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

by 허정구

오늘 2년 동안 벼루고 미뤄왔던 배관 누수공사를 시작했다. 무수한 날들을 이것 하나 때문에 고민하고 생각하고 자료를 찾고 누수 구간에 대한 짐작을 하고 현장 확인을 하고 단서를 찾고 해결에 대한 아주 작은 실마리를 찾았었다.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모아진 정황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한방에 끝내자!라는 혼자만의 독백과 주술로 땅을 팠다.

예상됐던 지점을 확인하는 데만도 봉착되는 새로운 난관들... 겨우 그 난관을 헤집고 목표점에 도달했지만 누수의 원인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일까.


세상에 일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다.

오늘 일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힘들었다. 간혹 순간순간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잔뜩 신경만 쓴 하루가 갔자. 지쳤다.


늘 생각처럼 되지 않기에 또 생각을 한다.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한다. 어딘가에 있을 그 길을 찾아간다. 이게 삶의 재미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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