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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이박힌책한권

어떻게 하라고 어느 만큼 하라고

by 허정구

일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마라 하면 화가 나는 게 맞을까?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일이 숙명인 양

2명이어도 3명이어도 4명이어도 처리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낙엽은 또 떨어질 것이고

생활 속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또 나올 것이다.


오늘 닦아도 내일 또 닦아야 하고

오늘 풀을 뽑지만 내일도 풀은 또 자란다.

지금 한다고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아님에도 미뤄두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하기에 우리는 어떻게든지 오늘일은 오늘 끝내고 내일은 또 내일일을 맞이하려 한다.


이때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은 맞는 걸까 아닐까?

미뤄지다 보면

오늘 미루면 내일도 미루게 될 것이고

모레도 미뤄지면 결국 못하는 일. 할 수 없는 일. 안 해도 되는 일로 굳어지는 게 두려워 2명이어도 3명분의 일을 하고 2명이어도 4명분의 일을 오늘의 일이라면 해내려 하고 있다.


그런 우리들 보고 일을 대충 하라 하면

2명뿐이기에 2명이 할 수 있는 일 량. 일 범위를 정해주고 하라 하면 우리도 좋고 편하겠는데


2명이건 3명이건 4명이건 전체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있는 기준은 변함이 없고, 일의 성과는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고 저울의 눈금을 매기는데 대충 하라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bean counter


콩만 세는 일을 해 본 적 없는데... 콩을 헤아리게 되었다.


난 정상인가? 똘아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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