋아했던 것은 독서를 통해서 오는 결과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크고 작은 글쓰기 대회에서 상도 몇 번 받았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살면서 제일 처음으로 내 용돈을 벌어 보았던 것이 바로 글쓰기 대회 상금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 데카르트-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전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이과'를 선택했고 내 꿈에서 멀어져 가는 듯했다. 그렇게 대학에 가고, 또 한 번의 전공을 바꾸어 영어를 택하게 되면서 몇 년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나는 그냥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영어 강사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남편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남편과 나에게 서점에 책을 사러 가는 것이 데이트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러면서 남편은 지나가는 말로 "허정은 글 쓰면 참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자주 했다. 작가는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무심코 흘려 들었었는데, 브런치 앱을 추천하며 남편이 그 말을 또 하자,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 왔던, 글을 쓰고자 하는 갈망이 솟구쳤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래, 될 수 있어."



무슨 일 하세요?


학생일 때는 다니는 학교, 전공이 나를 소개하는 주된 요소였으며, 사람들 또한 그 부분을 궁금해했다. 내가 어느 학교에 다니며 어떤 것을 전공하는지가 곧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순간부터는 내가 하는 일이 곧 내가 되었다.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순간, 나는 그저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어 강사들 중 한 명이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에 영어 강사는 그냥 영어를 좋아하고 잘해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 정도였고, 나도 그중의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공이, 그리고 직업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영어 강사들 또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없다. 언어를 잘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각자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일 뿐이며, 심지어 직업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직업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이다.


이제 누가 내게 무슨 일을 하냐 묻는 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저는 영어를 가르치면서, 글도 쓰는 사람입니다. "



작가로서의 나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단지 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올리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는 습관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가슴에 새기고 떠오르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글로 옮겨 보려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브런치'는 내게 너무나 큰 의미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런치가 스마트폰의 배경에 깔려 있는 여러 개의 앱들 중 하나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브런치란 내가 어릴 적 간직해왔던 꿈을, 어쩌면 평생 펼쳐 보이지 못했을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값진 기회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브런치의 작가가 되는 것이 여러 도전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은 앞으로의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을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동시에 앞으로 작가로서 살아갈 내 모습에 대해 상상해본다. 대부분은 행복한 상상이다. 내 글을 읽고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고, 꿈을 꾸는 이가 생긴다는 것. 더 나아가 여기저기 작가로서 바쁘게 대한민국을 다니게 된다는 것 등등.


샤워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혼자 노랫말처럼 흥얼거려본다.

"안녕하세요, 나는 오늘도 추억을 요리한다의 저자 허정경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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