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부각
점심 구내식당에 갔다.
늘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진 밥과 반찬 중 오늘의 특별메뉴는 뭘까 기대하며...식당에 들어선다.
하긴 1년 넘게 다니다보니 요일별로 나오는 특별메뉴를 짐작하기도 하지만...그래도 날마다 약간 조금의 변화가 있기에 늘 맛나게 먹는다.
근데...오늘은 아주 새롭고 새로운 뜻밖의 반찬이 있었다.
《고추부각》
한눈에 그 반찬이 눈에 띄고 눈에 들어온 건 어린시절 돈을 벌어야하는 부모님들로 인해 시골 할머니집에 맡겨져 클때 그때 할머니가 차려내던 시골밥상에는 고추부각. 고들빼기(경상도 말로는 신네이라 했었는데)김치가 있었다. 당연히 어린 나는 소세지.오뎅.쥐포.계란후라이등 반찬이 좋았는데...시골밥상에는 김치.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나물반찬. 된장 이런 음식들뿐이여서 늘상 밥은 젓가락으로 끄적끄적이고 솥단지에 누룽지로 밥을 대신 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할머니도 떠나셨고, 고추부각을 반찬으로 만들어주는 밥상은 잊혀졌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쩌다 아주 어쩌다 고추부각이 밑반찬으로 나오는 식당을 만날때면 고추부각이 나에겐 참 맛난 반찬, 별미중의 별미임을 알게되었고, 고추부각을 보면 그때 어린시절 시골 할머니집에서 자라며 '몇 밤자면 엄마가 데리러 오는가' 손꼽아 헤아리던 추억과 《할머니의 정》이 떠오른다.
그 고추부각이 오늘 반찬으로 나왔다. 순간 눈물이 날 만큼 찡한 감동이 몰려왔고,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 거렸다. 고추부각도 한입베무니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겉에 버무려진 설탕의 달달함과 고추의 약간 매콤함과 튀겨진 고추의 바삭함...
뭐랄까... ...
설명할 길이 없네.
...
...
...
그냥 고추부각은 잊혀진 소중한 그리운 할머니의 기억이였다.
식당 사장님께 양해를 구해 고추부각 반찬 사진 하나 찍어 갈께요 했더니...좋아하시나봐요하시며...남으면 버리니 좀 싸드릴께요
그렇게 나는 오늘 고추부각을 한아름 안고 식당을 나섰다. 내 손에는 고추부각이 한손가득 들렸지만 내 맘엔 할머니의 기억이 가득 가득 담겨있었다.
기억은...선명한데
많은 것들이 그리움으로 남는 추억의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