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창문을 넘다
1280
원룸의 디지탈도어락의 비밀번호다.
문앞에 서서 1280 번호를 눌렀는데 어! 분명 "삐리릭"소리는 났는데 문이 열리지않는다.
순간 나는 멍해졌다.
지난번에 한번은 원룸 현관 출입문 No.가 생각나지않아 추운 겨울날 한밤중 바람속에 반바지/런닝셔츠 차림으로 오돌오돌 떨며 누군가 오기를, 나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아무도 오지않아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넘어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멍했다. 나이가 들며 늘상 습관처럼 행하던 것들이 순간 기억나지않는 때가 있다. 모든게 백지가 된 것처럼 생각나지않는 상태가 된다.
의식하지않고 무의식의 상태에서 기억과 별개로 움직이던 것들...그중에 하나 출입문 도어락번호 4자리도 포함될텐데..
분명 1280이 맞는 같은데...2580도 눌러봤다. 소리가 달랐다. 여전히 열리지않는다. 그외에 다른 번호는 생각조차 들지않는다.
1280...1280...
안열린다. 안열린다. 왜일까...열쇠도 없고...오로지 번호 외에는 다른 열쇠가 없는데 1280말고는 아무생각도 안나고...그냥 절대 잊어버리지않게 1234로 해 놓을껄...뭘까...내가 왜 이러지...미쳤나보다...이런저런 생각속에 결국은 또다시 창문을 넘어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현관문을 나와 건물 뒷편으로 걸어 가...가스배관을 타고 가깟으로 창문난간을 붙잡고 뛰어올라 2층 방 창문을 열고 들어간다. 길가에 지나는 청년이 나를 본다.
백주대낮에 창문으로 들어가는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방에 들어와 현관문으로 가 안에서 열림버튼을 눌렀다.
"삐리릭"소리가 난뒤
잠금장치가 회전해야하는데...회전을 안한다.아니 못한다.
살펴보니
이●유●는
디지털도어락 안에 있는 건전지가 그 힘을 다 했기에 내가 1280 《문열어라 주인님왔다》 이렇게 명령을 내려도 《예. 주인님!》 대답만하고 문을 열지못했던 것이였다.
나의 기억은 아직 망각의 단계는 아님이 확인되었고, 1280이 도어락 비밀번호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힘센 건전지 4개로 보초병을 바꾸고 나의 성(城) 문을 지키는 자동화시스템을 재구축하였다.
나는 생애 두번째 창문넘어 잠입을 했다...
한번은 밤에/ 한번은 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