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온도

by 허정구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었다.

온탕의 온도는 38°C


온탕에 푹 담근 몸에 따스함이 빈틈없이 스몄다. 아마도 난 38°C가 아니었나 보다. 그렇게 따스한 온기는 잠시 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미지근했다. 아마도 내가 38°C가 되었나 보다.


열탕의 온도는 46°C였다.

온탕에서 열탕으로 옮겨 몸을 담글 때 온몸에 짜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뜨거움은 가시가 되어 온몸에 박혔다.


38°C인 내 몸에 46°C의 온기가 스며드는 것에 대한 내 몸의 강렬한 저항인지 아니면 물의 온도 46°C가 가지고 있는 강렬한 에너지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더 나는 뜨거워졌고 온몸에 느껴지던 전율 같은 짜릿함은 없어졌지만 열탕에서 전해지는 뜨거움 중 내 몸에 채워지고 넘쳐 가둘 수 없는 열기는 답답함으로 터질 듯 채워져 결국 나왔다.


냉탕의 온도는 20°C

온몸에서 빠져나가는 열기 때문일까. 냉방에 첨벙 빠져드는 그 순간 열탕의 짜릿함과는 다른 전율이 느껴진다.


건식 사우나의 온도는 98°C

그곳에서 한참을 있다가 난 나와 잠들었다. 온몸에 가득 채워진 온기를 이불 삼아 노곤한 몸과 정신은 목욕탕 한켠에 놓여진 선베드에서 한참을 잠들었다.


제각각 온도가 달랐다.

그 온도에 몸을 모두 맡긴 나는 내가 가진 38°C를 유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한 게 아닐까


우리도 모두 제각각의 온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38°C는 정해진 기준온도

누군가는 열탕. 또 누군가는 냉탕. 또 누군가는 건식 사우나 또 누군가는 온탕.


우린 서로 다른 감정으로 다른 생각으로 다른 표현으로 마주하며 서로 다른 온도로 느껴지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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