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아버지 제사

by 허정구

늙은 팔십의 노모는 올해도 혼자서 아버지 제삿상을 차렸다.


몇 날 전부터 하나둘 사다 날랐을 과일들과 고기.

하루 종일 혼자서 다섯 나물을 묻히고

전을 부치고

큰 조기 한 마리 구워


늘상 한가득 아버지 제삿상을 차린다.


오십 줄에 다다른 두 아들은 다 준비된 것들로 상을 차리고


술잔을 부우며 몇 번의 절로 제사의식을 마친다.


아버지 오늘 제삿밥은 참 맛나보였다.

아버지 오늘 제삿상에 오른 전은 참 맛나 보여요.

아버지 오늘 제삿상에 오른 문어도 조기도 참 맛나 보이네요.


향이 꺼지고 지방은 불사르고 팔십의 노모 덕분에 또 한 번의 아버지 제삿상에 절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제삿상도 치우지 않고 별 볼일 없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두 아들이 배고프다 부랴부랴 제삿밥 상을 또 차린다. 문어를 썰고, 푹 삶은 돼지고기를 썰고, 제삿밥을 비벼먹을 수 있게 큰 대접을 가져다 놓으며 연신 밥부터 먹으라 한다.


그냥 두면 혼자서 치운다고...


못난 아들은 한상 차려진 제삿상의 음식들을

슬픈 마음으로

전은 다시 소반에,

과일은 광주리에 담고서

상을 접고, 병풍을 접고, 돗자리를 접고선


아버지 제삿밥을 비벼먹는다.


생각했던 것처럼, 맛나보였던 것처럼

오늘 아버지의 제삿밥은 참 맛나다...참 맛나다...


그리곤 다시 떠나오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큰 비닐봉지 가득 과일이며, 전이며, 문어 숙회까지...참기름에 소금까지 넣어 빠짐없이 챙겨주신다.


여전히 설긋이 해야 할 제기는 한가득인데...


떠나는 아들을 배웅 나온 늙은 엄마에게 아들은 내내 꺼내지 못한 말을 전한다.


"이제 제사는 그만 지내야겠어요!"


팔십의 노모마저 떠나면 철없는 오십 줄의 두 아들은 ...

어떤 제삿상을 차릴 수 있을까.

평생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어른들의 제사상을 차린 늙은 노모의 제삿상은 누가 차려주...려...나...


"아들이 있는데 제사를 안 지낼 수 있나"...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들만 있는 집.

제사를 모실 아들만 있고 제사 음식을 준비할 딸도, 며느리도 없는 ...그래서...



늘상 매번

이번 제삿상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며 절을 하지만...

또 내년에도 아버지 제삿밥을 오늘처럼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매년 걱정한다.

올해는 제사상에 올린 아버지가 드신 막걸리를 아들은 남김없이 음복했다. 올해는 이 술마저 참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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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의 노모는 혼자서

아픈 허리에 다 늘어난 복대를 두르고

다섯 나물을 묻히고

전을 부치고

제사음식을 장만해 주셨다.


오십 줄에 다다른 두 아들은 팔십의 노모가 하루 종일 준비한

제사음식을 상에 올리고

술잔을 올려 절 몇 번으로 오래전에 떠난 아버지를 기억한다.


유난히 오늘 아버지의 고실고실한 하얀 제삿밥이 맛나보인다...


절을 하며

언젠가부터 나는 아버지께 이 말만 하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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