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태풍은 조용히 지나갔다.

by 허정구

7월 장마기간에 찾아온 7호 태풍 쁘라삐룬은 조용히 내 머무는 도시를 (조용히) 지나갔다. 세찬 빗줄기도 세찬 바람도 없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바다 한중간으로 마치 하얀 당구공이 테이블과 빨간 당구공 사이를 지나가듯 그렇게 틈사이로 정확히 지나 머지않아 소멸되고 그 이름조차 잊혀져 갈게다.


소멸.


시간속에선 엄청난 태풍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일뿐이란 생각에 나는 참 많은 시간을 살아왔고 살고 있구나 알게된다.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르기에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지만 다 시간이 지나면 그 어딘가로 떠나가듯 홀연히 사라지는 《소멸》



늘 떠남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날들이 그 떠나는 그 어느날 나조차도 소멸되는 그 시간을 마음의 혼돈없이 그냥 그대로 사라지는것에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아쉬움도 남기지않으려 주어진 내 시간에 열심을 기한다.


오늘 타고 다니던 카니발의 조기폐차에 대해서 알아봤다. 돌이켜보니 이 친구와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7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더라. 서울의 어느 한 공원에서 근무하다가 본사근무직으로 바뀌며 이곳저곳을 다녀야했던 이유로 은행대출 500만원을 받아 보험가입과 차값으로 지출하며 이 친구를 만났었다. 첫날 사당고개를 넘어갈 때 한동안 운전해보지않았던 스틱기어였기에 시동을 꺼뜨리기도했었는데 이젠 누가 뭐래도 이 오래된 카니발이 내겐 가장 편하고, 어디던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되었는데...이 친구 또한 시간속에 소멸이 되는가 보다.


한때 여행사 일을 할때 신고다니던 등산화와 최신형 디지털카메라가 있었다.

오랫동안 해왔던 여행사를 접으며 이 친구들도 늘 나와 함께 떠나며 내가 보고,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을 낡은 등산화와 낡은 니콘 디지털카메라도 같이 봤겠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서울을 떠나올때도

낯선 도시 낯선 일터 목장에서 일할때도

늘 함께 다니며, 내가 가고 싶은 곳, 가고 싶은 시간에 움직임이 되었던 7년의 동반자라는 생각에 오늘 태풍 속 비오는 낮에 빗방울 가득 맺고 늠름히 사무실 앞에 당당히 주차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늠름하고 당당해 보였었다.


늘...

어떤 것이건


떠남은 잊고있던 지난 시간을 되뇌이게 한다.



태풍이던

차던

낡은 등산화건

최신형에서 구닥다리가 된 디지털카메라건


그 무엇이건

서로간에 맺어진 기억은 추억이 되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는다.


하물며 떠나보낸 그사람이야 ... 뭔 말이 필요 있으리...


《소멸》

나의 소멸을 다시한번 맘에 담아본다.

소멸조차없는 소멸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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