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넋두리도아니고 푸념..《체념》

by 허정구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이 여러번 걸렸다. 통상 1번정도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으면 그후에는 지나는 길목의 신호등이 딱딱 초록불로 바뀌며 사무실에 오는데 오늘은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못해 4번 신호를 기다렸다. 당연히 서울에서는 신호를 받는 횟수를 헤아리지않지만 여긴 도심과 뚝 떨어진 작은 소도시이기에 차량정체없음이 가장 큰 매력이기에...어느 순간부터 출근길에 신호등의 횟수가 나의 하루 일과를 가늠하는 징크스가 되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하루종일 깔끔하게 처리되지않는 일들로 인해 신경이 곧두 서 있었다.


**공사에 사업실적 평가 자료제출 건 마무리를 하며, 몇번이나 서류를 뒤적뒤적 거려야했고, 출고 요청에 따라 현장 작업오더를 전달하는데 포장단위를 55포했다가 60포로 했다가 또 65포로 했다가 서로간의 업무배려와 작업여건을 고려하지않은 탁상업무로 작업진행에 혼선이 생겼고, 작업의뢰받은 제품에 대한 데미지 발생 처리건과 떠나온 지 벌써 2년이 지나는데도 여전히 계속되는 전회사의 법인 청산에 따른 주주간의 송사로 당시 자료요청 건이 기분을 잡친다.


뭐 하나 아름답게 기분좋게 물 흐르듯 처리되는 일의 진행은 없고 여기서 덜컹^거리고 저기서 삐걱^ 거리는 통에 비오는 봄날의 촉촉한 하루가 복잡하고 산만하게 흘러갔고 짜증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도 정리되지못한 나의 일은 쌓였고, 쌓인 일들중 상호간의 협의를 통해 처리해야하는 일은 상대방이 계속 통화중이라 연결이 안된다.


삶은 복잡하다.


무엇때문에 복잡한지 답답한지 알듯하기에 짜증이 나는 마음을 조신히 다시한번 다독여본다. 짜증내고 울컥해도 그래봐야 하루속의 일이고 이 또한 내 사는 일들속의 과정일 뿐 인것을...


엊그제는 잤다. 어제도 잤다.


사업실적 서류 준비로 매일같이 밤늦게까지 정리하고 체크하다보니 이번 주말은 아무생각없이 일단은 무조건 쉬고 싶었다. 아무것도 신경쓰지않는 아무 생각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 혼자사는 원룸에서 잠만잤다. 토요일 2시경 전화벨 소리에 깨어 "여보세요" 했더니 친구였다.


"아직도 자나? 대구 안갔나."


원래는 친구가 주말 고향집에 가 어머니랑 따뜻한 밥이라도 한끼 같이 먹고 오라했는데...잠결에 듣는 딱 두마디에 마냥 퍼질러 자는 날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 자라." 그렇게 말하는 친구의 말소리에...《이런 한심한 놈아! 잠이오나 》 그렇게 번쩍 잠이 깨졌다. 하지만 벌써 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깨어나 '참 한심한 하루를 보내는구나!'생각하지만 살아온 세월이 맘같이 안되는게 아니고 맘같지않다는 이런 저런 핑계를 내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지금 내가 혼자 골방에서 잠으로 보내는 이 시간이 과히 좋은 건 아님을 알기에 내 스스로 어정쩡했다.


대인기피증이라고 하나 공황장애라고 하나 나도 뭐 그런 것들을 어느 순간 안고 있는것 같다. 패배감에 젖어있고, 외로움에 빠져 있고, 삶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나마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후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려한다. 일하는 그 순간순간에는 최선을 다하고 ~휴일에는 혼자란 또 이상한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보단 아무 생각없이 깊은 잠으로 보낸다. 또 피곤하기도 하고. 아무튼 주말엔 뭔가를 해야만한다는 구속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않는 시간을 보내며 지친 나를 내가 잠으로 위로한다.


아무튼...월요일 오늘은 참 복잡했고

그 복잡한 일들을 맞딱뜨리며 필요한 것들을 했지만 남는 의미는 하나도 없다. 한때는 보람에 빠져 혼자 목장에서 우러나는 마음으로 일했지만, 결국 떠난 뒤 내게 남은 평가는 《말아먹었다!》

때때로 너무 욕심이 지나쳤었던 것에 대한 내가 지고 가야 할 내 욕심의 業報임을 알기에 ... 겸허히 받아들여야한다...고 타이르지만 과히 즐겁지는 않다.


다들 떠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계절은 봄인데...가을처럼 느껴지는 시간


이젠 뭘 더 버려야하는가..

여전히 내가 움켜쥔 건 무.엇.인.가.


《생각없는하루. 잠만자던 어제가 봄날의 꿈이였던가》


필요할때는 좋지만...

떠나고 나면 남는게 없는 내 잘못이기에


어차피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좋은 기억이고 좋은 마음이라 믿으며

있으면 적당히 베풀고 나누고,
없으면 밥대신 라면먹고

그마저도 없으면 굶을수도 있고...대충 살다가자.


마음은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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