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꽃 대신 잠꽃을 피웠습니다.
어제 밤낚시는 낚시꽃(=찌올림)은 펴보지도 못하고 잠꽃만 왕창 피웠다.
전날 피곤했던 몸이 미동도없는 찌와 함께 졸음이 몰려왔다. 이곳 낚시터는 취침방이라고 만들어져 있었고 난 차량 대신 초저녁이라 아무도 없는 방에 들었다.
곱게 이불이 펼쳐져 있었고, 베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잠시 쉬었다 다시 낚시꽃 피길 기다리려는 마음으로 방바닥에 펼쳐진 이불에 누웠다.
...
냄새가 났다. 오랜시간 묵혀두었을 때 느껴지는 향.
어릴적 시골 할머니 집에 갔을때 장농에 켜켜히 쌓인 이불이 어떤 특별한 날에 전부 꺼내어질 때 그때 느꼈던 오래된 추억의 냄새.
강원도 원통 군 복무시절...장급 여관도 아닌 여인숙 골방에 묵혀진 이불에서 맡아봤을 듯한 오래된 묵은 향. 때론 이 향에 진한 나프탈렌 방향제 냄새가 함께 느껴지기도 했었는데...뽀송뽀송하고 향긋한 향이 아니기에 과히 상쾌한 향은 아니지만...《아주 오래전 기억속에 있던 향이 낚시터 취침방 이불에서 맡아졌다》
난 그향에 취해 잠들며...낚시꽃 대신 잠꽃에 취하기 시작했다.
밖에선 깨구리 울음소리가 그치질않고 12시쯤...또다시 2시인가 개짓는 소리에 잠깐 깨어났지만...몸이 말했다. '오늘은 낚시꽃 대신 오래된 묵은 향과 함께 잠꽃을 피우라고'
그렇게 밤새 낚시터에서 잠만 잤다.
새벽에는
낚시터 주인 노부부의 일소리가 들렸다. 덜거덕 거리기도하고 어렴풋이 TV소리도 들리고
이 또한 방학기간 시골에 머물때 아침잠에 취해 골방 구석진 어둠속으로 이불을 둘둘말아 기어들듯 아침잠잘때 할머니가 아침밥 짓는 소리. 작은 아버지가 들일 나가려 농기구 챙기는 소리. 그렇게 다들 새아침을 시작하던 시골에서 도시놈은 조금이나마 더 자려 애써던 그 추억의 소리로 찾아와 난 여전히 낚시보다 잠이 더 좋았다.
방안을 둘러봤다.
오래된 옷장과 층층이 쌓여있는 물건들. 그리고 빨간 자개장식의 재봉틀.
저 재봉틀 조금 외형은 달랐지만 단칸방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그렇게 난 유료낚시터에와서 낚시는 접고 깊고 편한 휴식의 숙면만 하고 간다. 무려 13시간동안 잤다고 친구가 말해줬다. 그랬다...어제 밤 9시 조금 넘어 취침방에 들어가 아침 지난 10시가 넘어 나왔으니...
비록 낚시꽃 피우지못한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연세많으신 노부부 두분이 하시는 이 낚시터에서 난 아주 오랫만에 깊고도 편한 추억의 묵은 향에 취해 삶의 짧은 휴식을 누리고 간다.
혼자 낚시하게 해서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그리고
어제밤에도 여전히 낚시 뷰는 끝내줬는데 고기가 좀 약했다 한다.
그리고, 달밤에는 또 고기가 잘 안나오더라.
어쩌겠니...
내맘대로 안되는게 일상이듯 붕어 또한 내맘대로 안되는걸.
다음엔 뷰는 별로더라도 고기 엄청 많은 손맛터를 찾아가 낚시꽃 엄청 피우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